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밀고…합법 시늉낸 ‘언론삼키기’

‘피디수첩’ 등 폐지 포석.KBS·YTN과 달리‘낙하산·탈법 시비’우회

박창섭 기자 | 기사입력 2010/02/10 [00:20]

끌고-밀고…합법 시늉낸 ‘언론삼키기’

‘피디수첩’ 등 폐지 포석.KBS·YTN과 달리‘낙하산·탈법 시비’우회

박창섭 기자 | 입력 : 2010/02/10 [00:20]
MBC 손보기 전말

엄기영 사장이 물러나고 경영진이 전면 개편됨으로써 <문화방송>(MBC)은 정부의 손아귀에 온전히 들어간 모양새다.

 

문화방송은 현 정권 출범 전부터 ‘언론장악 1순위’ 대상이었다. 두 번의 대선 패배와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촛불시위의 ‘배후’에 문화방송과 같은 공중파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여권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 여당 추천 이사들 중심으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이사로 선임된 황희만(오른쪽 둘째)씨와 윤혁(맨 오른쪽)씨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현관으로 들어가려 하자 문화방송 노조원들이 출입을 막고 있다.     ©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기관의 탈을 쓴 정치집단”이라는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민영적 공영방송’인 문화방송 장악 과정은 사장을 탈법적으로 해임하거나 특보 낙하산을 전격 투입한 <한국방송>(KBS)·<와이티엔>(YTN)과 달리 치밀하고 교묘했다.

 

간판 프로그램인 ‘피디수첩’ 죽이기는 문화방송 장악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2008년 4월29일)을 걸고넘어지며 ‘피디수첩’을 ‘왜곡·편파·정부전복 프로그램’으로 낙인찍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을 총동원해 옥죄기를 진행했다. 피디와 작가들의 집까지 샅샅이 압수수색하는 ‘집요함’은 정권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 인사의 잇단 ‘민영화’ 발언과 언론 구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언론법 개정 시도 역시 문화방송 손보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문화방송의 잔칫날(2008년 12월19일, 방송문화진흥회 창립기념식)에 “엠비시의 정명이 무엇인지 냉엄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재를 뿌린 뒤 틈만 나면 정명 발언으로 엠비시를 압박했다.

 

또 조중동이라는 거대 여론장악 신문사들에 방송까지 안겨주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언론법 개정(2009년 7월22일)은 엄청난 광고매출 감소로 이어져 기존 지상파 체계를 통째로 뒤흔들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화방송이 받는 압박은 엄청났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언론법은 지상파 가운데서도 엠비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2009년 8월1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출범은 문화방송 장악이 ‘경영진 퇴진’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줬다. 정권은 언론법 개정을 위한 명분쌓기 기구였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임무를 ‘충실하게’ 해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뉴라이트 계열 3명 등 친여적이고 보수적인 인사들로 방문진을 물갈이했다.


이후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을 이사회에 직접 불러 ‘뉴엠비시 플랜’의 이행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지시하는 ‘섭정’을 통해 경영에까지 시시콜콜 간섭하기 시작했다. 일부 여당 이사는 ‘뉴스데스크’, ‘시사매거진 2580’, ‘피디수첩’ 등을 통폐합해야 한다며 방송 내용까지 통제하려 들었다.

방문진의 압박에 못 이긴 엄기영 사장과 문화방송 이사들은 지난해 12월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방문진은 이 가운데 보도·제작·경영·편성본부장 등 4명의 사표를 선별 수리했다. 그리고 2월8일 마침내 여당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엠비시 이사진을 채우고, 엄기영 사장까지 퇴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제 정권은 노조만 잡으면 문화방송 접수가 끝난다고 생각하겠지만, 국민과 시민사회 세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 본 기사는 한겨레에서 보내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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