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한 한나라당과 축배든 열린당

두 거대 정당의 대권욕은 정치갈등의 최후의 부작용이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 | 기사입력 2007/04/27 [10:10]

참패한 한나라당과 축배든 열린당

두 거대 정당의 대권욕은 정치갈등의 최후의 부작용이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 | 입력 : 2007/04/27 [10:10]
변희재 기자
 
 
▲ 대전서을 당선자 심대평 
심대평은 김종필 이후의 충청의 터줏대감  ⓒ 뉴시스

한나라당은 과연 참패했는가?

재보선 결과를 보곤 여러 기자들 사이에서 “한나라당이 의외로 고전하네” 이런 반응들이 나왔다. 실제로 자신들의 텃밭인 경북에서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렸고, 서울의 양평구청장 선거에서도 낙선했다.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수도권을 90% 휩쓸었던 기억을 상기하면, 아쉬운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정확히 보면 한나라당의 참패라 분석할 수는 없다.

일단 경기화성에서 큰 차이로 열린우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었다. 대전에서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전 충남지사에게 패배했지만, 이는 처음부터 예상되었던 결과였다. 심대평은 김종필 이후 충청의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과 이재선이라는 비교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이 대결을 벌였으니, 아무리 당세가 강해도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심대평의 인물만으로 보자면 한나라당은 대선주자가 총 출동하면서 선전한 셈이다.

또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창당 이래 호남에서 최고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범여권의 성지나 다름없는 무안신안에서 두 자리수 득표를 얻어낸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이었으니 사실 상의 작은 기적이라 부를 만한 일이다. 김홍업을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모든 지도부는 물론, 동교동 측근들, 심지어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까지 응원에 나서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당은 참패했다며, 당의 해체론까지 나오며 초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강창희 최고위원에 이어 전여옥 최고위원까지 사퇴했다. 강재섭 대표의 사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 승리의 자축?

이와는 정 반대로 열린우리당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대전서을과 무안신안에는 애초에 후보도 내지 못했다. 국민중심당과 민주당에서 절대 연합은 없다며, 손을 내저어도, 기어이 연합공천을 했다며 막무가내식으로 우겨댔다. 상대가 싫다는데도 옆에 서있다, 승리를 나누자는 격이다. 경기화성에서는 예상대로 한나라당에 밀렸다. 전북에서 기초의원 하나 건진 게 전부이다. 물론 지금껏 모든 재보선에서 국회의원부터 기초의원까지 전패했던 것에 비하면 값진 한 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여타의 정치권의 여론이다.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열린우리당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열린우리당과 함께 해서는 필패라는 결과를 미리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심대평 당선자가 이끌 국민중심당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가속화될 범여권 통합에서 완전히 왕따가 될 신세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김근태계 등 추가탈당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세균 의장 등 당 지도부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승리자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 몸조심이야말로 한나라당 대선승리의 함정

한나라당의 엄살성 참패와 열린우리당의 자축은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에 얼마나 목이 말라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부자 몸조심이라더니 이 정도의 선거결과에 당 지도부 자체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아이러니한 점은 이토록 몸조심하는 정당이 왜 당직자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낙하산 공천을 일삼았는지 모르는 일이다.

한나당의 몸조심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노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하면, 정당한 절차로 부결시키면 되는 일인데도, 편법에 가까운 차기 총선 이후 공약을 내세우면서까지 개헌정국을 막아냈다. 혹시라도 개헌정국이 도래하면서 한나라당의 대세론이 흔들릴까 걱정해서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은 정신질환의 수준이다. 후보단일화 관련 토론회를 금지하고, 다짜고짜 포털의 인기검색에서 정치인을 배제시키자는 등, 기존의 법체계를 완전히 흔들어서라도, 안전한 대선승리를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리라 기대나 하고 있었을까?

대선에서 최대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털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수희 의원, 박형준 의원, 김영선 의원 등은 대부분 원칙에 입각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 혹은 당직자들은 혹시라도 이러한 입법이 포털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노심초사이다. 한국 인터넷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포털 관련 입법조차 대선에서의 이해관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두 거대 정당의 대권욕은 정치갈등의 최후의 부작용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오만함 때문에 막판 역전패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너무나 소심해서, 다르게 말하면 너무나 이기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오히려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하나의 국가를 운영하기에는 너무 대권을 잡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비난 여론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대권을 잡으려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대권은 포기할 수도 있다는 대범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반면 열린우리당의 경우는 더 딱하다. 이번 선거로 당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뼈아픈 반성은커녕 자축을 하고 있으니, 이런 정당에 어떤 국민이 마음을 주겠는가? 대충 당 허물고 새판 짜도, 열린우리당의 인물들이 주도하는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거라는 대국민 협박 하나 믿고 그토록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원내 1당이다. 열린우리당은 정신적 여당이다. 둘 다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이다. 이 두 정당의 행태야말로, 노무현 정권 이후 들어선 정치적 갈등의 최후의 부작용이라 자위할 수 있을까?
 
출처: 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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