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매타작 '정치협상회의' 성공 없다

국정 책임전가, 정계개편 주도 목적의 정치 이벤트'정치협상회의'

김환태 | 기사입력 2006/11/28 [17:09]

여야 매타작 '정치협상회의' 성공 없다

국정 책임전가, 정계개편 주도 목적의 정치 이벤트'정치협상회의'

김환태 | 입력 : 2006/11/28 [17:09]

노무현 대통령의'여야 정치협상회의'
 
  노무현 대통령은 11월 26일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당대표와 원내대표,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여하여 국정을 논의하는'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하였다.이병완 비서실장은 회견에서"정치협상회의를 통해 민생법안과 개혁입법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2007년 예산안 처리와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나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제의한'정치협상회의'는 역대정권이 여야 대치로 정국이 경색되었을때 정국돌파구를 열었던 '여야 영수회담''거국중립내각'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참석하여 국정을 논의하는 상설기구식 형식이라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파격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협상회의'제의에 대해 정파간 반응은 제각각이다.열린우리당은 집권당으로서 즉각 환영을 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근태 당의장이 앞서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정책과 관련한 당정회의는 참여치 않을 것이며 당이 성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만큼 앞으로는 당이 정책을 주도할 것이라고 언급한데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몸으로 함께 갈것인지 중립내각으로 갈것인지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구한데 대한 되받아치기 식으로 사전 상의없이 일방 통보식 형식을 취하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야 정치협상회의에서 배제된 민주당과 민노당은"제 2의 대연정이자 밀거래정치 협상에 불과하다"며 청와대를 맹비판하였다. 협상 대상자로 지목된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제의를 한 이후'전효숙 헌재소장 지명'을 철회하는등 성의까지 보였음에도 정연주 KBS사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 사퇴를 요구하는등 유보입장을 취하다 결국 거부 결정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지지도가 10%대 초반으로 내려 앉은데다 열린우리당 지지율 또한 국민 지지도가 최악인 상태에서 괜히 노무현정권이 초래한 국정 혼란을 책임질 필요가 있겠느냐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거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석 6조의 다목적 카드
 
  2005년 6월'대연정'제의에 이어 금년 11월 초 꺼낸 '거국 중립내각 구성'모두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위로 돌아갔음에 비추어 볼때 '정치협상회의' 또한 거부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무리하게 회의체를 만들자며 긴급 제안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국정표류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국정파탄을 넘어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노무현정권의 개혁 어젠다의 핵심인 사법개혁법,국방개혁 기본법,비정규직 관련 3개 법률안, 노사관계 선진화법, 국민연금 개정안등 253건의 주요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선 정국을 맞이할 경우 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게되고 이는 결국 참여정부의 개혁실종-정권실패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요했다고 본다.
 
  둘째, 레임덕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이다. 역대 정권의 예에서보듯 정권말기에 나타나는 권력누수를 늦추거나 피해가기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거나 여야 영수회담을 갖는등 정파간 대타협은 국정의 연속성,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필요한 통과의례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과반수 여당을 가지고 있다하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만큼 국정운영에 있어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조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등 다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세째, 정략적 차원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친노정당 유지를 통해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정권재창출이라는 환상을 현실화시키려는 미몽에 취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지를 뒷받침 해 주어야할 열린우리당 주역들인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김한길 등 지도급 인사들은 자신과 직계세력을 배제한 통합신당을 주창하고 있다.
 
  만약 자신이 '도로 민주당' 이라며 반대하는 통합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노대통령 자신은 설땅이 없어진다. 참여정부의 정신과 자산을 계승할 수 있는 정권을 재창출하여 퇴임후 안전을 보장받고 정치 언론관리 활동을 계속하기 위한 정계개편과 대선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통합신당파를 무력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네째, 정치적 현실과 여당 길들이기 차원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원내 과반수에 가까운 제 1당이지만 주요 법안처리가 계속 지연되는등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여당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근태 당의장이 한몸으로 같이 갈것인지 중립내각으로 갈 것인지 12월 9일까지 결단을 요구하는등 압박을 가한데 따른 길들이기 대응성격도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다섯째, 국면돌파용이다.노무현 정권은 최저의 국민 지지율에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으로 인한 자중지란으로 심각한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비서진 연루가 의심되는 일심회 간첩단 사건, 사정비서관 제이유 사건 관련의혹,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도박공화국 사태, 부동산 정책 대혼란, 민생경제 파탄, 북한 핵사태등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이러한 국민적 불만을 충격요법으로 관심을 돌리는 물타기 수법이 필요하지 않았나 한다.
 
  여섯째, 명분축적과 동반책임을 노렸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뻔히 거부할 것을 알면서도 제의를 한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여야가 합심하여 국정을 운영할 것을 제의하였음에도 한나라당이 당리당략에 치우쳐 개혁, 민생입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아  국정이 표류하게 되었으므로 한나라당도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동반책임론을 여론화할 경우 정국운영과 대선구도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책임전가, 정계개편 주도 목적의 정략적 '정치협상회의'
 
  이처럼 일석육조의 정치적 목적을 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 오찬회동에 이어 내놓은 회심의 카드가'여야 정치협상회의'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교동 오찬회동이 열린우리당과 고건 전 총리, 민주당간의 노무현 배제 통합신당 창당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추진되었다면'여야정치협상회의'는 열린당내 통합파의 통합신당론을 무력화시키면서 국정 표류 책임을 한나라당에게 전가시키는 국정동반 책임론, 국면돌파용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정략성 이벤트로 보여진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에이펙 정상회담 기간중에 구상하였다고 하지만 동교동 오찬회동처럼 이해찬 전 총리와 측근 참모들이 개입하였을 개연성이 높다. '정치협상회의'제안은 한나라당이 거부한 상태이므로 결과적으로 정국변수로 작용하거나 노대통령의 레임덕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계륵으로 여기고 있던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을 정치협상회의 구성을 명분삼아 철회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한나라당의 요구에 청와대가 부응한 만큼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연주 KBS사장건외에 송민순 외교부장관 이재정 통일부장관 인사안과 자이툰부대 철군연장, 국회계류중인 법률안 처리 협조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열린당내 통합론을 무력화시키는 단기적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당.정.청 협조는 등한시하면서 한나라당을 국정동반자화 한다는 내부불만,동교동 오찬과 정치협상회의 제안등 잇따른 정치행사가 통합신당 흐름을 차단하려는 정략적 차원이라는 공감대가 여당내에 형성된다면 집권세력이 분열하는 단초로 작용할 개연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치적 자살골이 될 수도 있다.
 
 '여야 정치협상회의'구성 제의가 국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진정성 차원이든 정계개편을 주도하려는 정략적 차원이든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최악의 국면에서 탈출함으로써 꺼져가는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몸부림이라는 점이 확실한 만큼  보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은 물론 야당, 심지어 여당 내부로부터까지 외면당하는 노무현 정권을 보면서 전통적 지지기반을 분열시킨 업보의 무서움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아울러"권력 쥐었을때 잘해"라는 말이 가슴을 파고듦을 느낀다.
 
[중도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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