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이 때문에 민주당이 다시 뭉치네"

<김민석 사수대> 긴장감 속 민주당사 밤마다 용서와 화해 단합잔치

정도원 | 기사입력 2008/11/15 [09:57]

"김민석이 때문에 민주당이 다시 뭉치네"

<김민석 사수대> 긴장감 속 민주당사 밤마다 용서와 화해 단합잔치

정도원 | 입력 : 2008/11/15 [09:57]
 
▲  김민석 최고위원, 15일째 당사에서 검철의 표적수사에 항의 농성 중이다   ©뉴민주.com
지난 12일 밤10시. 영등포 청과시장에 있는 민주당사 앞마당 연탄불 위에 돼지고기가 먹음직 스럽게 익고 있었다.
4-50명이 넘어 보이는 민주당 당원들이 연탄불 위에서 익고 있는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소주 잔을 주고 받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탄불 주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안희정 최고위원이고 그 주변엔 오랜 동안 민주당 간판을 얼굴에 달고(?) 다니는 골수 민주당 당원들이 안 최고위원과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사에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농성 중이다. 검찰의 부당한 민주당 죽이기, 야당탄압, 표적수사에 항의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검찰과 심리적 대치 중이고 당사 마당에서는 당원들이 15일 넘게 김민석사수대를 편성해 김민석최고위원 지키기 불침번을 서고 있다.

당사 앞마당엔 천막이 3개가 설치되어 있고 이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하루 24시간 당사를 지키는 열성 골수당원도 있고, 보초시간에 맞춰 출퇴근하는 당원과 인근 사우나에서 잠을 자고 당사에 출근하는 당원도 있다.
 
14일 오전, 법원이 김민석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이후 민주당사에는 더 많은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4월 18대총선을 전후해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도 농성중인 김민석 최고위원을 격려하기 위해 당사를 방문하는 모습도 다수 목격됐다.
 
민주당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대외적으로 정세균 대표 체제 이후 제 1야당, 대안정당으로 자리잡기 위해 상당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국민여론지지도는 꼼짝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이 절대다수 국민들로 부터 바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제 1야당 민주당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지 않는다.
 
내부적으로는 크게 김대중파 노무현파로 분열된 모습도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별도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열린당계와 민주당계가 합당해 통합민주당을 만든 이후에도 당사에는 구민주당파와 구열린당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열린당파가 당무를 쥐고 있고, 민주당파가 아웃사이더 위치에 선 것도 사실이다. 현역의원 비율 때문에도 어쩔 수 없는 불균형 섞임이다.
 
또한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영향력있는 전직 의원들이 아직도 민주당에 복당하지 않고 당 밖에 머물고 있다. 법적으로는 통합민주당을 만들면서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범민주세력 분열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검찰의 '김민석 때리기'가 결과적으로 민주당 내부를 뭉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민주당 당사 앞에서 심리적으로 검찰과  대치 중인 민주당 당원들은 그 와중에 당원 간의 화합이라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틀에 한번 꼴로 정해진 시간에 연탄불 회식이 벌어지면서 당원 간 동지애를 다진다.   © 뉴민주.com   

14일 밤 10시, 민주당사 마당에는 100여명이 넘는 당원들이 긴장감 속에 연탄불 주위를 멤돌고 있었다. 법원이 이날 오전 김민석 최고위원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언제 검찰이 김민석 체포조를 당사에 투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당원들이 24시간 검찰의 당사진입을 막기위해 사실상 비상경계근무 중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떨어진 이후 당사 입구 경비도 한층 더 강화됐다. 당사 마당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철저한 신원을 파악한 후에 마당으로 들어보내고, 마당에서 다시 당사 건물 안으로 들어갈때도 확실한 신원조사가 실시된다.
 
긴장감 속에 연탄불에 몸을 녹이면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그룹 중에는 흔히 말하는 친노, 열린당 출신당원과 구민주당 출신 당원등이 조화롭게(?)섞여있다.
외부인들이 볼때 전혀 보통모임이지만 내부를 잘 하는 눈으로 볼때는 많이 발전한 현장이다.일찌기 계파가 다른 당원들이 한곳에서 사이좋게 모여 담소를 나눈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노정치인 중 한명인 안희정 최고위원과 구민주당 깃발을 아직도 가슴 속에 품고 다니는 민주당 외곽조직 민주평화연대 소속 민주당원이 당사 앞에서 김민석 사수라는 공동목표를 설정해 놓고 결연한 동지애를 보이면서 소주 잔을 함께 든다는 것은 매우 쉽지 않는 일이다. 안희정 최고위원을 처음 으로 가깝게 본다고 말하는 민주당 출신 당원도 여러명 있었다. 영등포 민주당 당사는 본래 합당 이전 열린당 당사였다. 김민석 때문에 이곳을 처음 와 본다는 당원도 있다. 분당시절 그만큼 열린당을 중오(?)했던 민주당 당원들이 많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14일 밤에는 친노현역으로으로 분류되는 서갑원 의원이 당사 앞마당을 지키는 연탄불 앞에 섰다. 현역의원들도 일반 당원들의 김민석 사수조에 별도의 팀을 편성해 시간별로 교대근무(?)에 나섰다. 현역의원과 당원 간에 거침 없는 농담도 주고 받는다. 친하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 시각에 충청과 전라도 지역에서 당사에서 철야하는 당원들의 먹거리가 계속 답지하고 있었다.
제대로 먹고 힘내서 김민석을 지키라는 지역민들의 응원 쪽지와 함께 당사에 도착한 지원물품 중에는 충청도에서 멧돼지와 유황오리, 목포에서 인동초막걸리, 무안에서 뻘낙지, 신안에서 홍어가 도착했다.


▲   14일 밤 11시쯤 정세균 당대표가 민주당사를 찾아 민주당 사수를 외치는 다원들을 격려했다.  ©뉴민주.com
지난 15일 동안  김민석 의원의 농성장을 지키는 당원들에게 가장 많이 배달된 메뉴는 단연 민주당과 깊은 정치적 역사를 가진 홍어다. 현장이 농성장인 만큼 음주는 자발적으로 규제되고 있지만 밤 10시정도에는 잠깐 동안 음주규제가 해제된다. 근무중인 당원들의 급식이 제공되는 시간이다. 뱃속이 든든해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 무안-신안이 지역구인 무소속 이윤석 의원도 현재 민주당 소속의원은 아니지만 옛 동지애를 생각해서 당사를 지킨 옛동료들에게 흑산도 홍어를 푸짐하게 보내왔고,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지난 주 심야에 비서진을 영등포 당사로 보내 민주당사 사수대를 격려하고 전라도 흑산홍어 상자와 막걸리를 전달한 바 있다.
 

14일 밤 11쯤 정세균 대표가 예정에 없이 당사를 찾아 당사 마당에 있는 당사사수대를 격려하고 당사 2층에서 농성 중인 김민석 최고위원을 찾았다.
정 대표가 마당에 들어설때 연탄불 주변에 서있던 당원들이 모두 함께 큰 박수를 보냈다. 24시간 당사를 지키고 김민석을 지키는 사수대 안에서 민주당계와 열린당계의 벽이 매일밤 허물어지고 있다. 밤마다 피워놓은 연탄불 위에 과가의 앙금을 녹여내면서 당원통합 대화잔치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넓은 앞마당은 지금 당원 간 소통의 대화마당이 되고 있다.
 
당원들 중에는 5.18 광주민주화 항쟁때 전남도청을 사수한 최후의 민주열사를 회상하면서 비장한 마음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영등포 민주당사가 청과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서 당사 자체 분위기가 청과 시장과 똑 같고 시장에서 사용하는 연탄불이 피워지고 있기 때문에 영락없는 시장이다. 당원들의 복장도 상인들과 똑같다. 당원들의 분위기 속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주당이 확실해 보인다.

연탄불을 빙 둘려앉아 나누는 대화의 소재도 다양하다. 법원이 김민석 최고위원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다고 한 것에 대해 쓴웃음을 짓는 당원들이 다수다.
검찰이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지도 오래지만 대명천지에 도망은 또 어디로 가겠느냐는 반문이다. 당원들은 한결같이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   밤 마다 민주당사에는 당원들로 북쩍인다.  ©뉴민주.com

이번 김민석 사건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연관짓는 당원들도 상당수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홍준표 원내대표를 너무 심하게 몰아부친 결과로 단정하는 분위기가 세다. 이런 것이 곧 정치보복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김민석이 현역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등장한다. 그리고 김민석은 민주당 재산인데 유능한 재산에게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안해준 당시 지도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하는 당원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모두가 조용하다. 반론을 하는 당원이 없다는 것이다.
 
15일엔 구인장이 아닌 구속영장이 발부된지 이틀째가 된다. 검찰의 고민도 짐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사 앞에서는 전운이 깊어진다. 당원들의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전국 각지에서 걸려온 격려 전화 때문에 김민석은 농성장 안에서도 매우 바쁘다.
 
그러나 당사 안에서는 김민석 최고위원을 체포하기 위해 검찰은 반드시 당사 앞에 나타날 것이란 인식이 퍼져있어 긴장감은 더해간다. 검찰이 당사에 들어 올 경우 당원들과 검찰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당사을 지키고 있는 당원들 중에는 과거 야당시절 정당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소위 중상사 그룹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도 함부로 당사접근을 쉽게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도 자칫 더 큰 불상사를 불러올 무리한 충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검찰이 당사에 들어오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당원들의 물리적 반발이 커질 경우 예측불허의 대형사고도 일어날 소지가 크다. 이 점은 양측이 모두 고민해야 할 점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현단계에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 대변인은 공식성명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민주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같다고 흥분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을 담은 성명이다.

2004년 2월 당시 검찰이 한화갑 전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를 찾아온 적이 있다.
당시 당원들이 당사 앞에서 거칠게 반항했고 그 결과 한 전대표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찰이 김민석에 대한 수사를 불구속으로 변경할지는 의문이다. 2004년에는 '노무현 검찰'이고 지금은 '이명박 검찰'이다. 대치의 현장은 똑같은 민주당 당사다.
▲  민주당 외곽조직으로 전국적인 조직을 정비 중인 민주평화연대 소속 당원들이 24시간 민주당사를  지키고 있다.  © 뉴민주.com
▲  김민석 사수대를 편성하고 있는 민주평화연대 회원들은 심야에 즉석토론회를 갖는다.   © 뉴민주.com
▲  대부분 구 민주계 출신들인 민주평화연대 회원들의 심야 비상근무에  현장에 김민석 최고위원이 당사 앞마당에 나와 동지에를 다지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 뉴민주.com
▲  틈틈이 천막에 앉아 당의 진로도 논의하는 민주평화연대 소속 당원들   © 뉴민주.com
▲  구 민주계 민주평화연대 소속 당원들이 당사를 지키는 동안 현장에 나온 안희정 최고원. 안희정 최고위원과 사진을 찍은 당원들이 많았다.   © 뉴민주.com
▲   안희정 최고위원을 가깝게 처음 본다는 당원들  © 뉴민주.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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