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컷오프와 이명박의 광주사태

<공희준 칼럼>컷 오프라는 골프용어야 말로 신흥귀족의 징표

공희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7/08/08 [20:54]

범여권의 컷오프와 이명박의 광주사태

<공희준 칼럼>컷 오프라는 골프용어야 말로 신흥귀족의 징표

공희준 칼럼니스트 | 입력 : 2007/08/08 [20:54]
 
▲ 이명박 후보는 '광주사태'의 발언이외에도 지난 5월 13일, 5.18 묘지를 방문해 '상석'을 밟아 논란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이라고 얕보지 마라. 때로는 애들 특유의 간단한 셈법이 복잡한 현실의 이면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꿰뚫는 법이다. 유치원생들 방식으로 한국사회의 본질적 문제가 뭔지를 확인해보자. 공수부대가 세냐? 강남부녀회가 세냐? 과거 광주 금남로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살상했던 무시무시한 공수부대마저 현재는 강남아줌마들 성화에 기지를 옮겨야 할 판이다.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특전사가 결국은 왜 이사를 가겠나? 곤봉과 총칼조차 강남주민의 재테크욕구 앞에서는 길 잃은 어린양처럼 온순해지기 마련이다.

한겨레신문에 간만에 영양가 있는 칼럼이 실렸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이 쓴 ‘아방가르드의 자발적 숙명’이란 글이다. 사실은 국민원로가 워낙 예술에 문외한인지라 미술관련 내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더라. 한데 이 구절만큼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술적 전위는 당대성 유무로 판가름하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정치적 표현으로 치환하면 대충 요런 의미로 번안할 수 있을 터. “참된 개혁과 사이비 개혁은 의제(Agneda)의 긴급성을 기준으로 판별하는 것이 옳다.”

힘 빠진 공수부대는 족칠 수 있을지언정 살아있는 권력이라 할 강남아줌마들한테는 속된 말로 쪽도 못 쓰는 부류가 지금의 대한민국 개혁세력이다. 김대중과 노무현도, 손학규와 이해찬도, 천정배와 유시민도 오직 어제의 강자에게만 강할 뿐이다. 오늘의 실력자에게는 완전히 무력하다. 아니, 무력을 떠나 자진해서 굴종하기 일쑤다. 현재의 모순과 싸우는 데 무능한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출구가 이미 단죄된 과거의 악마를 다시금 불러내는 것이다. 박상아의 시아버지 전두환은 언제나 호출 가능한 최고의 준비된 알리바이다.


전두환만으로는 알리바이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랄까. 주책바가지 이명박이 덜컥 걸려들었다. 이명박이 광주민중항쟁을 광주사태로 매도한 사건을 계기로 범여권 전체가 결속한 양상이다. 이명박의 천박한 역사의식을 질타하는 논평과 성명이 봇물을 이룬다. 제2의 김대업 발굴에 실패한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김기식까지 동원해 전두환과 이명박을 싸잡아 공격하는 중이다. 광주를 내세워 이명박과 전두환 때려잡기에 혈안이 된 저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그래서 어쩔 건데?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것이 어쩌면 순리일지 모른다. 한나라당을 수구꼴통이라 부르는 인물들이야말로 지나가버린 1980년으로 2007년을 붙잡으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전두환 응징한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나? 전두환의 정적이었다는 이철이 한국철도공사 사장인데. 이명박으로부터 다시는 광주사태란 망언이 튀어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부동산투기가 근절되는가? 이명박 규탄하는 범여권 인사들의 상당수가 자식새끼 미국으로 조기유학 보낸 땅부자인 걸.

당대의 근본과제와 씨름하는 노력과 과정이 세대를 이어가며 꾸준히 축적되면서 역사는 진보하고 발전한다. 일제시대에 청년들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라고 떠드는 위인이 미친놈이었듯이, 2007년 상황에서 전두환 처단이 우선이라고 강변하는 종자들 역시 제정신이 아니라고 진단해야 마땅하다. 광주항쟁을 광주사태로 규정하며 평가절하하는 이명박은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솔직히 별로 높이지 않는다. 다 알잖아. 이명박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거.

이명박의 광주사태보다 더더욱 시대와 불화하는 존재가 범여권에서 유행하는 ‘컷오프’란 단어다. 이유를 알려주마. 커트라인은 컷오프의 잘못된 용법이라는 따위의 따분한 논의는 집어치우자. 핵심은 투표에 임할 유권자의 인식과 관념이다. 컷오프 하면 대뜸 떠오르는 것이 골프다. 한국사회의 대표적 귀족스포츠. 한나라당이 컷오프라는 용어를 즐겨 쓰면 특별한 하자가 없다. 개혁의 정통성을 놓고 다툰다는 족속들이 컷오프가 입에 붙었기에 탈이다.

급기야 범여권 브레인이라는 작자들조차 언론에 나타나 컷오프 운운한다. 포복절도할 노릇 아닌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란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끼고 산다는 진영에서 스스로를 신흥귀족 프레임에 가두는 어휘를 거침없이 남발하는 현상이. 이는 우연한 실수의 소산이 아니다. 서민대중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역량도 의지도 없는 잡것들이 만사를 공학과 작전으로 미봉하다 발생한 필연적 ‘삑사리’일 따름이다.

골프중독자 이해찬이 자기도 대선주자랍시고 동교동과 청와대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대권쟁취를 노릴 지경이라면 그쪽 동네는 벌써 볼 장 다본 셈이다. 이명박의 광주사태가 문제되는 건 알아도 지들이 구사하는 컷오프에 담긴 함의는 깨우치지 못하는 무지몽매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이 또 표를 달라며 현란하기 짝이 없는 통합형 야바위판을 연출한다.

충고하겠다. 대통령 선거 깨끗이 포기해라. 당신들이 정권 잡으면 광주사태가 아니라 아예 광주폭동으로 되돌아간다. 광주를 폭도의 소굴이 아닌 민주화운동의 메카로 간직하기 원한다면 구질구질한 꼬락서니 더는 보이지 말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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