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버지의 눈물 !

"홍봉실 편집부장 부친별세를 애도하며..." 이창열 대표

리복재 발행인 | 기사입력 2010/02/12 [12:02]

[詩] 아버지의 눈물 !

"홍봉실 편집부장 부친별세를 애도하며..." 이창열 대표

리복재 발행인 | 입력 : 2010/02/12 [12:02]
 
 

아버지의 눈물 

/이복재

 

하늘

바람



세월 속 자식바라

한평생 사셨던 아버지

 

당신 속 태우던 나

거름물 시궁창

왜 그리 무서운지

인생의 벌을서야 했지

 

물담긴 녹그릇

머리 위에 얹히고

땅에 떨어지면 시궁창 신세라니

후들거리는 종아리 모가지

아파옴은 눈물로 이어져

사람이 되라 하셨네

 

서느런 옷자락에 안아

열熱로 상기된 볼에 부벼주신

아버지

뒷산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었습니다

 

정이많아 어떻게 살까

개구장이 철부지가

어머니와 흐느껴 우시던 모습

잠결에 눈을 뜨고 말았지요

 



자식걱정으로 외로우실

아버지

하늘나라에선 편안하실까 

인생의 길이 무엇인지

이제는

자식 앞세우니 목이 메입니다

 

당신의 강 살아나

생전의 가르마가

하얀 안개강 너머

꿈에서도 보입니다

 

60년대 시골집에는 잡풀과 볏짚 그리고 사람과 짐승의 분뇨를 넣어 자연산 거름(퇴비)를 만들었습니다.

즉, 유기질비료를 만든 것으로 비나 눈이 내려 퇴비에서 물이 흐르면 그 옆에 조그만 웅덩이를 파 놓은 곳에 모이게 되는데 이를 ‘시궁창(sewer, ditch)’이라고 불렀지요.

여기에 모인 퇴적물인 진흙을 최고급 비료로 쓰지요.

10살 때 세상 태어나 처음으로 예뻤던 같은 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소녀의 아버지께서 별세하셔서 어린 마음에도 위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만, 이틀간 학교를 가지 않고 그 여자친구네로 가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소문이 나고, 선생님께선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셨고, 집에 와서는 아버지께 물이 담긴 녹그릇을 머리에 얹어 마당에서 벌을 서야 했습니다.

‘만약 그릇이 떨어지면 시궁창에 처박힐 줄 알라’고 엄명을 내리셨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 아파오고 허리와 다리가 흔들리며 서 있기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차마 못하겠다고 말했다가는 시궁창에 처박힌다는 생각에 아파도 눈물만 흘리며 참고 견뎠으나 그만 물담긴 녹그릇이 땅에 떨어지자 시궁창 생각에 녹그릇을 재빠르게 머리 위에 올리자, 아버지께선 호탕하게 웃으시곤 남자의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며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날 밤, 부모님 방에서 잠이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잠결에~

‘마냥 개구쟁이 철부지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정이 너무 많아...’

어머니와 흐느끼시던 아버지셨습니다.


우리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멀리 보라고 가르치는 스승이셨습니다.

당신 스스로 멀리 바라보며 미운 사람도 허물을 가진 사람도 사랑스럽게 보이기 때문 일 것입니다.

자식의 먼 훗날을 바라보고 8남매를 길러내야 하는 그 힘든 삶의 여정 속에서도 참아냅니다.

아버지가 멀리 바라보기에 자식을 바로잡으려 때론 사자후처럼 무섭게 집안을 울려대도 자식이 눈물을 보이면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 저 밑바닥에서 퍼올린 강수처럼 도도히 흐릅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가까이에도 멀리도 있지 않습니다.

그 사랑을 잡으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작은 사랑에도 흔들리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의 큰 사랑은 결코 인색하지 않고 늘 부자입니다.

그래서 그 사랑은 아버지가 저 세상으로 가셔야 조금씩 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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