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백, 한국 금융의 히딩크가 될까?

금감원 특별고문 영입...금융에 새 바람 일으킬 것으로 기대돼

윤지민 기자 | 기사입력 2007/09/04 [17:41]

라이백, 한국 금융의 히딩크가 될까?

금감원 특별고문 영입...금융에 새 바람 일으킬 것으로 기대돼

윤지민 기자 | 입력 : 2007/09/04 [17:41]

금융감독원이 지난 29일 임기를 마친 윌리엄 라이백 前 홍콩통화감독청(KHMA) 수석부청장을 특별고문(Special Adivisory)으로 영입했다. 금융감독기구의 첫 외국인 임원급이 탄생하면서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에 발 맞추기 위한 금융당국의 변신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과연 그가 누구길래,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한국정부가 금감원 임원으로의 영입을 추진한 것일까.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에서 35년간 근무한 금융 거물이다. 선진 금융시스템의 노하우 전수는 물론, 규제 철폐 등 금융산업 개혁과 금융허브 구축 등의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1년이라도 계약을 연장하자"는 홍콩 행정당국의 요청을 뿌리친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금감원 측이 라이백씨에게 제시한 자리는 애초에 그가 원했던 부원장이 아닌 실무 권한이 없는 고문 역할이었으며 그것도 6개월 단발 계약에 불과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백씨는 처음에 금감원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 부원장이 아닌 고문으로서는 국제회의에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등 활동에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백 영입을 중재했던 이승희 민주당 의원 측의 강력한 설득과 고문직을 6개월 맡은 후 부원장직으로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 따라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한국 금융당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또다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라이백씨는 사실상 부원장이 내정된 것과 다름이 없으며, 고문이라는 직함은 정부 고위직 인사 임명권을 갖는 차기정부를 염두에 둔 배려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오는 10월부터 임기를 개시하는 라이백씨는 6개월 후인 내년 4월 부원장으로의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시기는 차기정부가 출범하여 경제각료 및 청와대 비서진 진용이 완벽하게 갖춰지는 시점이며, 이 때부터 금감원 부원장으로서 청와대 및 경제부처와 호흡을 맞춰가며 한국 금융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최선봉에 서게 된다.  
 
특히, 금융시스템의 선진화 및 성장동력 견인이라는 과제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상관없이 반드시 추진해야만 하는 필수과제인 만큼 비록 노무현 정권 하에서 임명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금감원 부원장으로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 FTA 체결에서 알 수 있듯이 참여정부 및 이를 계승하는 세력에게 있어서 한국경제의 글로벌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인식되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에도 이미 손 안으로 들어온 라이백 카드를 굳이 버릴 이유가 없다.   
 
금감원은 라이백씨가 신바젤협약 도입과 금융감독행정의 선진화 관련한 역할과 함께 풍부한 국제적 인맥을 활용해 외국 금융감독당국과 국제금융감독기구와의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실질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바젤은행감독회 등에서 쌓은 그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로 한국 금융감독 당국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라이백 본인도 이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라이백은 이승희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주축이 돼 아시아금융연대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997년과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아시아가 금융연대를 해야 하는데 어느 나라보다도 금융허브로의 도약에 대한 의지가 강한 한국이 적격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그의 임기다. 금감원과 라이백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6개월 계약기간에 합의했지만 그가 과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감원 일각에서 금융감독정책의 특성상 정보 공유의 한계 등의 이유로 외국인 임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라이백씨가 한국 금융계에 자리잡는데에 있어서의 주변 환경과 요소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임원을 영입할 경우 노조와의 갈등을 비롯한 극심한 내부 홍역을 피할 수 없는데, 라이백씨의 경우 도리어 금감원 노조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8월 7일, "윌리엄 라이백 홍콩 통화감독청 부청장을 영입하면 관치금융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하는 참여정부의 정책과도 같은 맥락이며 한국 금융감독 시스템을 보다 선진적으로 전환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고문 직책이 아닌 집행간부인 실무 부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라이백씨가 6개월 후 부원장으로 임명되는데에 있어서 장애물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년간 영국식이었던 홍콩 금융당국 시스템을 미국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라이백이 한국 금융당국에서는 6개월 밖에 일하지 못한다면 국제 금융계가 한국 금융당국 수준을 어떻게 보겠는가"라며 "한국 금융당국이 라이백을 반드시 붙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한국 금융계의 국제적 도약에 기여하고자 온 사람인 만큼 이 기회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폐쇄성 등으로 이번 시도가 실패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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