아이들을 사육하지 말라!

잘 먹이고 좋은 학원 보내주면 좋은 부모인가? 이기적인 성격 형성

오서진 칼럼 | 기사입력 2011/10/31 [16:37]

아이들을 사육하지 말라!

잘 먹이고 좋은 학원 보내주면 좋은 부모인가? 이기적인 성격 형성

오서진 칼럼 | 입력 : 2011/10/31 [16:37]
<국제가족복지연구소 오서진 대표 칼럼>

▲ 오서진  대표 
몇 일전 한국사법교육원 주관으로 부천시 범죄예방위원들이 서울소년원을 견학할 기회가 있어 참석 했었다.다함께 버스를 타고 의왕시에 소재한 고봉 중.고등학교라고 명칭 붙여진 서울소년원을 견학했다.
 
범죄자 신분이 되어 자유를 박탈당한 어린 학생들의 교화장소. 기관측의 브리핑을 통해 학교의 상황을 듣고 시설을 둘러보면서, 처음 접한 소년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들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10개의 소년원이 있고, 정규 교과과정의 학교와 자립을 위한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단계별 교육과정, 생활지도, 사회복귀 지원과정과 ‘푸루미’라는 자체 방송국도 둘러봤다.

▲ 일반학교와 달리 요소마다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모든 창문마다 쇠창살이 빼곡하고 창틀이 높았다.
시설은 일반학교와 다를 바 없었지만, 창문마다 단단히 박혀있는 쇠창살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다.필자는 문득, 튼튼한 쇠창살로 둘러쳐진 동물원 우리가 떠올랐다.
“아이들만 있는데 왜 창살이 쳐진거죠?” 일행에게 물었다.
“애들만 모아놨어도 여긴 감옥소니까 그렇지!
필자의 아들 친구들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

복도를 따라 늘어선 교실을 지나 제과실로 안내 받았다.새파란 제빵사가 많은 양의 빵을 수북이 만들어 놓고는 손님인 우리들에게 빵을 권하기에 먹어봤는데, 빵맛이 기가 막혔다. 아마도 바로 구운 빵이라 더욱 맛있었겠지만, 필자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직접 만든거라 생각하니 대견한 마음이 밀려와 정말 맛있게 빵을 먹었다.
 
맛있게 빵을 먹는 필자를 향해 해맑게 웃는 소년원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속에서 그 아이들의 엄마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금쪽같은 자식을 쇠창살에 맡겨둔 엄마들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14세 ~ 19세미만의 범죄자 가운데 벌금형 이상 또는,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과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 14세 미만의 청소년, 10세 ~ 19세미만의 청소년 중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주위에 불안감을 조성한다거나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등, 주로 이런 부류의 청소년들이 소년원에 수용된다.
 
청소년 범법자를 검거하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검찰에서는 소년부로 송치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년원에 입소해서 교육과 보호를 받게 된다.필자가 소년원 아이들을 가까이서 접해보니, 그들보다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
아무 탈 없이 사춘기도 잘 넘기고 바르게 성장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남의 집의 일로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인간사회는, 서로 간에 다양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아주 어려서부터 친어머니와 떨어져 자란 탓에 언어적 학대와 차별, 온갖 구박 속에서 성장하며 상당한 정체성 혼란을 체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언어의 폭력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가정환경이 얼마나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반사회적인 편견을 갖게 하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을 통해 형성된 부모의 성향은 대부분 자녀들에게도 대물림된다.그렇지만 필자의 아이들은 고맙게도 엄마의 가시를 닮지 않고 바르게 잘 성장했다.
아버지가 없이 엄마라는 반쪽의 틀 안에서 말이다.그래서 참으로 고맙고 고맙다.

▲ 학생들이 직접 만든 롤케잌                                                                                                                      © 뉴민주닷컴
집으로 돌아와 밤이 늦도록, 낮에 서울소년원에서 만났던 아이들 몇몇의 눈빛이 계속 아른거렸다.맑았다. 예상외로 정말 맑았다. 외부에서 온 낯선 우리들에게 자신이 만든 빵을 선뜻 내어주며 많이 드시라고 권하던 그 눈빛이 너무도 맑고 투명했었다.
 
반사회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범죄자로 수용된 아이들이라고는 전혀 연상할 수 없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맑은 눈빛들이었다. 이 사회와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은 아마도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해주지도 못해놓고는 한조각의 결과만을 놓고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며 잘난 질책만을 쏟아 냈으리라......

견학을 마치고 소년원을 떠나기 직전에 원장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렸었다. 필자는 가족복지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필자가 소년원 아이들과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십사하고 말이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네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필자가 체험하고 노력했던 삶의 시간들을 조금 나누며 대화하고 싶다.
 
어쩌다 불쑥 찾아가서는 사회봉사활동 이라는 타이틀로 휙~ 스쳐가는 형식이 아니라, 진솔하게 가슴으로 공감하는 대화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 그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이모가 되고 조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봉 중,고등학교를 방문하고 느낀 것은 시설이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하고 좋았으며, 심리검사, 여러가지 대안교육, 직업능력 개발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사회복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국가가 노력하고 있음을 처음 알았다.
 
그들이 돌아왔을 때, 사회에서 좀 더 그네들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앞으로 필자부터 청소년분야에 대한 관심과 대안 모색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

사회복지의 틀은 크고 방대하다.그중 가장 우선순위는 가정의 행복인데, 가정의 보물은 단연 자녀들이다. 자녀가 행복해야 가정이 평안하고, 가정이 평안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그런데, 자녀들이 행복하려면 부모들의 생각과 삶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그저 잘 먹이고 비싼 것으로 치장하고, 쪽집게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며 하루를 보내게 하는 것은 양육이 아니라 사육이다!

아버지학교의 어느 명강사가 백여명의 아버지들을 앉혀 놓고 쏘아 붙였다던 강의를 인용해 본다. "가족들을 위해 돈 버느라 자녀들과 교감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당신.
아이가 학원 다니느라 얼굴 볼 시간이 없다고 변명하는 당신.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위치는 부모가 아닌 사육사임을 명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육된 아이들에게서 반듯하고 예의바른 품성을 기대하는 당신은 지금 꿈속에 있다! "

어느 통계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들의 하루 대화시간이 평균 5분이라고 한다.이러고도 사육이 아니라고 강변할텐가? 진정한 사랑과 참된 인성은 교과서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을 이제는 실천하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사육사를 증오하지 않는다.그러나, 우리에 갇힌 아이들은 사육사를 향해 원망과 증오를 불태운다.설령 우리에는 갇히지 않았더라도, 사육된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사랑이 멀건 고기국맛 같단다.평생을 고생해 기른 새낀데, 장차 이를 어떻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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