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따로 행동따로, 5년 후가 걱정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부치는 말

정인대 | 기사입력 2008/06/01 [00:03]

말따로 행동따로, 5년 후가 걱정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부치는 말

정인대 | 입력 : 2008/06/01 [00:03]
이명박 대통령은 6월 3일이면 취임 100일이 된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축하(?)라도 하듯이 민주당은 100일 평가대회를 갖는다고 야단법석이다. 흠집내기, 약점찾기 평가대회가 분명하니 별 관심이 없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이 만일 평가대회를 갖는다고 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다. 별 관심이 없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을 은폐하고 무능을 포장하기에 급급할 것이니까 말이다.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 만만한 발걸음으로 대통령의 업무를 시작했다. 대선에서의 공약이 너무 거창해서인지 인수위 시절에 얼리버드라는 조어를 유행시키면서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만들고자 노심초사했다. 취임하고 나서도 청와대 근무자들은 물론 정부의 모든 관료들에게 부지런한 공무원상을 강요했다. 일찍 일어나서 일하고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모습이 국민에게 과연 좋게 보였을까?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정체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로 회귀하는 느낌이 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 역시 그런 감을 가지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정권은 밀어 부치기식으로 모든 업무를 진행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는 그런 방법이 효과적이었지 않나 생각해본다.
 
1960년대 경제부흥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새마을 운동을 독려하고 휴일없이 근면하게 일하는 자세를 강요하는 등의 노력으로 6.25전쟁이후 황폐화되었던 국토는 빠른 시간내에 재건될 수 있었다. 조국근대화라는 역사를 창조하는 데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는 분명 업적을 남겼음은 사실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통치시절 이후 40년이 지난 이 즈음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이 전근대적 통치 방식을 원용한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그러면 어떤 부분에서 이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방식을 흉내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면서 국민을 어리석은 대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최근 정부 부처에서 나온 서류 중, 어리석은 국민을 선도하는 방식의 문건이 발견되었다. 그 문건의 이름은 ‘멍청한 대중을 조작/영합’이라고 한다. 설혹 대다수 국민이 무식하고 배우지 못한 집단이라 할 지라도 '멍청'이라는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중앙정부 공무원들의 교육 자료집으로 사용함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1960년대 국민은 무식하였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특히 IT분야에서는 세계 최일류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을 왜 이명박 정부만 모르는가 말이다. 오히려 국민의 수준은 상승되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 수준은 퇴보한 경우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얼마전 MBC 100분토론에 전화로 참여한 광주시민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30대 중반의 시청자가 방송을 통해 한 발언은 그야말로 그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명인사들의 100분 토론시간을 능가하는 훌륭한 내용이 되었다. 광주에 사는 시청자 양씨는 '양선생님 어록'이라고 이름 부쳐질 정도의 솔직한 발언과 비유적 표현을 통해 토론회 프로를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날 전화로 참여한 양씨가 주장한 것은 “국민은 직원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했다. 양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마치 자신이 채용한 직원으로 여기는 모습이며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직원처럼 인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국민의 요구 주장에 대해 뭘 모르는 사람들이 불평만 한다고 여기는 듯 하다고 말했다.
 
양씨의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음은 현재 이명박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인식을 달리하고 있으니 국민이 뿔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달여에 걸친 촛불시위가 점차 확산되면서 좌파들이 선동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다시말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가 된 것이다.
 
또한 수입 쇠고기 문제를 우습게 생각하고 대처한 무능한 정부의 태도는 결국 소잃고 대장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자신부터 바뀌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무엇이 얼마만큼 바뀌고 변화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 취임 100일만에 이러한 수모를 당하는 정부라고 한다면, 5년 후 한국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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