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만나 막말하는 사람들은 들어라

<채수경 칼럼> ‘叛亂’ 꿈꾸지 말라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6/09/22 [13:01]

좋은 세상만나 막말하는 사람들은 들어라

<채수경 칼럼> ‘叛亂’ 꿈꾸지 말라

뉴민주닷컴 | 입력 : 2006/09/22 [13:01]

반란에는 ‘反亂’과 ‘叛亂’ 두 가지가 있다. ‘反‘은 언덕 한( ) 속에 손 우(又)가 들어 있는 형상으로서 본디 ‘손으로 언덕을 거슬러 오르다’라는 의미였었다. 거기서 ‘거꾸로’ ‘거스르다’ ‘되돌리다’ 등의 의미가 파생됐다. 반면 ‘叛’은 ‘半’과 ‘反‘이 합쳐진 것으로서 본디 “한패가 반하여 둘로 갈라지는 것”으로서 후에 ‘배반’의 의미로 굳어졌다. ‘反亂’은 “기존의 체제에 반대하여 일으키는 난”, ‘叛亂’은 “체제 내의 반대파가 권력을 잡기 위해 일으키는 난”, 발음은 같지만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쿠데타(coup d’etat)는 “지배계급 중의 일부가 자기권력을 더 확장하기 위해 일으키는 것”이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反亂’이 아닌 ‘叛亂’에 속한다. ‘coup’의 뿌리는 ‘때리다’ ‘가격하다’라는 의미의 중세 프랑스어 ‘couper’, ‘etat’는 ‘체제’ 또는 ‘국가’, ‘coup d’etat’는 “지배체제에 대한 일격”을 말한다. ‘coup d’etat’라는 프랑스어가 영어권으로 넘어와 그대로 쓰이게 된 것은 프랑스 혁명과 무관치 않다. 프랑스 혁명 후인 1799년 나폴레옹 1세가 11월 9일 의회를 급습하여 총재정부를 타도하고 제1집정이 되었다가 황제가 된 게 원조로서, 피지배계급의 눈으로 봤을 때 나폴레옹 1세 또한 지배계급에 속해 있었으므로 이전의 민중봉기에 의한 혁명(revolution)과는 성격이 달라 ‘쿠데타’라고 했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 등이 일으킨 5·16 또한 ‘쿠데타’에 지나지 않는다. 당사자들과 추종자들은 ‘군사혁명’이라고 미화해왔지만, 혁명은 지배집단의 교체나 정부체제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바, 당시 박정희 등은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했을 뿐 민주주의 이념을 바꾸지도 않았고 이승만 정권 이후의 국시였던 반공과 외교근간이었던 친미를 그대로 답습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구조 또한 자본주의의 틀을 그대로 유지했으므로, ‘쿠데타’라고 하는 게 옳다. 박정희 사후 전두환·노태우 등이 일으킨 12.12 또한 ‘쿠데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태국의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참모총장이 탁신 치나왓 총리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킨 가운데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며 “태국의 군부 쿠데타를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어서 그런지 은근히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것도 역겹거니와, 공당 대변인이라는 자가 확증도 없이 현직 대통령을 부정부패 원흉으로 몰아붙이고 있음에 소양과 자질이 의심스럽고, 국정의 동반자여야 할 제1야당의 본분을 망각한 채 되는 말 안 되는 말로 대통령 물어뜯기에만 열중하고 있음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叛亂’ 꿈꾸지 말라. 박정희 18년, 전두환·노태우 12년...쿠데타, 비상계엄, 긴급조치 1,2,3,4,5,6,7,8,9...그걸 벌써 잊었나?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했다하더라도 독재만 안 한다면 쿠데타는 절대 반대한다. 쿠데타야말로 가장 나쁜 부정부패, 박정희가 권좌에 있었더라면 “저런 작자들은 탱크로 밀어버리면 되는데 왜 내버려두는 거야?” 하고 이맛살 찌푸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좋은 세상 만나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는 한나라당 사람들은 깨닫기 바란다.  
< 채수경 / 在美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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