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상황이다

<의정칼럼> 7.6 전당대회는 제2의 민주화 운동 선언하는 장 돼야

우원식 의원/민주당 | 기사입력 2008/05/27 [11:50]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상황이다

<의정칼럼> 7.6 전당대회는 제2의 민주화 운동 선언하는 장 돼야

우원식 의원/민주당 | 입력 : 2008/05/27 [11:50]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는 출범한지 불과 3개월 만에 국민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탄핵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에 13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작년 12월에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이지만,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부도덕하고 능력도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청소년조차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촛불을 들고 나섰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를 지키고 있는 조·중·동까지 불신하게 이르렀다.

대통령의 표면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뤄온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은 여전하다. 비난 언론을 통제하고 공권력을 남용하고, 생명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괴담’으로 매도하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국민을 무시하는 자신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가 온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민주주의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 ‘권위주의적인 독재권력과 이에 맞서는 시민’이라는 80년대의 민주화 운동 시절과 같은 상황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하는 통합민주당
 
이명박 정부 3개월 동안 드러난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국민의 눈을 속이는 방식으로 추진하려는 한반도 대운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수돗물 민영화, 무리한 7% 성장 추진에 따른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급여소득자의 실질소득 감소, 그리고 복지예산·사회 서비스 대폭 축소와 국민기초생활 수준 저하 등 일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고, 나머지 역시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민의 저항을 공권력으로 제압하려는 기도 역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리 통합민주당은 여전히 국민과 함께 있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효과적인 대응은커녕 국민의 의식 수준을 쫓아가기 급급한 형편이다.

지난 지자제 선거, 대통령선거, 그리고 최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 역시 국민이지만,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곧바로 저항에 나선 것 역시 국민이다. 총선 직후 쇠고기 협상 타결에 대해 우리 민주당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기 전에 국민 스스로 먼저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경찰이 촛불을 든 시민에게 민·형사적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주당은 성명서 한 장이 고작이다.

정운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 권고안이 부결된 것은 대산과 총선 패배의 후유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절망적 결과다. 권고안 부결은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열린우리당 시절 불임정당이라는 오욕을 통합민주당에서도 그대로 안고 17대 국회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대통령선거와 총선의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은 생활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깨닫고 직접 나서고 있는데, 민주당은 대선과 총선의 결과가 주는 의미조차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7.6 전당대회는 대안세력 이전에 존재가치 확인이 핵심
 
낮은 투표율이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낮은 투표율 속에는 ‘대안 부재’라는 문제가 있다. 국민은 우리 민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강부자 내각·쇠고기 파동 속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는 확산되지만 그것은 민주당의 지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된다.

따라서 2008년은 민주당이 국민에게 ‘대안으로 인정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있는 한 해가 된다. 더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대안으로 인정받느냐 여부 이전에 민주당의 존재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대안정치 세력 여부 이전에 민주당의 존재가치가 문제가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속에서 이명박·한나라당 정부와 시민의 대결에서 민주당은 제3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1987년 6월항쟁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 우리 민주당이 권위주의적 정권과 시민의 대결에서 제3자로 전락한다는 것은 곧 민주당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다.
 
전당대회를 위해 지역과 정파를 극복하고 시급히 토론을 조직하자
 
민주당은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가, 2008년은 바로 이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민주당 스스로 내려야 한다. 그것은 당의 정체성의 문제이며,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과연 민주당이 민주주의 수호의 주역이 될 자격이 있냐는 문제다. 이것이 먼저 선결되어야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절박하다.

따라서 7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 이전에 민주당의 정체성의 문제,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연적인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의 검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창조한국당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와 대운하 반대의 정책 연대 수준에서 자유선진당과 교섭단체를 합의한 상황에서 민주당을 민주당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처음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지 기반과 본질적인 정책이 달라도 ‘단 하나의 정책만 같아도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이해관계에 얽매인 천박한 연대라는 창조한국당식의 새 정치’가 드러난 상황에서 민주개혁세력으로서의 통합민주당의 존재근거를 확인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는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미국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은 앞으로 필연적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는 더 큰 시민 저항의 출발이다. 그렇다면 비록 늦었지만, 우리 민주당은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치열한 논의가 없는 전당대회는 무의미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과 총선에 대한 평가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위기 속에서 어떻게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에 맞선 것인지를 논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어서 빨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그것이 전당대회 준비의 핵심이다.

그런데 여전히 통합민주당은 정파적 이해에 얽혀 지역위원장 자격에 대한 ‘방정식’에 골몰하고 있다. 전당대회의 아젠다를 논의조차 못한 상태에서 지역위원장 자격을 둘러싸고 ‘당지도와 개인지지도, 상대 후보의 당지지도와 개인지지도를 변수로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논의하는 이면에는 정파적 이해가 깔려있다. 여전히 통합민주당은 한가하기만 하다. 중산층과 서민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진 민주당이 이렇게 한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거리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출신 지역과 정파를 놓고 기능적으로 접근해서는 우리 통합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존재가치가 없다. 그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2008. 5. 25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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