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쓰러뜨릴려면 이해찬 공격하라

<공희준 칼럼> 유시민은 노무현 정권의 실세가 아니었다

공희준 | 기사입력 2007/08/10 [13:51]

유시민 쓰러뜨릴려면 이해찬 공격하라

<공희준 칼럼> 유시민은 노무현 정권의 실세가 아니었다

공희준 | 입력 : 2007/08/10 [13:51]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오늘인가 내일이 17대 대선 D-130일일 게다. 하도 술이 고팠던지라 주변사람들과 미리 백일주를 마셨다. 앞으로 100일+30일 후 대한민국 도처에서 슬픈 통곡소리가 메아리칠 테고, 울음소리는 청와대와 동교동에서 더더욱 클 전망이다. 허나 이명박이 당선될 경우 초상집의 분위기는 영 딴판일 듯싶다. 동교동은 참혹한 악상을 치름에 반해 청와대는 호상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영남 B급 인재들끼리 평화적으로 정권을 주고받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여길 터이므로.

 

예상대로 유시민이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유시민은 반드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리라는 정청래의 예언이 완벽히 들어맞은 셈이다. 완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해찬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중도에 사퇴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현실화될 확률이 높다.

 

예측은 내 전공분야가 아닌 까닭에 충고에 역점을 두련다. 유시민 진영에 훈수하는 바이다. 악의 없이 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유시민은 얼굴에 철갑을 두르고 최후까지 완주해야 한다. 그것만이 생존의 비법이기 때문이다. 유시민도 나와 비슷하게 판단한 눈치다. 유시민이 대선에 입후보하는 목적은 마지막 남은 자위수단을 동원하려는 데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한나라당은 방탄국회를 뻔질나게 열곤 했다. 국회회기 중에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보장된다는 헌법조항을 악용한 교활한 정략적 발상의 산물이었다.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은 방탁국회가 제공하는 면책특권의 뒤로 숨기 일쑤였다.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유시민의 출마 또한 기본적 동기는 도피 내지 엄폐다. 국회의원 유시민보다는 대통령 (예비)후보 유시민이 정적들 입장에서는 훨씬 건드리기가 어렵다. 대통령에 출마한 그를 선거가 끝난 다음에도 계속 공격하다간 후진적 정치보복의 누명을 뒤집어쓸 우려가 있다.

 

유시민의 작전이 주효하자면 그는 중간에 레이스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후보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도중에 그만뒀다가는 나중에 더 큰 화를 초래할 수가 있다. 바짝 엎드려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유시민의 지금의 득표전략은 후하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유빠들은 유시민이 무슨 짓을 하건 지지하게 마련이다. 그를 싫어하는 쪽에서는 그가 아무리 예쁜 행동을 하여도 결코 칭찬하지 않는다. 고로 유시민은 자기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게 현명한 상책이다.

 

유시민에 적대적인 이들에게 조언할 차례다. 유시민을 통쾌하게 응징하길 원하는가? 그럼 유시민 대신 이해찬을 때려라. 유시민과 이해찬의 인연은 장구벌레와 더러운 흙탕물의 관계로 비유될 수 있다. 해로운 모기떼를 박멸하자면 집근처의 지저분한 물웅덩이를 모조리 메워야 하듯이, 이해찬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면 유시민 역시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내가 최근에 유시민이 아니라 이해찬을 맹공하는 이유가 이제 충분히 설명됐겠지.

 

솔직히 유시민한테 몹시 미안한 감정이 든다. 유시민은 일반국민들의 통념과는 다르게 노무현 정권의 실세가 절대 아니었다. 예컨대 정권실세들만 간여한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그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극렬유빠들과 쓸데없이 티격태격한 결과로 그에게 과도한 비판을 퍼부은 사실을 나 자신 매우 반성하고 있다. 깃털에 불과한 유시민을 타격할 시간과 정력을 안희정과 이광재 같은 몸통들의 분탕질을 막는 일에 쓰지 못한 것이 대단히 후회스럽다.

 

문제는 더는 유시민과 싸우지 않겠다는 나와는 달리 기필코 유시민을 결딴내고 말겠다며 이를 갈고 있는 인간들이 대한민국에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이걸 의식한 유시민은 급기야 방탄출마라는 희대의 코미디마저 연출하기에 이른 거고. 거듭 밝히건대 국민원로는 유시민과의 분쟁을 삼갈 계획이다. 생명 잃은 시체를 잔인하게 매질할 정도로까지 나는 성격이 모질지 못하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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