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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를 당선시킨 미국 민주당의 힘
<의정칼럼> ‘민주당 위기론’은 없다
 
국회의원 김부겸
▲ 김부겸 의원     © 뉴민주.com
6개월 전만 해도 설마 했었는데 진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괜히 제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나이로 마흔여덟 소띠입니다. 저는 흑인이란 점보다 그가 너무나 젊다는 점이 더 놀랍습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도 오바마는 대단했습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목격한 오바마의 카리스마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전당대회장이란 데가 시끌시끌합니다. 거의 장바닥 수준이죠. 그런데 오바마가 연설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일순 정적이 감돌더니 2분쯤 지나자 탄성이 터져 나오고 5~6분이 흐르면서 완전히 열광의 도가니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작 대통령 후보인 존 캐리나 클린턴 등에 관한 얘기는 묻혀 버릴 정도였습니다. 잠깐 스쳐 지나면서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하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게 10년쯤 후면 큰일을 하겠구나 싶었더니 웬걸 4년 만에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제가 젊은 정치지도자의 등장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지금 우리 민주당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민주당이 위기라고 말합니다. 리더십, 정체성, 지지기반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민주당 사멸론 내지 제3의 대안정당론까지 운운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논의 자체가 불순하거나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강한 리더십 보다 강한 정당이 먼저다.
 
첫째, 그런 논의는 한국 정치가 걸어 온 길고 긴 질곡의 역사를 벌써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으로 따지자면 3김 만한 리더십이 어디 있겠습니까? 3김은 자기 마음대로 당을 만들기도 하고 쪼개기도 했습니다. 리더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되고 그 계파가 정치를 끌어가는 기본 단위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정당은 수수깡처럼 허약해졌습니다. 그런 식으로 ‘약한 정당-강한 리더십’의 조합이 바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물론 ‘강한 정당-강한 리더십’이면 되지 않냐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잘 없습니다. 강력한 대선 후보는 필연적으로 당을 사당화 한다는 게 우리가 이미 겪어 본 경험적 진리입니다.
 
둘째, 지도자를 강조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정작 강화시켜야 할 정당을 또 다시 소홀히 취급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민주개혁세력(민주당으로 통칭하겠습니다)의 집권 10년이 끝나고 보수정당(한나라당)이 재집권한 상황입니다. 그 10년 동안 민주당도 변하고 한나라당도 변했습니다. 민주당은 집권 경험을 가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야당과 여당은 다릅니다. 유럽의 사민당조차도 집권당이 되면 적잖이 중도화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이제 다시 야당이 된 민주당으로선 자신 본연의 노선과 정책을 상황과 시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야당을 하는 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특히 정책과 입법 능력이 신장되면서 소위 시장주의적, 발전주의적 사회경제정책을 많이 갈고 닦았습니다.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 먹혔고 그래서 이긴 겁니다. 우리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의 사회경제정책에 맞서는 그리고 그것을 능가하는 정책 대안으로 완전무장하지 않고는 절대 국민에게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것이 중요하지 지금 당 지도부가 강력한 대선 후보감이냐 아니냐...... 그런 식의 얘기는 정치를 승패나 결과만 놓고 보는 선거꾼들이 주로 구사하는 논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라는 조직입니다. 이번 미 대선 과정을 조금만 살펴봐도 오바마가 민주당을 집권당으로 만든 게 아니라, 민주당이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정당 지도자는 커녕 초선 상원의원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지만 그 나이에 혼자 힘만으로 절대 그렇게까지 올라갈 수 없습니다. 당 차원에서 밀어주고 끌어줬기 때문에 오늘의 오바마가 있을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오바마를 키워 낸 민주당이야말로 대단한 당입니다. 성숙한 정당이고 강건한 정당입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당이 먼저 강해져야 합니다.
 

투쟁력이 아니라 투쟁을 넘어선 통합력
 
제가 보기에 미국 대선의 또 다른 의미는 양대 정당의 성격 변화입니다. 공화당은 더 이상 레이건이나 부시 류의 강경 보수가 이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당내 이단아였던 맥케인이 후보였다는 게 그 증좌입니다. 동시에 민주당 역시 어찌 보면 위험한 카드일 수도 있는 오바마를 택할 정도로 정치 사회적 통합력과 조정력을 간구했습니다. 오바마야말로 흑과 백, 엘리트와 빈민,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통합의 표상입니다. 이것이 지금 미국 민주당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인 것입니다. 이렇게 당이 뚜렷한 노선과 체계적인 정책으로 무장되어 있으면 지도자는 시대정신이 저절로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셋째, 설사 민주당 위기론을 한나라당에 대해 더 강력한 투쟁성과 전투력을 보여주는 야당이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펼친다 하더라도 그 역시 저는 경계해야 할 단견이라 봅니다. 그 분들은 야당할 때의 한나라당을 예로 듭니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그렇게 했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시 한나라당처럼 저주에 가까운 비난과 독설을 지금 우리 민주당이 앙갚음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글쎄요. 분명히 어떤 분들은 속 시원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성토하면서 한국 정치가 좀 더 품격 있고 세련되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해왔습니까?
 
제가 이번에 교과위 위원장이 되어 사회자의 입장에서 국감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도 그렇습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좋은 질의가 언론에 보도되는 게 아니라 여든 야든 독한 말, 자극적인 언사, 격한 행동들이 주로 보도되었습니다. 역시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였습니다.
민주화 이후 20년이 지났습니다. 정당의 행태도 이제 달라져야 할 때가 됐습니다. 역사의 진보를 믿는 우리 민주당이 연극 대사를 가장해 정권을 향해 욕설을 퍼붓던 2004년의 한나라당 수준으로 퇴행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정녕 그렇게 해야 기사화가 되고, 야성을 인정받고, 그런 싸움을 일사불란하게 잘 지휘해야 야당 지도자가 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예의를 갖추면서도 여당을 강력하게 비판 견제하는 야당이 되는 방법은 강구하지 않고 그냥 험한 말, 오직 격한 언어만 가지고 하는 야당은 저는 사절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안도 해결책도 없이 말하는 위기론에 흔들려선 안 돼
 
총선이 끝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완전히 폐가가 되다시피 한 야당에 대해 지도자가 없느니, 정체성이 약하니, 지지기반이 무너졌느니 하는 소리는 어떤 대안도, 해결책도 내장하지 않는 일종의 ‘악성 루머 만들기’입니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민주당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 무조건 들입다 붙어서 싸우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다 보면 지도자도 나오고, 지지층도 다시 결집할 것이라는 충고라면 충고인데, 제가 보기에 그야말로 대단히 소박한 낙관론에 불과합니다. 거기엔 아직도 국민들이 유신시대나 5공 시절 DJ나 YS를 대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시대착오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민주당 사멸론이나 다름 없는데 현실적으로 그럼 어떤 당이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저는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치기어린 환상론 아니면 한나라당이나 좋아할 얘기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지도자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지 기반도 되찾아 올 수 있습니다. 정체성?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일거 수 일투족을 보십시오. 하나 같이 민주당과는 극과 극입니다. 서민에 대해 부자를 편들고, 대북 화해보다는 대결을, 교육에서는 평등보다 엘리트주의를, 인권 보다는 권위를, 언론 자유보다는 통제를 더 좋아하는 모습을 역력히 보면서도 차별성이 없다고 하니 그럼 민주당더러 혁명정당이라도 되란 말입니까? 정체성, 단언컨대 분명히 다릅니다.
 
따라서 민주당 위기론의 근거는 전반적으로 대단히 박약합니다. 1년 안에 차근차근 전열을 정비하고 정책적 내용성을 갖춘 다음, 2년 후 지방 선거를 세력 연대의 계기로 삼는다면 5년 후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도자도 떠오를 것입니다. 지금 괜히 섣부르고 입빠른 말에 우왕좌왕할까 그게 더 두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선 후보감이 아니라 정당입니다. 정당정치의 성숙만이 한국의 오바마를 만들 수 있음을 이번 미국 대선은 또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민주당>
 

기사입력: 2008/11/08 [07:09]  최종편집: ⓒ 뉴민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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