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조중동' 신문이 만든 정치적 우상

<이인제 의정칼럼> 우상(偶像)과 검증(檢證)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02/26 [16:59]

이명박은 '조중동' 신문이 만든 정치적 우상

<이인제 의정칼럼> 우상(偶像)과 검증(檢證)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02/26 [16:59]
   지금 대선 후보 검증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논쟁은 초점을 잃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살펴보자.

     후보 검증은 국민이 올바른 대통령을 뽑기 위해 미리미리 그 인물과 정책을 깊이 있게 살피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후보검증은 당내 투쟁의 수단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는 검증 논쟁은 이전투구(泥田鬪狗)식 당내 투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당내에 설치한 위원회가 어떤 권위와 힘으로 국민을 대신해 검증을 하고 결론을 내겠다는 것인지, 그 무모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어느 유력 후보의 과거 행적에 관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되어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런데 후보 본인은 물론 당이나 주요 언론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회피하고 무슨 공작이니, 당이 깨지니 하며 핵심을 호도하려 한다.

     생각해 보자. 증인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위증을 해달라며 거액의 돈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이 그런 사람도 대통령이 되는 불쌍한 나라인가. 그러므로 이 의혹이 제기된 순간 검증의 초점은 사실 확인에 두어야 한다.

     먼저 후보 본인이 명쾌하게 사실을 말하면 된다. 해외도피나 위증교사가 사실이 아니라면 단호하게 이를 부인하고 폭로한 자들을 사법당국에 고발해야 할 것이다. 사법당국은 신속하게 사실 여부를 규명하여 국민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또 언론은 취재 역량을 동원하여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후보 본인은 말이 없고 주변만 나서서 변죽을 울린다. 또 주요 언론들은 초점을 흐리며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그 폭로가 사실이라면 후보 본인은 국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깨끗이 레이스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유력 후보였던 게리 하트는 자기 선거 사무소 한 여성과의 불미스런 관계가 폭로되자 두말없이 후보사퇴를 선언하였다. 또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자동차가 강물에 추락했을 때 동승했던 여비서가 익사하는 것을 두고 혼자만 살아나온 사실이 검증대에 오르자 다른 변명을 하지 않고 물러섰다.

     그들의 허물에 비한다면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증인을 해외에 도피시키고 거액을 주며 위증을 교사한 행위는 몇 십 배 더 엄중한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대통령 직뿐만 아니라 어떤 선거 직에도 나갈 수 없는 치명적인 과오가 분명하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해야 할 언론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장막을 치기에 바쁘고,  진실을 고백해야 할 본인은 언론 권력이 쳐놓은 장막 뒤로 숨기에 바쁘다. 이것이 처량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어쩌면 1997년의 모습과 그리도 닮았을까. 그 때나 지금이나 이 땅의 주권자인 국민의 눈을 가리는 추악한 언론 권력의 장막에 관하여 말해보자. 이제 그 장막을 찢어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2007년 대통령 선거를 국민의 승리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성자(聖者)는 신성(神性)한 존재로서 검증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미 보편성을 얻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상(偶像)이다. 언론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인물을 숭배하도록 강요할 때 정치적 우상이 만들어진다. 신성(神性)이 없는 사람을 우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짓과 과장이 동원되는 것은 필연이다. 그러므로 우상이 된 본인은 물론이고 이 우상을 만드는데 앞장 선 언론권력이나 이미 마음속에 우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나 검증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우상의 실체가 드러나면 허망하게도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은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실체가 우상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언론권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가 벌써 2년 전부터 이들에 대한 국민의 맹목적 지지를 확대, 고착시키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선전해왔는지를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당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대통령 선거가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여 마치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듯 알맹이도 없는 내용을 반복하여 국민의 머릿속에 주입시키려 안달한 언론이 바로 조중동(朝 中東)이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2년 가까이 방대한 지면을 할애하여 만들어 낸 우상이 지금 검증의 칼날 앞에 서 있으니 조중동의 속마음이 얼마나 초조할지 짐작이 간다.

     조중동에 물어보자. 왜 정치적 우상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는가. 현재의 노 정권이 아무리 미워도 그 권력을 극복하는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법이다. 우상을 만들어 미운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는가.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우상을 만들어 어쩌자는 말인가.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당 안에서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가 클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 한다. 1996년, 서슬 퍼런 김영삼 전대통령의 개혁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그들은 하나의 우상을 만들어냈다. 총리를 하다 쫓겨난 사람을 마치 대통령에 대항한 영웅처럼 미화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대통령한테 대들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조중동은 거짓을 가지고 가짜 영웅을 만든 것이다. 그는 갑자기 대통령을 미워하는 국민들의 우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죽기 살기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몸부림쳤다. 두 아들 병역문제로 온 국민이 외면을 하는데도 조중동은 꿈쩍하지 않고 그를 밀어붙였다.

     조중동은 이쯤 해서 우상 만들기를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을 대신해 엄정한 검증의 칼을 드는 일이 정도라 믿는다. 그 막강한 취재력은 어디에 쓸 것인가.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파헤치는데 무슨 큰 힘이 들겠는가. 의지만 있다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만일 제기된 의혹이 거짓이라면 그 후보는 우상으로부터 믿음직한 실체로 한걸음 다가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로 드러나면 국민과 함께 그 우상을 허물어버리는 것이 정의가 아니겠는가.

     조중동은 이제 자기들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헛된 꿈을 버리는 것이 좋다. 두 번씩이나 되지 않은 일을 왜 되풀이하려 하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어느 선진국 언론이 선거 3년 전부터 특정인을 띄우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대한 지면을 할애하여 미주알고주알 보도하는지 물어보자. 이는 언론의 자유를 넘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결정을 하는 권력이 아니다. 결정은 국민이 한다. 국민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후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한다. 너는 누구인가. 너는 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가. 너는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이것이 유명한 로저 머드의 질문( Roger Mudd's Question)이다. 우리도 대통령에 뜻을 둔 사람은 이 세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이에 대해 언론은 냉철한 자세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며, 국민은 주권자로서 최종적인 결정을 하면 된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뜻을 둔 사람들은 무슨 이미지 만들기에만 여념이 없고, 언론은 우상을 만들어 국민의 선택을 강요하려 한다. 의혹이 제기된 사실에 대하여도 후보는 진실을 고백하기는커녕 장막 뒤에 숨으려 하고, 국민을 대신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언론은 자신들이 만든 우상이 상처를 입을까 장막을 치며 전전긍긍해 한다.

     나는 후보, 정당, 언론 모두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동시에 나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힘을 믿고 싶다. 대통령 선거는 우상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할 일꾼을 뽑는 일이다. 진정한 일꾼은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검증을 두려워하는 자는 거짓으로 만들어진 우상일 것이다. 우상을 만든 자들은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착각할지 모르나 위대한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다.
  2007.   2.   26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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