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인물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민주당에 ‘올드보이’들의  이름이 빈번하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대선과 총선을 통해 백의종군의 길을 걷게 된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 두 사람이 그 주인공.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이들의 출마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마 여건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경우 출신 지역구인 전주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며,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에도 수원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해 국민적 정서나 당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총선 낙선 후 1년 만에 복귀를 시도하는 그들을 여의도에서는 환영으로 맞아들일지 지켜볼 대목이다.
정동영 전 장관의 경우 민주당의 대선 참패 주역으로 낙인이 찍힌 채 총선에 임했고, 총선에서도 연이어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특히, 총선에서 정 전 장관은 같은 당 이계안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을)을 물려받으면서 당 안팎에서 ‘배려 공천’의 비난까지 받았던 바 있다. 그럼에도 낙선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다시는 정치 복귀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돌기도 했었다. 전주조직, 정동영 출마 부채질
특강에 나서기도 하면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듀크대에서도 정 전 장관에 대한 배려가 남달라 생활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당초 예정대로라면, 내년 2월쯤 중국으로 넘어가 칭화대에서 유학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재보궐선거 출마 등 국내 정치 복귀를 종용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짐에 따라, 칭화대 유학은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작 본인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주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하더라도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대통령 후보까지 나왔던 거물급 인사가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한다는 자체가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정 전 장관이 전주에서 출마하게 된다면 지역구는 덕진구가 될 예정이다.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김세웅(55·전주 덕진구) 의원이 2심에서도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았기 때문. 사실상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확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정 전 장관이 출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정동영계 핵심이었던 채수찬 전 의원도 이 지역에서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국회 재입성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관리’와 ‘자기 사람 챙기기’에서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 전 장관이 과연 채수찬 전 의원의 출마를 막고 본인이 직접 나설 수 있을까 하는 데 의문이 생기게 마련. 정 전 장관의 핵심 측근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거만한 이야기 같지만, 덕진에 나오려고 미리 준비해야 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며 “덕진 출마는 준비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라고 밝혔던 바 있다. 그는 특히, “때가 와서 여론이 형성되면 출마할지 안할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 은평구 같은 곳이라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지만, 덕진구는 판단 문제인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북의 맹주인 정 전 장관이 현역 복귀를 위해 전주에서 나선다는 것은 스스로도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대목이다. 덕진에 출마해 국회 재입성은 가능하겠지만, ‘정동영’ 이미지에는 크나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진 출마를 강행할지에 대해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정 전 장관이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측근이나 주변 조직에서 그의 출마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는 것. 정 전 장관이 백의종군의 길을 걸음으로써, 함께 낙향한 그의 밑바닥 조직 세력들이 살길 마련을 위해 정 전 장관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 전 장관 핵심 측근들은 전주 덕진 출마설과 관련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을 따랐던 상당수 당원들과 전북지역에서는 그의 컴백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만났던 정 전 장관 핵심 측근도 이와 관련해 “덕진 출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바도 없을뿐더러, 관련 기사들도 너무 허무맹랑하게 쓴 소설들”이라며 “정동영을 등에 업고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전주 쪽 일부 조직에서 출마설을 자꾸 흘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역 조직이 살길 마련 차원에서 자꾸 부채질 하고 있다는 뜻이다. 부채질을 통한 바람으로 불씨에 다시 불붙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권력의지가 강한 정 전 장관으로서는 미풍만으로도 불이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높은 탓에, 덕진 출마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동영·이재오, 빅매치 성사되나? 한편,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이 덕진이 아닌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지역구인 은평(을)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문국현 대표는 이미 검찰로부터 징역 2년6월을 구형받고, 내달 5일 첫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경우, 은평(을)에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복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재보궐선거에 나서게 된다면, 이 지역에 정동영 전 장관이 같이 출마해 빅매치를 펼쳐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복귀의 의미도 있고, 출마의 명분도 확실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정 전 장관이 재보궐선거에서도 3연속 패배를 맛보게 된다면 재기 불능 수준까지 가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이래저래 정 전 장관으로서는 이번 4월 재보궐선거 출마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동영계 우윤근 의원은 정 전 장관 귀국과 관련, “연말에 귀국해서 지인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에 눈독 들이는 손학규
전원주택에 머물며 등산과 독서 등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전 장관이 재보궐선거 출마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에는 비교적 출마가 자유로운 편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손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바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가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은 바로 경기도 수원 장안구다. 이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종희 의원은 사전선거운동 혐의와 향응제공 혐의 등으로 이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 밖에서 긴밀하게 전해오는 소식에 따르면, 손 전 대표는 이미 수원 장안 지역에 실사진까지 보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같은 풍문이 사실이라면 손 전 대표는 이미 출마에 대한 마음을 굳히고 있는 것이다. 또, 민주당 깊숙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에서 손 전 대표를 이 지역에 전략공천으로 출마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손 전 대표 스스로도 이미 준비 중에 있으며, 당에서도 전략공천으로 손 전 대표를 생각하고 있어 출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섰을 때, 그를 향한 당내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손 전 대표에 대해 팽배했던 당내 불만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때 당내에서는 손 전 대표 방침만 아니었더라도 민주당이 최소 총선에서 10석은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성토마저 팽배했었다. 더욱이, ‘관리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세균 대표 체제에서 손 전 대표가 부활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안 그래도 야당성이 약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에 ‘한나라당 2중대’ 비판을 받고 있는 손 전 대표가 다시 당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부정적 시각들을 뚫고 손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대목이다. 손학규 전 대표나 정동영 전 장관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재입성하게 될 경우, 민주당의 세력 판도는 다시금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 8~9곳 재보궐선거 한편, 현재까지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모두 8곳이다. 서울에서는 금천구에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다. 또, 경기 수원 장안구에서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인천 부평(을)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구본철 의원이 2심에서도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아 사실상 의원직 상실 직전에 처해 있다. 울산 북구에서는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경남 양산에서는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전주 덕진에서 민주당 김세웅 의원이 2심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무소속으로 경주에서 김일윤 의원이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으며, 전주 완산갑 무소속 이무영 의원도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경우에는 이제 막 검찰 구형이 나온 상황이며, 검찰은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다. 취재 / 정수영 기자 / 브레이크뉴스 <저작권자 ⓒ 뉴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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