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지역주의냐? 이념 성향이냐?

정계개편의 키는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민주당 손 안에 있다

조영환 | 기사입력 2006/09/25 [11:40]

정계개편, 지역주의냐? 이념 성향이냐?

정계개편의 키는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민주당 손 안에 있다

조영환 | 입력 : 2006/09/25 [11:40]

국민들을 상대로 실패한 정치를 해온 열린우리당은 지금 정치판이 요동치는 것을 가장 고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금의 정치판국이 흔들린다고 해도 전혀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정국이 혼란되고 정치판이 깨어지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환영하는 상황이다. 호남에서 패권을 회복해야 되는 민주당도 정치판이 흔들리는 것을 기회로 자기 몫을 찾을 때가 되었다. 국민들로부터 점점더 외면당하고 있는 민노당도 지금의 정치판이 유지되는 것을 별로 탐탁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고로 지금의 정치판세가 혼란되고 정계가 개편되는 것을 좋아할 정당들은 여당, 민주당, 민노당이다. 이들 정당들은 정계개편을 환영할 처지에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의 정치판세가 가장 유리하다. 물론 지역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한나라당은 다른 정당들로부터 포위를 당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민들은 우경화되고 한나라당의 집권기회는 더 가까이 와있다. 지금 한나라당은 내부의 '세작들'만 잘 관리하면 근본적으로 다른 정당들과 연대할 필요가 없다. 다만 보수화되는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의 보수적 정체성만 확실히 보여주면 된다.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에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구걸의 손길을 내미는 순간, 여당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더욱더 신나게 가속화될 것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하지 않고 정치게임만 해온 집권여당에 끌려가는 정치세력은 그냥 같이 가도록 방치해 두는 것이 한나라당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5% 미만을 얻었다. 차기 대선에서도 5% 정도를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얻는다고해도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민노당은 어차피 이념적으로 한나라당에 기울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또 다시 지역주의에 묶여서 이념적 우파성향을 포기하고 좌편으로 더 기울어져도 한나라당은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이 어떻게 진행되는 국민들을 믿고 느긋할 필요가 있다. 지금 여당이 전효숙 인준을 놓고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하나가 되어 공조하는 것을 마치 정계개편이 될 듯이 선전하는 것에 한나라당은 너무 개의치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호남이라는 지역적 변수에 근거하여, 그리고 민노당은 자기 정당이 추천한 것과 마찬가지인 전효숙 헌재소장을, 어떤 변수도 넘어서서 국민들에게 적당한 구실을 달아, 결국 지명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효숙 헌재소장의 처리를 추석 전에 끝내겠다는 정부 여당의 장담은 민주당의 지역적 그리고 민노당의 이념적 입지를 믿고 하는 소리일 것이다. 지금 집권 여당의 정치게임은 한나라당을 충분히 가지고 노는 수준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니 정계개편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집권말기에 옷을 갈아입으려는 여당의 정치장난이다.
 
전효숙 헌재소장의 인준에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에 포위된 현실을 확인할 것이다. 그것은 이념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한나라당과 다른 정당들의 대립구도를 증명하는 단적이 예가 될 것이고 한나라당에게는 하나의 교훈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이념적 좌경화에 대처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주의를 초월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한, 민주당과 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 같이 갈 것이다. 이러한 정당구도의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은 별로 실망할 필요가 없다.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와 이념은 여전히 종교만큼 강한 것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차기 대선에 도움이 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국민들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반노니 비노니 하는 쓸데없는 장난에 한나라당은 놀아나지 말기 바란다. 그냥 소모적 좌파세력에 대항하는 보수정당으로서 그 정체성을 지키면서 나아가면, 그기에 대선 승리의 길이 있는 것이다. 다른 정당들이 어떻게 요동을 치더라도 한나라당은 같이 맞장구 출 필요가 없다. 지금 정계개편을 노리는 것은 온갖 失政을 해놓고 정권말기가 오면서 그 실정을 감추려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려는 집권 좌파세력의 공작에 불과하다. 정계개편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정치세력은 바로 사라질 위기의 집권 여당이다. 한나라당은 좌파세력이 100% 뭉치든 지역세력이 100% 뭉치든 무덤덤하게 국민들을 바라보면서 자기 정당의 갈 길만 가면 되는 것이다.
 
다만 김일성-김정일로 대를 이어 충성하는 북한사회를 연상하게 만드는 대선후보를 차기 대선에 내보내면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맞이한 운명을 한나라당 후보가 또 다시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에서 박근혜를 내려앉히려는 공작을 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박근혜가 김대중의 소개로 일찌감치 김정일을 만난 사실과 그 만남 이후에 북한에 대하여 박근혜가 한 마디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사실을 보수세력은 정확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만이 좌파가 아니고 다른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은 좌파라는 주장은 국민들에게 근거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박근혜의 지지자들은 충직하고 단단하나, 그러나 그의 외연을 지지자들을 넘어서 넓히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강력한 지지자의 표도 선거에서는 한 표이고, 어지중간한 지지자의 표도 선거에서는 한 표이다. 박근혜의 지지자들이 단결력과 충성도가 강하지만, 박근혜는 자신이 이룩한 영웅이 아니라 부친의 덕을 입고 또 여당이 전략 상 용인한 자생력이 약한 야당 지도자이다. 박근혜는 업적을 스스로 성취한 자생적 정치영웅이 아닌 여러 상황들에 의해서 조장된 유사 영웅(quasi heroin)이다. 관료출신의 자생력이 약한 이회창이 야생적 노무현에게 당하지 못했듯이, 자생력이 약한 박근혜도 여당의 마구잡이식 공격에 취약한 야당 후보자이다. 하지만 다음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도 무능과 위선이 충분이 국민들에게 증명된 집권당의 어느 후보도 이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를 제외한 어떤 후보자들도 여당 후보자를 더 쉽게 이길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차기 대선후보자로서 박근혜에 집착하는 것은 지난번 대선에서 이회창에게 집착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공천과 운영은 이미 한나라당이 아니라 여당의 공작수준에서 놀아나고 있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준다. 한나라당의 지도부 몇몇과 소장파들 중에 얼이 이중적이거나 빠진 자들이 많다.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남한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하게 수용되기 위하여 박정희-박근혜 승계가능성의 제스처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 조작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부의 두 파괴적 요소들인 특정인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외부에서 심어진 '세작'들의 공작을 대선 직전에 극복해야 할 것이다.
 
손학규의 민생탐방여행도 좋은 제스쳐이지만, 지나친 쇼가 아닐지 우려된다. 지나치게 유권자들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선거 후보자는 당선 뒤에 지나치게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은 요즘 뚜렷한 이미지 각인에 실패하고 있다. 박근혜와 더불어 자생력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는 고건은 국민들에게 유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 최근 열린우리당에라도 들어가서 정치적 수명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무덤을 자신이 파는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계개편이 요동친다고 해도 고건을 제외한 다른 대선후보자들에게는 특별한 변수가 없고,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에게도 예상을 빗나가는 변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은 갈길이 정해져있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자들은 지금의 길을 지키다가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민주당만 정계개편의 변수이다. 이념적 보수세력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적으로 반영남주의를 택할 것인가를 놓고 민주당은 정계개편을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화갑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남북통일 이전에 반드시 이룩해야 할 영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지만, 정치적 여건이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민주당은 이념적으로 어느 편으로 기울어질지 굉장히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지역주의의 앙금으로 다시 열린우리당과 합당하며 이념적으로 좌향좌할 수도 있다. 이번 정계개편의 놀음에 민주당의 역할과 결단은 한국 정치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에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초월하는 정신을 보여줄지 아닐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한나라당은, 이념적으로는 친화성이 있지만, 지역적으로 이질적인 민주당에 대해 불필요한 통합의 공을 들일 필요가 없고 이념적으로 적대적인 민노당에 대한 통합의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 민노당은 이미 정해진 이념의 길을 그대로 갈 것이다. 통상적으로 안정과 현상태를 선호해야 할 집권 여당은 지금 무엇이든지 요동쳐서 정치판이 혼란되기만 하면 좋아하는 처지가 되었다. 못난 집권여당을 통치하는 한국에는 정계개편이라는 불필요한 정치가면(政治假面) 바꾸기가 또 다시 반복되고 국민들은 또 새로운 가면을 쓴 정치사기꾼들의 광대놀음을 구경하게 생겼다. 당명을 바꾸어서 국민들을 속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광대들이 "평화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을 되뇌는 푸닥거리를 국민들은 직시하고 있다.
                     <http://allinkorea.net/  조영환 =올인코리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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