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6.25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생각하며

[해외기고]뉴질랜드 이혜원 통신원이 보내온 소식

이현재 기자 | 기사입력 2016/06/24 [20:27]

뉴질랜드 6.25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생각하며

[해외기고]뉴질랜드 이혜원 통신원이 보내온 소식

이현재 기자 | 입력 : 2016/06/24 [20:27]
 
▲ 이혜원 뉴질랜드 통신원     © 뉴민주신문
오늘 한국에서 낯선 메일 하나를 받았다. 이상한 메일인가? 괜히 잘못도 없으면서 낯선 메일을 받으니 긴장이 됐다. 열어 본 메일의 일부를 그대로 적어본다.
 
“이혜원 원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여아를 둔 엄마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메일을 보내게 된 이유는 딸아이의 반 아이들(서울 신용산 초등학교 3학년)이 뉴질랜드 참전용사들에게 쓴 편지를 전달할 방법을 여쭤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수요일(6월22일) 딸의 학교에서 <지구촌 문화이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소개한 나라가 뉴질랜드였습니다.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하면서
 
<뉴질랜드 참전용사들의 한국전쟁 이야기>라는 책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전쟁에 직접 참전하신 분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진자료를 보니 6.25 당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 당시 그분들의 일상생활 같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잊혀져가는 6.25한국전쟁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균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자료였습니다.

수업 마지막에는 우리나라를 도와준 뉴질랜드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편지쓰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어떤 아이는 그림으로, 어떤 아이는 문법이 맞지 않는 영어로, 어떤 아이는 ‘감사합니다’라는 단 한 문장을 쓰기도 했지만 뵙지도 않은 그분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만은 맑고 순수했습니다. 그 중 잘 쓴 아이들을 선정하여 이 책을 선물로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그냥 묻어두기엔 너무 아쉬워 감사의 편지를 그분들께 직접 전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문장의 끝에는 “기사에서 발췌한 두 메일 주소로 이런 제 마음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이혜원 원장님이 아니시더라도 그 분과 관계가 있으시다면 꼭 이 글을 전달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꼭! 답신 부탁드립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메일을 보았을 때 내 가슴은 마구 뛰었다. 이 편지를 메일로 보낸 한 아이의 어머니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나의 연락처를 찾았다고 했다. 나는 바로 답을 썼고 오후 늦게는 통화까지 했다. 서로 감사하다는 말 밖에.정말 눈물이 글썽여 지는 나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처음 메일을 받은 후 나와 같은 사무실에 있던 세 사람 모두 가슴 뭉클함으로 눈시울이 모두 붉어지면서 아무런 말도 못했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의 사진을 찾아다니면서 1년 반이란 시간을 보냈는데, 이 귀한 사진들을 전시한 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어 사진집을 내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사진을 받으면서 할아버지들을 만나서 듣게 되는 생생한 이야기들은 정말 그냥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것이다. 곧 돌아가시면 그냥 묻힐 그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한뉴문화원 운영위원들은 그 할아버님들의 기록을 책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 사진제공=뉴질랜드 한뉴문화원     © 뉴민주신문
뉴질랜드의 민간들로 구성된 한뉴문화원은 뉴질랜드에서 몇 년 전 ‘Never Forgotten War’라는 책을 출판하게 됐다. 그리고 60년 만에 빛바랜 가방에서 꺼내진 사진들도 최초로 바깥세상에 보여지는 전시회를 주최하게 됐다. 뉴질랜드 최대도시인 오클랜드의 두 곳과 웰링턴의 국회. 이 후 한 대학교의 전시 초청도 받았고 다른 도시에서 전시회를 하면서 많은 현지인들의 뜨거운 호응도 받았다. 한국에서의 전시회에도 사진들을 제공했다.

뉴질랜드 전국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할아버지들 모두께 우리는 이 책을 무료로 선물했다.
우리의 주머니를 털고 옆에서 소소하게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만든 이 책을 할아버지들과 가족들에게 역사적인 가보로 남길 수 있게 됐다. 눈시울을 적시는 분, 그리고 그 들의 자녀들의 인사를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했던 일은 그 분들에게 어떻게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 그 마음뿐이었었는데 오히려 우리가 감사인사를 받았다.

그 후 한국에서 이 책을 번역하여 어린이 도서를 출판하게 된 것이 오늘의 눈시울이 뜨거운 메일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뉴질랜드에서의 ‘Never Forgotten War’ 라는 책을 내는 데 힘쓴 우리 한뉴문화원의 운영위원들과 이 책을 근간으로 한국에서 책을 출판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아동작가 선안나씨 그리고 <상상스쿨 출판사>께 다시 감사드린다. 오늘은 뉴질랜드에서 바쁜 하루로 그냥 지나쳐갈 뻔한 ‘6.25 전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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