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합창단 이구동성의 연주회

환갑이 넘은 경동고 29회 동창생들만으로 구성된 남성합창단

홍봉실 기자 | 기사입력 2016/07/09 [16:55]

이색적인 합창단 이구동성의 연주회

환갑이 넘은 경동고 29회 동창생들만으로 구성된 남성합창단

홍봉실 기자 | 입력 : 2016/07/09 [16:55]
▲   이구동성 합창단의 Ich Liebe Dich 합창 연주  모습                                                               © 뉴민주신문
유난히도 뜨거웠던 지난 8일, 남산기슭 버티고개에서는 초여름 밤의 낭만을 즐기는 음악회가 열렸다. 초로의 신사들로 구성된 이구동성 합창단(단장 김지호)의 제4회 정기연주회였다. 특이한 점은 지휘자와 단원들이 모두 경동고 29회 동창생들이라는 것이다. 환갑이 넘은 인문계 남자 고교 동기생으로 구성된 특이하게도 음악 전공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창단 5년의 역사의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 이런 조건들을 대입하면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합창단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    정희종 사회자 가 이날 연주회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 뉴민주신문

이구동성이라는 이름은 29회 동기들끼리 입을 맞췄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팸플릿의 초대의 글을 통해서도 “타임머신을 타고 고교시절로 돌아간 기분으로 즐겁게 입을 모아 노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따가운 여름햇살에 알곡이 차오르듯, 우리들의 풋내나는 노래도 아름답게 읽어 갈 것”이라는 바램도 나타냈다. 합창 첫 곡으로 부른 ‘바램’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곡으로 청중들과 함께 합창한 ‘내 나이가 어때서’는 이들이 100세 시대에서 자신들은 아직도 다리가 아닌 가슴이 떨리는 청춘이라고 항변하는 듯 했다.

▲   이구동성 합창단 김지호 단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민주신문
 
김지호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창단한지 5년이 되었고 고교시절 학기말 시험을 보는 심정으로 공부하고 연습한 네번째 정기연주회인데도 아마추어들이라 아직도 떨린다”고 동정표 얻기 코스프레를 했지만, 그것은 엄살이었음이 바로 드러났다. 다양한 선곡과 합창수준에 프로급의 특별연주로 품격을 높인 연주회는 잘 짜인 진행으로 청중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흥을 돋구기에 손색이 없다는 칭찬이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루하지 않게 잘 짜인 진행과 연출로 청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단원들의 노력들이 청중들과의 공명을 만들어 낸 점도 돋보였다.   

 
▲  이순식 동기가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 뉴민주신문

연주회는 3부로 구성되었고 1부와 3부는 안암교회 전속 올갠니스트 이지영 반주자의 피아노 반주로 합창, 2부는 특별순서로서 동기와 동기 자녀들의 연주로 진행됐다. 1부의 합창은 지형주 교수의 지휘로 ‘바램’ ‘Ich liebe Dich’ ‘Beautiful Dreamer’ ‘사랑의 테마’ ‘Drinking Song’ 5곡을 연주했다.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및 동대학원 졸업한 지형주 연세대 교수는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음악미학을 강의하며 신반포중앙교회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연주곡 중 특히 돋보이는 곡은 ‘바램’과 ‘Ich liebe Dich’였다.
 
단원들의 감성이 가장 잘 묻어 나오며 아름다운 화음이 이루어져 감동을 자아냈다. 또한 ‘Ich liebe Dich’는 남성합창의 중후함이 잘 나타났지만 독일어 특유의 매력인 치음들이 제대로 잘 전달되지 못한 것은 옥의티였다고 보인다. 이구동성의 객원지휘자인 지형주는 씩씩한(?) 이구동성 합창단에 부드러운 감성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  여성 3인조 보컬 라꼼마의 공연 모습                                                                                        © 뉴민주신문
 
3부의 합창은 차정호 이구동성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축복의 노래’ ‘과수원길’ ‘사랑은 바람같이’ ‘내 나이가 어때서’ 4곡을 연주했다. 카톨릭대학교 의대 해부학 교수인 차정호 지휘자는 이구동성뿐이 아니라 안암교회 성가대와 파주 글로리아 색소폰 앙상블을 지휘하고 있는 30년 지휘 경력의 베테랑이다. 연주회 합창곡 9곡 중 6곡은 차정호 지휘자가 남성3부 곡으로 직접 편곡한 곡들이며 이 중 ‘사랑은 바람같이’는 차정호 지휘자가 직접 작곡했던 곡들 중에 하나다. 3부 합창곡 중에서 ‘축복의 노래’는 동창 자녀들의 결혼식 축가로도 사용하는 곡이라 그런지 자신 있게 좋은 화음을 만들어 냈다.
 
또한 ‘과수원 길’은 박선화 교수가 Obligato로 연주한 아름다운 플룻 선율로 맑은 느낌의 동요에 감미로움을 더하면서 지나간 날들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수인 박선화 교수는 현재 고려대 관악부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한편 차정호 지휘자가 작곡한 ‘사랑은 바람같이’는 이 곡의 백미인 감성적인 부분을 아주 잘 표현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워낙 아름다운 멜로디 덕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청중들과 같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는 한마디로 신나게 불렀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한편 2부 특별순서는 상당히 다양하고 흥미롭게 짜였다.

▲  바리톤 김동욱 단원이 독창을 부르고 있는 모습                                                                    © 뉴민주신문
첫 스타트를 끊은 바리톤 김동욱 단원은 ‘O Sole mio’ 를 열창했다. 합창단에 입단한지 불과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열공하여 첫 독창 무대를 자신 있게 소화해 낸 것은 이구동성 단원들이 아직도 패기만만한 젊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노신명양이 탱고음악의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Obilivion 망각’과 슈만이 아내 클라라에 헌정한 가곡을 리스트가 편곡한 ‘Widmung’을 연주할 때는 청중들이 황홀감에 빨려 들면서 장내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경동고 29회 노영배 동기의 장녀인 노신명양은 서울예고를 나와 연대음대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조선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 각종 신문사에서 주최한 음악콩클에서 1등 및 입상을 했고 베를린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고성적으로 졸업한 후 동 대학에서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인천예고에 출강 중이다.

▲이구동성 합창단의 공연이 끝난후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이정애 교수의가 총평을 했다       © 뉴민주신문

세번째로는 이순식 동기의 클래식 기타로 ‘아마존 여인’과 ‘종소리’를 연주했다. “이순식 기타리스트는 고교 때부터 클래식기타의 천재소리를 들었었고 학업과 사업으로 음악공부에 전념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출중한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사회자의 소개처럼 프로에 가까운 실력으로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2부 끝 순서엔 보칼 김영림, 기타 정다연, 드럼 최은지로 구성된 어쿠어스틱 여성3인조 밴드 라꼼마(Lacomma)가 밴드 음악과 함께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장내를 흥겹게 장식해줬다. 보칼 김영림양은 이구동성의 김을필 테너의 차녀라고 한다. 라꼼마는 작년에 서울시 거리예술단에 선발되었고 지난 5월에는 군포 철쭉축제에 참가했다. 대표곡은 ‘바래진 우리’와 ‘하루 종일 난’ 등 인데 이 날은 ‘밤이면 밤마다’ ‘여행을 떠나요’ 메들리와 ‘음밥’을 연주해서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  이구동성합창단의 고연이 끝나후 동기생 단원들이 함께 기념촬영 했다                               © 뉴민주신문
2부 특별순서 연주는 모두 동기들과 동기 자녀들이 참여해 가족사랑, 친구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칫 따분할 수도 있었던 합창 연주회에 드레싱효과로 격과 수준을 높였다. 

 
연주회에는 경동고 총동창회 박우철 회장을 대신하여 차철이 사무총장과 경동고 29회 동기회 원두희 회장이 참석하여 축하말을 해주었고, 사)한국언론사협회 연합취재본부장 이창열 회장, 대한민국건국회 임덕기 전회장,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이정돈 위원장 등 외부인사들이 참석해 연주회 개최를 축하했다. 

 
특히 특별게스트로 참석한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이정애 교수가 눈에 띄었다. 이교수는 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전국 최종 우승상, 푸치니 성악콩쿠르 대상, 워싱턴 국립교향악단 상을 수상했고 미국, 이태리, 프랑스, 독일 등 유명무대에서 200여 편의 오페라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다가 귀국 후 현재는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  피아니스트 노신명 양 의 연주모습                                                                                        © 뉴민주신문

이 교수는, 깔끔하고 재치 있게 사회를 진행한 사회자 정희종 테너의 부탁으로 응한 총평에서, 연주회는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효과 중요하므로 멋진 모습들에 점수를 주었다면서, 무엇보다도 모두들 노래하는 것을 사랑해서 노래한다는 느낌을 주어서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또한 2주 전에 연습광경을 지켜 보았을 때는 걱정과 우려가 많았는데 단 2주 만에 이렇게 달라진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천재들(?)이라면서 내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를 가져보라는 덕담을 곁들였다.

 
▲  초청게스트들과 함께 김지호 단장이 함께 기념촬영했다                                                      © 뉴민주신문

곡마다 이어진 청중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이정애교수의 총평은 이구동성 제4회 연주회가 대단히 성공적이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연주회에 이어서 진행된 리셉션에서 김지호 단장은 이구동성의 표어는 우정 사랑 힐링 봉사의 약어인 ‘우사힐봉’이라고 소개하면서 모두 여름 밤의 힐링이 되었기를 소망한다고 참석자들에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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