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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마포구, 전국 최초 청년 일자리 창출 통한 ‘서체 개발 프로젝트’
업계 신선한 충격 안긴 청년 9명…취업‧창업 꿈 이루며 새 인생 계획
 
김옥윤 기자
▲ 마포서체 개발 최종 결과 보고회 단체사진     © 마포구청

 

“디자인팀 직원들이 업무 교육받는 것에 불평하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는데 제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그 디자인 교육은 제가 너무도 바라고 원했지만 들을 수 없는 교육이었거든요”

 

서울 마포구(구청장 유동균)의 청년 일자리 지원책인 ‘서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11개월간 마포형 서체를 개발한 청년 강병호 씨의 말이다.

 

강 씨는 2013년 국내 타이포그래피 업계 선두주자인 윤디자인의 디자인팀에 지원했다가 탈락하고 대신 영업기획팀에 입사해 훗날을 도모했다. 약 3년 3개월간 디자인 일과 상관없는 일을 하며 서체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지만 끝내 그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강 씨를 비롯해 비슷한 처지의 청년 9명이 마포에 모였다.

 

강 씨처럼 열정이 넘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마포구가 마포형 서체 개발이라는 목표와 일자리를 제시했다. 전국 최초로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경력 형성, 역량강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브랜드 서체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에 합류한 마기찬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마포구에서 서체디자이너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당시 저는 월급으로 50~60만 원 받으며 영상회사에서 일하다가 지쳐서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하던 때였어요. 배울 곳이 없어서 혼자 방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주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9명의 청년들은 이후 11개월간 각고의 노력을 통해 각자 개발한 서체 1종씩을 세상에 내놓았다.

 

홍대 문화, 자생하는 난지도, 역사와 문화,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클래식공연,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당인리발전소, 개방과 소통, 자유와 글로벌 등 마포를 상징하는 9가지 세부 키워드를 담아 마포를 표현한 서체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10월 21일,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서체 디자인 공모전인 제27회 한글 글꼴 디자인공모전에서 마포구 서체디자인실 청년들은 무려 7명이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현직에 있는 폰트디자이너들과 겨뤄 이룬 성과였다. 

 

디자이너로서 손색없는 수준을 보인 청년들의 인생은 이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10월 9일, 폰트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들의 마포형 서체 전시회는 관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과거 자신들이 입사에 탈락시켰던 청년들이었지만 이제는 다시 그들을 채용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10월에만 윤디자인에 3명, 폰트룸에 1명 등 총 4명의 입사가 결정됐다.

 

마포나루 서체를 개발해 마포구청이 공문서 등에 사용하도록 제공한 강병호 씨는 아예 창업을 결심했다. 그간 쌓은 실력이 알려지며 이미 강원문화재단과 디자인소리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서체개발 의뢰 수주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얼마 전 폰트업체인 폰트룸에 입사를 결정한 장수화 씨는 27살 때 까지 무려 26가지의 일을 했다.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로, 은행 청원경찰로, 밤도깨비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일할 때는 하루에 수박만 500통을 잘라봤다. 

 

그러던 중 그녀는 진짜 원하는 꿈을 위해 27살에 시각디자인학과로 편입했고 29살에 서울로 상경했다. 장 씨는 “막상 상경은 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던 시절, 마포구가 공고한 서체디자인 개발 프로젝트를 보게 됐고 그게 제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윤디자인에 입사를 결정한 후 12월 9일 첫 출근을 기다리고 있는 김연아 씨도 마포구에 고마움을 전했다. 김 씨는 2018년 윤디자인에 디자이너로 지원했다가 탈락한 이력이 있다. 이후 마포구의 서체 개발에 합류해 실력을 갈고 닦았고 제27회 한글 글꼴 디자인공모전에서 입선한 데 이어 얼마 전 윤디자인에 최종 입사가 결정됐다. 

 

그녀는 “이 곳에서의 11개월은 저의 부족한 포트폴리오와 경험, 마인드까지 완전히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이런 청년 일자리 지원책이 없었다면 제가 어떤 상황일지 저도 잘 상상이 안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9명의 청년들은 이제 각자 취업과 창업, 그리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새 삶을 계획하고 있다. 

 

청년들이 개발한 9종의 서체는 11월 중 특허 및 디자인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예정이지만 서체 분야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11월 4일부터 6일에는 마포구청 어울림마당에서 마포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마포구의 특색이 담긴 서체를 주민 누구나 감상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마포구 서체 개발 프로젝트의 끝이자 시작이다.

 

마포구는 향후 각종 공문서와 명함, 현수막 등에 청년들이 개발한 서체를 사용할 계획이다.

 

청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서체 디자인 분야는 배우려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그래서 청년들의 꿈이 피어나기 힘든 구조라고 말이다.

 

강병호 씨는 청년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방향성을 제시해 준 마포구를 비롯해  공공기관들에게 제안도 했다. “정책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브랜딩 홍보를 담당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공공기관 조직에도 있다면 더 생산적인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청년들의 꿈과 열정이 사장되지 않고 꽃피우는 정책을 펴고 싶었다”며 “청년들이 개발해 낸 서체디자인을 지역의 소상공인과 주민들이 마음껏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향후 제2, 제3의 마포형 청년 일자리 지원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9/11/07 [10:55]  최종편집: ⓒ 뉴민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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