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핵심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

<정치시평> 이회창 지지도 2위는 국민들의 개혁진보세력 모욕주기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11/03 [16:20]

범여권 핵심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

<정치시평> 이회창 지지도 2위는 국민들의 개혁진보세력 모욕주기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11/03 [16:20]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천만의 말씀'들


[정치시평] 이회창 지지율 22%(2위)는 국민의 '개혁·진보세력 모욕 주기'



       * 목          차 *


-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나, 민주노동당까지 反한나라당 대연합하면 해볼만하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문국현, 이인제 후보가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
권영길 후보가 진보 세력의 대변자?
비전과 정책만 잘 제시하면 개혁·진보 세력에게 국민의 지지가 몰려올 것이다?
이회창 씨가 출마해 97년처럼 '이인제 효과'를 발휘해준다면 혹시라도?』



'천만의 말씀'들이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민주개혁 혹은 진보 세력이라고 라벨이 붙은 정치 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고 '혐오'만 켜켜이 쌓여 있는데,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쇼를 한들 씨가 먹힐 리 없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49.7 17.5 7.5 3.2 3.8 SBS-TNS코리아
52.8 16.1 6.5 2.6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이회창 출마시) (단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38.7 19.1 17.1 5.8 3.9 3.1 SBS-TNS코리아
40.3 22.4 13.1 4.8 1.9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45.4 18.7 12.2 SBS-TNS코리아
43.5 22.9 11.1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52.3 : 정동영 28.3 : 권영길  6.8 24.0% SBS-TNS코리아
이명박 57.9 : 문국현 17.3 : 권영길 8.7 40.6%
이명박 58.0 : 정동영 25.6  : 권영길 7.4 32,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62.3 : 문국현 15.1 : 권영길 13.0 47.2%
이명박 43.1 : 이회창 25.1 : 정동영 19.3  : 권영길  5.2 18.0%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SBS-TNS코리아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7.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8%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5년 내내 방콕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출마 단추'만 만지작거렸을 뿐인데 '지지율 22%'란다. 범여권 1위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단숨에 '전체 2위' 자리까지 꿰찼다. 어느덧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이슈 축에도 끼지 못하고, 이명박-이회창의 신구 보수 후보의 싸움이나 구경하다 끝날 판이다. 두 고래 싸움에 범여권의 새우들만 등이 터지게 생겼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한물간 이회창 후보의 20%대 지지는 사실상 개혁·진보 세력에 대한 일종의 '모욕(侮辱)'이다. 정작 섬뜩한 건 이회창이 아니다. 만약 박근혜 씨가 경선 패배자로서 본분을 다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그의 부채를 모두 털어버리고 난 뒤, 즉 대선 후에는 딴살림을 차려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표 분산으로 개혁·진보 진영이 유리해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박근혜 신당은 범여권의 어떤 정치 집단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박에 이명박 여당과 자웅을 겨루며 최소한 제1 야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기초 상식에 가깝다.


박근혜 신당의 등장은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과 진보정당 후보들을 모두 3위 이하로 끌어내리며 철저하게 씨를 말려버릴 수도 있는, '숨겨진 빅카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치판에도 일본식 '보수 독점의 양당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씨의 지지율 22%를 바라보는 눈이 '극도의 위기감'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고선, 이런 재앙적 상황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당장 범여권의 처지를 보라. 범여권의 1위 주자는 지지율이 한나라당 후보의 절반도 안되는 15~20%대다. 이런 상태가 도대체 몇 개월째인지 모른다. 범여권이 제아무리 140명의 국회의원으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를 꾸려 단합을 과시해도,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가 단일화해 그 중 누가 나서더라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최소 30%, 최대 50% 차이로 대패한다는 여론조사가 벌써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걸 표로 계산하면 대략 500만~1000만 표 차이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참담한 패배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까.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이 전멸에 가까울 것이다.


여론조사가 만능은 아니지만, 수개월째 똑같은 현상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걸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대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패가 개혁·진보 세력 앞에 하루하루 선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한 달여밖에 안 된다.


이런 상태가 대선 후보 등록일까지 계속된다면, 더이상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차라리 개혁·진보 진영의 모든 후보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총사퇴'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한 명만을 상대로 대선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안될 말인줄 잘 알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무슨 '개망신'인가. 이러고도 아직도 대통합이, 단일화가, 대연합이 시대정신인가? 이제 제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그만 치자. 추하다 못해 역겹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다가올 '12월 19일'이 더 무섭다. 달력에서 그 날이 지워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경천동지할 변수가 불거진다 해도, 대선 후보가 파렴치범으로 밝혀진다 해도 '묻지마 한나라당'이란다. 도대체 이게 제정신인 나라인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봐도 더 꼴보기 싫은 '진상 후보'들만 널려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현명하기만 한 국민들이 왜 이토록 범여권과 진보 세력에게는 모질기만 할까.


그런데 곰곰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가족 행복의 시대. 차별 없는 성장이어야 한다.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론 안된다.'는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도로잡탕우리당'의 정동영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가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 근거조차 없는' 문국현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미덥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당' 권영길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너희 정규직부터 똑바로 하라고 국민들이 역정(逆情)을 내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유시민,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그리고 그 아류인 범여권 세력이 더이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지난 5년 동안 그들 스스로 줄기차게 증명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에 당선시켜줘, 국회 과반수 만들어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음에도, 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언론 개혁 등 그 어떤 개혁적 조치 하나 똑 부러지게 해놓은 게 없다. 개혁은커녕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생쇼로 집값 폭등,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으로 지지층 모욕 주기, 비정규직 해고법이 돼버린 비정규직법 개악, 학부모들을 '교육 노예'로 만들어버린 엄청난 사교육비,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 탄압, 교활하게 밀어부친 한미FTA 체결 등 2002년 대선에서 표를 찍어줄 때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패악질'만 저질러왔다.


그럼에도 입으로는 사과한다면서도 단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사과한다는 말이라도 말지. 장난하나(?).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노 세력들은 툭하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국민들에게 대들기 일쑤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장판을 벌였다.


그나마 믿을 만한 민주노동당은 2012년에나 집권할 거라며 진작부터 나자빠지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후보가 뜻 모를 '지루한 선거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일 진보정당으로서 자부심과 절박함은 온데 간데 없고, 당에서 한가락한다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나 지역구에만 눈이 돌아가 있다는 비아냥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자체가 이미 진보정당으로서 '볼장 다 본 집단'이란 이야기다.


이것이 개혁·진보 진영을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만든, 더이상 꼴도 보기 싫게 만든 생생한 '증거'들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떤가. 국민들은 이들이 주장한 말들은 불도저로 밀든, 상대방의 발목을 붙잡든 꼭 실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능한 민주개혁 세력과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는 거다. 경제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끝장(?)를 봐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야 아무리 옳지 않든 그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의 철학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큼은 충실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강남 부자들에게, 영남 보수 세력에게, 재벌들에게, 보수 언론에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자영업자들에게 알알이 '정치적 신뢰와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최소한 '자신들의 욕망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든, 이 후보가 파렴치범이든 아니든 이명박만을 목이 빠져라 지지하는 이유이다.


개혁·진보 진영은 이 현상을 천민자본주의와 극단적 신자유주의가 결합해 낳은 '파시즘적 광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할 때 하더라도 배워야 할 점도 있다. 바로 정치 지도자 및 정당과 지지자 간 대표와 책임의 연결고리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 '택도 없는' 집단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부정해서는 안된다.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최소한 정당의 형태로 존재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자신의 지지층을 어떤 가치로 묶어내고, 그들을 어떻게 제대로 대변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냐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헌법에 규정된 정당정치의 본질이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개혁 진영이라는 정치 집단은 정치의 이 기본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굳건하게 구축하기보다는 지지자들을 배반하고 우롱해왔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더이상 민주개혁 세력을 '비빌 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민주개혁 세력의 무능과 철학의 부재가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내세운 한나라당이라는 정치 집단은 최소한 예측가능한 정치세력이다. 반면 범여권이라는 정치 집단은 집권하면 또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정치 사기꾼 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범여권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사상 최대의 양극화는 한나라당이 집권한들 '니들보다야 못하겠느냐.'란 체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체념보다 더 무서운 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민주개혁파 정치꾼들도 한번은 '대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까지 더해졌다.


이게 바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들이 엄청난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알파와 오메가'다. 그리고 그 열쇳말은 '신뢰'다.


정치·경제적 비전과 정책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제아무리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그 정치 집단이 그걸 실천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라는 믿음 자체가 없는 한, 메아리 없는 헛구호일 뿐이다.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이명박의 길이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면 시켰지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 자율형 사립학교 확대,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케하는 금산분리 완화 등 그의 정책에는 반대가 더 많다는 여론조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이 꿈꾸는 사회와 서민대중이 염원하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는 걸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도 지당한 소명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런 말을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하면 더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이미 '늑대소년(양치기소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번 대선에서도 혹독하게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그런데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언을 해줘야 할 진보개혁 성향의 지식인들조차 연일 '과거 불문'하고 "단일화하라.", "민주노동당까지 참여해 대연합하라."는 등 정신 나간 소리만 하고 있다. 정당정치를 황폐화시키고, 정치를 희화하(戱畫化)는 데 개혁·진보적 학자와 재야운동 대표,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의 근원은 개혁·진보 세력이라는 정치 집단 전체에 대한 깊은 '국민적 불신'에 있음에도,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본인들은 "위기 상황이니 해볼 건 다 해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이왕 버린 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보자.'는 '막장 노선'이다.


이들의 주장이 퇴행적인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쌓여온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기득권화와 양두구육식 과오들을 단일화나 무지개 대연합이라는 천막으로 또다시 가려주는 짓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치 집단의 대표들을 가지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경제가 이 사람들로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짓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네 사람이 똘똘 뭉치면 여기에 감동해 떠나간 50%의 지지자들이 돌아올 것이란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착각'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조차 왜소화된 진보 세력들로부터 절반도 안되는 믿음밖에 갖고 있지 못한데, 하물며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들이 아무리 합쳐봐야 불신 덩어리만 키우는 짓이다.


이 때문에 평범한 국민들조차 지금은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연정이 아니라 연정 할아버지를 해도 별 의미 없다고 하는 짓을, 왜 개혁·진보적 학자와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책상 머리 앞에서 정치권을 향해 한사코 "쇼를 하라." 외치고 있을까.  


범여권이 지난 5년 동안 한 일을 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4년 10개월 동안 우회전만 하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좌측 깜빡이' 좀 켰다고 일제히 환호하며 "이제 가는 방향이 같아졌으니 모두 모여 연정하자."고 외치는 자칭 개혁·진보 지식인들의 코미디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말밖에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 경영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문국현 씨를 그것도 전과(前過)가 있는 친노 인터넷신문이 'Again 2002년식 캠페인'으로 또 대통령 만들어보겠다고 허풍 떨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대권 3수생 권영길 후보? 하품부터 나온다. 지금은 2007년이다. 이런 것들은 더이상 개그 소재도 못 된다.


그러고 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낸 건 비단 범여권의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그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학자라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우리는 누차에 걸쳐, 지난 10년의 민주정부가 추진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민주개혁 세력의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2선 후퇴'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연후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잘된 평화 노선은 계승하되 잘못된 경제·사회적 노선과는 과감하게 '단절'하고, 그나마 개혁·진보적 '일관성'을 지켜오며 신뢰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를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새 비전과 색깔로 보수 진영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대결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는 여건상 적용하기 힘들게 됐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이 길 외엔 개혁·진보 세력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어떠한 정치적 주장과 비전도 정치 주체들이 그걸 실천할 의지와 철학이 있고, 대중들도 '저 사람들이라면 중간에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만 대중적 지지와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상'이 아니라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주장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려면 '지금의 참담한 상황'이 왜 이상적인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범여권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전히 "이놈 저놈 빼면 누가 남느냐.", "맨땅에 헤딩하자는 거냐."며 코웃음 치기도 한다. 자기를 희생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새로운 길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귀를 기울인 현실 정치인은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 등 불과 2~3명뿐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지지자들을 배신한 범여권과는 단절해야 한다며 그 주변에는 얼씬도 않고 있다. 제정신 박힌 정치인이라면 그 판에 기어들어갈 리도 없었으리라. 안따까운 건 그 정도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대다수 범여권 정치인들은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는 청맹과니 같은 소리만 지껄이더니, 이놈 저놈도 모자라 딴놈까지 끌여들여 '도로잡탕우리' 안에 모두 끌어다 놓았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그대로다. 5년 동안 잠자코 있던 꼴보수 이회창 씨가 나서도 범여권 1위를 달리는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개혁·진보 후보들은 모두 3등 이하로 줄지어 서 있는, 참담한 '꼬라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오늘날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등 개혁·진보 진영 몰락의 핵심은 딱 두가지다. 바로 '국민적 신뢰의 붕괴'와 잘못된 '노선과 정책'(비전)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절대 돌파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범여권과 문국현, 권영길 진영은 하나같이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의 문제 즉 기성 정치인들의 문제는 속 빼고, 후자인 비전과 정책의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비전과 정책의 문제라도 제대로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후보 단일화니 연정이니 따위의 정치 공학과 버무려져 쇼를 해서라도 난관을 돌파해보려는 꼼수까지 가미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수준을 얕보고 있다. 그러니 이 모양 이 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범여권 정치 집단의 진솔한 사과와 분명한 책임이 필요하고, 정책과 비전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와의 가혹한 단절'이다.


책임의 문제를 생략하고 이를 비전과 정책으로 덮을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걸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 속에는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지난 10년의 과오에 대한 '심판 욕구'가 분명이 도사리고 있다. 이걸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민주개혁의 주도 세력을 자임하며 정권의 핵심에서 한자리씩 해먹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계속해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사살'하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 같다.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무정함만 탓할 일도 아니다.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들조차 이번엔 이명박 찍어서 저 꼴보기 싫은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이번 기회에 대청소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마다 자신의 성향이 진보라고 밝하면서도 이명박을 찍겠다는 사람이 30~40%나 된다는 걸 보면, 실제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진보적 지지층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닳고 닳은 범여권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그들 누구도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독박 써주기만을 은근히 바랐다. 그게 안 되니 이제는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 단일화니 대연합이니 떠벌이고 나서는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바로 이들의 '메기 등'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이 무너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국민들의 '민주개혁 진영의 주도 세력도 한번은 대청소해야 한다.'는 열망을 해소시켜주지 않고선 '한나라당 묻지마 지지'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일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의 10월 25~27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 10년의 평가는 국정 실패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가 58.4%나 됐다. IMF를 극복하고 남북 평화 구조를 얻은 '성과 있는 10년이었다'는 37.0%에 그쳤다. 조선일보-한국갤럽의 10월 29일자 조사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48.4%로 '되찾은 10년'이라고 한 38.4%보다 많았다.


이명박 후보의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아준 지지였고, 민주개혁 세력에겐 그만큼 책임을 묻고 있는 경고인 셈이다.


설사 잃어버린 것은 10년이 아니라 국가 부도의 외환위기를 불러 온 노태우-김영삼 정권의 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쳐도,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 기간 동안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책임을 이제는 누군가는 져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상이 비단 노무현 대통령 한사람뿐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문가지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지난 두 번의 정권 획득을 좌절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물었다. 이제 국민들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책임지고 '정권 중심부에서 사라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범여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의 이런 분노를 달래주기는커녕 가장 책임이 큰 사람 순서대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는 '뻔뻔한 욕망'만 드러내며 생난리를 피웠다. 국민들의 화를 머리끝까지 치밀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온갖 비리 의혹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거의 사기꾼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범여권이 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이명박 묻지마 지지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일찍이 이명박 후보 만한 '행운아'도 없었던 것 같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그의 지지율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떠받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은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재오 의원도 아니다.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 정치인들의 '포크레인질'이다.


지금으로선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자신밖에 없어 보인다.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이제 범여권이든 문국현이든 권영길이든 대선 때까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고 비판할 건더기도 없다.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런 비판 듣고 뭔가를 개선할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9일 대패하고 나면 이들은 또 무어라 말할 것인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명박의 독재를 견제하는 게 시대정신이다.'고 우기며 국회의원이라도 시켜달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떼를 쓸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더욱 심판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은 범여권의 단일화나 대연합보다 범여권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선언이 더 절실한 때이다. 오히려 그게 단일화 쇼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소한 반성하고 있다는 진정성은 증명되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어차피 대선에서 표로 심판받게 될 처지임으로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신기남, 천정배, 김두관 등 노무현 정권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고 그럼에도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난장판을 벌였던 사람들은 1차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 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과 김근태, 김진표, 강봉균 의원 등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몰락에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구태스런 정파 싸움에서 주류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개혁·진보 진영 붕괴에 책임이 큰 사람들은 이 대열에 대대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범여권과 문국현 진영을 오가며 거간꾼 노릇하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총선 불출마 대열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단일화나 대연합이 아니라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가 시대정신이다'. 최소한 그 정도의 결단도 보여주지 않고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적 냉소와 혐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에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앞에서는 개혁·진보 진영의 '위기'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총선 지역구나 고르며 주판알 튕기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선에서 '51 대 49'로 역전시켜 보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면 된다고?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임으로 좋은 비전 제시가 가장 중요하다? 이 또한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말을 해도 너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데 비전이 다 무슨 소용인가.


전망 투표도 대상이 되는 정치집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리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다. 더군다나 지난 5년 동안 실적이 형편없는 정치 집단에게 전망 투표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난센스'다.


따라서 과거를 심판하고자 하는 욕구를 종식시키고 이를 넘어서서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대한 정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범여권은 이를 철저하게 '생까'버렸다.


이와 관련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한 위원은 지난 10월 16일자 <프레시안> 좌담회에서 범여권의 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범여권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본다. 능력의 위기이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기도 모르는 가치와 비전의 위기라고 본다. 남은 건 무엇인가를 버리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기득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이다."며 범여권이 이제라도 '기본에 충실할 것'을 충고했다.


또 다시 네탓, 남탓하며 다음 총선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순간, 그들은 총선에서 전원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책임지라.'는 요구를 범여권이 언제까지 모른 체할지, 진보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침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임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건 그들의 자유이나 국민들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라는 것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구차하게 버티다가는 내년 총선에서도 '재앙적 결과'를 맞게 될 거라는 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이번 대선 후보들을 놓고 더이상 답을 묻지 말자. 이미 정답은 쏙 빼놓고 오답들만 예문으로 제시해놓고 답을 묻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정답 없음'밖에는 할 말이 없다.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과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주장이 '고깝게' 들리는 사람들은 나에게 돌을 던져도 좋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날라오는 돌은 눈곱만큼도 겁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두려운 것은 오는 12월 19일 날라올 상상하기조차 힘든, 민심의 돌멩이들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소리를 아무도 안 하고 있기에 내가 한 것뿐이다. 당사자들은 이런 주장이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이 방법 말고 지금의 참담한 난국을 풀 돌파구가 있는지.


그러나 대국민 사과와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및 2선 후퇴 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금으로선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99%'다. 그 대신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킬 가능성은 '1%'일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비상한 결단을 주문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지금의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의 주류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이미 시대정신과는 '안드로메다급'으로 멀어진 행성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족함을 알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더이상 추한 꼴 보이지 말고 2선으로 후퇴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저마다 좋은 후배들을 찾아 앞세우고 새 시대의 밀알이 되는 걸로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또한 이번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과 그 집단들은 분명하고 깔끔하게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개혁·진보 진영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자 의미 있는 견제 세력이 탄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금처럼 앞에서 똥차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한, 개혁·진보 진영의 앞길은 앞으로도 쭈욱 '시계(視界) 제로'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의식 있는 개혁·진보 성향 지식인들조차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들도 '재수 없긴' 마찬가지다. 팔 광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아주 죽을 맛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알량한 사명감 때문에라도 투표는 할 것이다. 비록 '흑싸리 껍닥' 패만 들고 대선 투표판에 끼어들겠지만, 그래도 덜 쪽팔리는 패를 찾아 치는 데까지 쳐볼 것이다. 이미 광박, 피박은 면하기 틀린 것 같고 '쓰리고'라도 안 당하면 천만다행일 것 같다.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거듭 강조하지만 가장 큰 핵심은 비전이나 정책, 단일화나 대연합 따위가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이다. 지금은 여기에 올인할 때이다. 오늘날 개혁·진보 진영의 참담한 모습은 이 기본이 빠진 채 지난 수개월을 허송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길은 없다. 이 기본을 먼저 복구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다.


또한 차선(次善)이나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 정치와 정당 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100년 가는 정당을 급조해 3년도 못 가 풍비박산 나는 것보다 3년이 걸리더라도 '100년 갈 만한'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것 중에 최선이 없으면 '맨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적 쇼로 적당히 때울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지금은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기존의 관성과 전혀 다른, '창조적인 혼(魂)을 실어야'만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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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cjycjy.org ,  글쓴이 / 파인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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