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국민과 점점 멀어지는 이유

조중동과 PD수첩, 그리고 촛불문화제와 강경진압

임두만 | 기사입력 2008/05/28 [08:02]

MB정부가 국민과 점점 멀어지는 이유

조중동과 PD수첩, 그리고 촛불문화제와 강경진압

임두만 | 입력 : 2008/05/28 [08:02]
2007년 1월부터 12월 대선까지 지지율 1위를 고수하며 당시 집권 여당의 후보를 무려 530만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된 대통령이 바로 현 이명박 대통령이다.
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고 선언,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까지 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했다.
 
이는 이전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달고 출발했음에도 국민의 참여를 봉쇄하고 자기들끼리의 정책으로 일관, 국민들과 괴리되면서 인기를 잃어갔기에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새 대통령의 "국민을 섬기겠다"는 선언은 새삼 신선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새 대통령과 정부는 출범 3개월 만에 "3개월이 백년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를 앞세운 거리시위대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나오게 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통령의 취임사를 대문짝만하게 인쇄해 배포했던 신문들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국민들은 왜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으며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치게 된 것일까?
 
그 해답을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직접적 도화선을 당겼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MBC PD수첩의 27일 방송이 일정부분 내 놓았다. '누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가'편이 그것이다.
지난 4월 17일 한미 양국 간의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날은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켐프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짜였다.
 
이에 미국 부시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즉시 국내에선 미국산 쇠고기의 거의 무제한 수입 개방으로 타격을 입게 될 한우사육농가를 중심으로 이 협상타결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 대통령의 방미 소식으로 온 지면을 장식했다.
 
또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에 대한 논평에서 "서민들도 값싼 쇠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쇠고기가 가장 비싸다"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가 국민들에게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려는 정책인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보도되자 국내 여론은 급격히 끓어올랐다.
 
그래도 대통령의 인식은 한가했다. 미국방문을 마치고 일본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국내에서 일고 있는 광우병 위험논란에 대하여는 "나쁘면 안 사먹으면 된다"라고 말했고 일본 화우 사육농가에 들른 뒤 "우리도 1억짜리 소를 길러내면 한우사육농가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국내 여론은 급격하게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성토 분위기로 바뀌어 나갔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정상회담 댓가라는 '설'은 사실로 굳어져 갔다. 때맞춰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라는 MBC  PD수첩 1탄이 터졌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막연한 우려를 나타내던 국민들에게 광우병 공포심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가면서 아이들이 흥분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들은 정부의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하고 국민 건강의 안전성을 우려하기보다 성과만을 내세우며 정부를 감싸기에 바빴다. 심지어 수년 전부터 자신들이 우려해오던 광우병의 위험성과 한국인의 취약성마저 부인하며 미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중고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 미국산 쇠고기 여론은 실제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들까지 예상할 수 없는 뜨거운 기세로 불타올랐다.  한 고등학생이 만들었다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장은 삽시간에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끌어냈으며 청계광장에 촛불을 든 학생들이 수만 명씩 늘어 앉았다. 이는 어떤 어른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 아이들을 격분시킨 것은 정부의 대응도 크지만 일부 보수언론들의 잘못도 매우 컷다. 이전 노무현 정부의 쇠고기 수입정책에는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질타하던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180도 변한 것이다. 즉 이미 1년 전 자신들이 보도했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경고 기사들에서 나온 광우병 위험론을 '광우병 괴담'으로 몰고 가면서 이 괴담에 아이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몰아부친 것이다.
 
이러한 주요 일간지의 상반된 보도와 말 바꾸기에 대해 학생과 국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보수 언론은 1년 전 자신들의 보도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리고 반대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국민들을 반미, 좌파세력으로 매도하며 특정 세력들의 배후조종에 의해 학생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논조로 배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 같은 보수언론들의 부추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27일 정부는 '공안대책회의'라는 회의체를 소집, '불법시위' '엄정대처' '전원사법처리'라는 아주 오래 전에 사라진 용어들을 다시 되살려 냈다. 이후 27일 서울시내 곳곳에 진압복과 방석모를 착용한 시위진압 전문 부대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미 앞서 거리시위에 나섰던 시민 98명을 체포, 조사하면서 이들의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정부의 강경방침 때문에 잠시 시위대가 줄어들 수는 있을지 모르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며 이는 앞으로 남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4년을 매우 어렵게 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 '고교등급제' '대학입시자율화' '건강보험당연지정제폐지' '금산분리법 완화' '인터넷 종량제' 등 주요 대선 공약과 인수위 정책들이 국민들의 압도적 반대여론 때문에 책상 위로 꺼내자마자 다시 집어넣어야 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핵심 대선공약인 '한반도대운하' 건설 정책은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반대를 의식 '4대강 정비'라는 이름으로 후퇴했으며, 이 정책도 내부에서 양심선언이 터져나와 정부 전체가 흔들리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국제 원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성,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확실시 되는 오바마 상원의원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 불안전한 국내 부동산 가격에다 급등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물가까지, 경기 호전의 기미는 어느 한 곳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경제살리기라는 이슈 하나로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의 앞날에서 장미빛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란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강압통치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 정부의 앞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통'이 안 된다고 하소연한 대통령이 '소통'을 위해 귀와 눈을 여는 것이 아니라 1%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일삼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의 부추김만 따라간다면 정말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 반대로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다시 3개월 전으로 돌아가 '섬김'을 되새기고 '소통'을 음미하면서 백성들을 생각하기 바란다.<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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