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집필 공모마감, 지원 숫자조차 비밀? 사실상 ‘실패’

국사편찬위 ‘집필진 공모⟶집필진 초빙할 수도’ 말바꾸기

박귀성 기자 | 기사입력 2015/11/10 [11:31]

국정교과서 집필 공모마감, 지원 숫자조차 비밀? 사실상 ‘실패’

국사편찬위 ‘집필진 공모⟶집필진 초빙할 수도’ 말바꾸기

박귀성 기자 | 입력 : 2015/11/10 [11:31]

국정교과서 정부 강행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고,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모진행이 9일 마감됐다. 하지만 국사편찬위원회가 최종 마감 후에도 공모에 응한 집필인원조차 비공개하기로 정해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국정교과서 편찬을 주관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가 공모 마감 시한을 넘긴 상태에거 갑자기 공모에 응한 인원조차 비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국편이 당초 기대했던 인원수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결국 공모로써 집필진을 구성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국편은 당초 집필진 25명을 공모해 선발하려 했지만 지원자가 예상했던 인원수에 비해 현저하게 모자라 결국 국편이 응모자수를 공개하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역사학자들은 일찍이 국편이 25명의 집필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 공모에서 적어도 10배수 이상의 응모자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그 가운데 전문성과 다양성, 중립성을 기준으로 집필진 인물 선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국편이 이번 공모 마감 시한 후 응모 숫자조차도 비공개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공모를 자인한 셈이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집필진을 초빙할 수도 있다는 복안을 내놓은 것은 향후 구성될 집필진에는 초빙 인물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초빙 집필진이 많아진다는 것은가장 정확하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국정교과서를 집필하겠다고 국민들에게 공언한 정부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정부 입맛대로 집필진을 구성하고 편향된 국정교과서를 집필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부실 집필 우려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오늘 공모 마감되는 건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숫자나 어떤 분들이 공모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진재관 편사부장은 이어 그분들이 실제 집필에 참여하게 될 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25명 이상이 공모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여 의혹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이번 공모가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고 집필진 구성에 있어 절차상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아울로 국편은 추가로 화를 자초했는데 바로 집필진 구성에 있어 뒤늦게 초빙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진재관 편사부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공모와 초빙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고 이미 많이 진척이 됐다공모도 순조롭게 되고 있어서 집필진 구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공모가 잘 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사실은 이때 공식적으로 초빙을 언급한 것이다.

 

, 진재관 편사부장은 당초 공모로 25명을 모집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25명은 공모와 초빙을 병행해서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숫자라고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다. 이는 곧 공모절차가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마감 임박한 시점인 이날 오전 뒤늦게 말을 바꾼 것이다.

 

결국 공모로 안 되니까 어거지 초빙 집필진으로 집필 인원 정족수를 채우겠다는 애초의 발상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이렇게 초빙된 집필진에 대해 숫자 비공개와 인물 비공개 상황에서 한국사에 정통하고 균형잡힌 집필진을 구성할 수 있느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미 국정교과서 논란 정점에서 전국 66개 대학의 교수 580여명이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을 거부하고, 역사학 교수와 관련 전공자 1972명이 국정교과서 편찬에 반대했다. 또한 28개 역사학회들이 모든 역사학자들의 국정교과서 제작 불참을 촉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국편이 초빙할 수 있는 집필진에는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국편이 공개한 대표집필진 두명 가운데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가 지난 4일 저녁 자택에서 함께 술자리를 갖은 여기자들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자진 사퇴하면서 이미 국편 집필진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아울러 이화여대 신형식 명예교수는 지난 6YTN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법통을 갖고 있는 임시정부에 대해 그때(일제시대 당시 임시정부는) 국민이 없고, 영토가 없잖아요. 그건 국가가 아니에요라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자의든 타의든 국정교과서 강행의 선봉에 서 있는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김정배 위원장이 집필진들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집필진 비공개 명분을 삼고부터 오히려 논란과 의혹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 심지어 국정교과서 저지 관련 당내 의원 및 대변인들까지 나서 이날 회의석상과 국회 기자회견장 가리지 않고 정부의 집필진 비공개방침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석상에서 정부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개에 자신이 없고 당당하지 못하다는 고백이나 다를 바 없다정부가 집필진 명단을 숨긴다면 우리는 집필진이 부실하거나 편향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유기홍 의원 역시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신형식 교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형식 교수가 고대사 전공이라 잘 모른다고 하면서도 임시정부를 이렇게 확정적으로 부정한 것은 대단히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학자로서도 부적절한 태도라면서 국정교과서 집필을 시작하기도 전에 청와대나 교육부가 이미 건국에 관한 집필기준이나 지침을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집필진 구성에서 더 나아가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집필진의 집필 기준에 조차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엉성하고 미비하며, 오히려 국정교과서 편찬 관련 의혹과 논란만 증폭된 상황에서도 국사편찬위원회는 오는 20일까지 집필진 구성을 완료한 뒤 집필을 시작할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국 교수와 연구자 1972인이 공동으로 국정화 반대 교수 선언에 동참했던 한 역사학자는 이같은 국사편찬위의 행태에 대해 국정교과서가 집필진 공모가 순조롭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인식과 양심을 갖고 있는 역사학자라면 역사적 사실이 아닌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글로써 남기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모가 실패한 이유를 정리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집필진을 비공개로 하겠다는 것은 어떤 분야의 인물이 어떤 내용을 다루느냐 하는 민감 사안에 대해 정부가 자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집필진에 한국사 학자가 모자라면 십중팔구는 엉뚱한 분야의 인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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