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진중권

<공희준 칼럼> 강준만처럼 노무현과 이명박 공통분모 찾아야

공희준 | 기사입력 2008/05/26 [22:29]

한미 FTA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진중권

<공희준 칼럼> 강준만처럼 노무현과 이명박 공통분모 찾아야

공희준 | 입력 : 2008/05/26 [22:29]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지지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한 ‘소년우파’인 내가 한미FTA에 고개를 갸우뚱할 지경이면 진보좌파진영은 벌써 벌집 쑤신 분위기가 돼야 옳다. 한데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겠다.
한국사회을 대표하는 진보지식인 진중권이 한미 자유무역 협정에 관해서는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큼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현상이. 광우병과 FTA는 황달과 간질환의 관계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란 뜻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미FTA에 내포된 특정위험물질(SRM)임이 밝혀지면 그날로 봉하마을은 끝장이다.
이병완이 노무현 아래서 일했던 청와대 비서관들을 재차 불러모으고, 이해찬이 싱크탱크 차리고, 유시민이 대구에서 박사모의 곁불을 쬐는 사태 등에서 드러나는 친노세력의 재결집 움직임은 이걸로 일장춘몽이다.
 
진중권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뜬금없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사실 알고 보면 진중권도 노무현 정권 치하에서 나름대로 ‘인조이’했던 인물이다. 욕할 건 욕하면서도 챙길 거 다 챙긴.
이를테면 진중권이 갑자기 방송인으로 변신해 때 아닌 특수를 누렸던 시기는 노무현의 집권기간과 일치한다. ‘노짱님 만세’를 목 놓아 외쳤으면서도 국물조차 구경 못해본 영양가 제로의 명계남과는 정반대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는 진중권이야말로 진정한 처세의 달인일 수가 있겠다. 강재섭과 정세균 뺨치는.
 
한미FTA와 미제 쇠고기의 ‘필연적’ 1촌 관계를 진중권은 왜 생까고 있을까? 그가 평소 힘주어 강조했던 덕목인 논리와 진리와 합리에 바탕한다면 “노무현과 이명박 둘 다 병맛이에요!”와 같은 촌철살인의 신랄한 논평이 나와야 당연하건만.
그러고 보니 강준만과 진중권의 차이점이 또 한 개 두드러진다. 강준만은 노무현과 이명박의 발생학적 공통분모를 꾸준하게 발굴하고 있다. ‘실록 노명박’이란 제목의 신간서적을 기획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호기심이 일 정도다. 반면 진중권은 ‘노명박 프레임’의 존재를 애써 외면한다.
 
그래도 진중권을 존경하련다. 노무현을 위한 책을 써서 경상도 노빠들에 의하면 ‘떼돈’을 번 나와는 달리 진중권은 노무현한테 철저하게 의리를 지키고 있으므로. 하기야 TV토론회 출연료가 웬만한 책 한 권 인세보다도 많으면 의리를 지키는 것이 인간적 도리에 부합하겠지. ‘뚝심의 노무현’의 2.0 버전은 아마도 ‘의리의 진중권’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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