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공민왕 후손들도 왕실복원 할까?

<채수경 칼럼> 이해원 옹주와 박근혜 후보

채수경 | 기사입력 2006/10/03 [11:54]

고려말 공민왕 후손들도 왕실복원 할까?

<채수경 칼럼> 이해원 옹주와 박근혜 후보

채수경 | 입력 : 2006/10/03 [11:54]

 
조선이 자주독립국가였다고? 아니다. 1388년 ‘위화도 회군’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이성계는 1392년 왕위에 올라 명나라 홍무제 에게 복속을 맹세하면서 ‘조선’(朝鮮)과 자신의 고향 ‘화령’(和寧) 중 하나를 국호로 정해달라고 청한다. 그 때 명나라가 조선이 아닌 화령으로 정해줬다면 조선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인 바, 천만 다행으로 명나라가 만주족 청나라에게 망해 부끄러운 과거가 얼렁뚱땅(?) 흐려지긴 했지만, 나라 이름까지도 남이 지어준 나라를 자주독립국가였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조선을 폄하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일부러 ‘이씨조선’(李氏朝鮮) 즉 ‘이조’(李朝)라고 깎아 내렸다고 침 튀기는 것도 볼썽 사납다. 단군이 세운 조선 즉 ‘고조선’(古朝鮮)과 구별하기 위해 ‘이씨조선’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조선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어느 나라의 속국으로 남아 양반 쌍놈 박치기를 해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조선을 뒤엎은 것은 일본이 아니라 왕조의 무능과 수탈에 신물이 난 조선인들 자신이었다. 외세개입의 빌미가 됐던 1894년 동학혁명의 주동자 대부분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였던 민초들이었고, 외세 끌어들여 개혁을 추진했던 세력도 정권 외곽에서 차별 받던 비주류였으며, 나라 팔아먹는 문서에 도장 찍은 사람들 또한 망한 집 깨진 솥단지 엿 바꿔먹는 심정으로 그랬을 거라는 데 이의를 달지 못한다.
 
대한제국 여황제 납시오? 대한제국 황실의 후손들이 의친왕의 13남 9녀 중 한 명인 올해 87세의 이해원 옹주를 ‘대한제국 제30대 황제’로 옹립하고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침탈됐을 뿐 스스로 문을 닫은 적이 없기 때문에 황실의 정통성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여 쓴웃음을 머금게 한다. 4평 짜리 월세방에서 둘째 아들과 함께 어렵게 사는 할머니 꼬드겨 장난하나? 이성계에게 나라를 빼앗긴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 후손들도 모여 고려 왕실을 복원해보면 어때? 이 참에 백제 의자왕, 고구려 보장왕, 신라 경순왕 후손들도 모여서 진지하게 논의해봐?....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배고픈 소 되새김질하듯이 과거의 영화나 곱씹고 있음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장난이라도 그런 장난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18년 철권통치를 했던 박정희의 딸 박근혜도 이씨조선의 후손들과 다를 바 없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증폭시킬 수 있는 독일을 방문하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박정희 정권 공과논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바,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온 나라가 또 다시 극단적이고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에 휩쓸릴 게 뻔하므로,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실제로 박근혜의 출마 선언이 알려지자마자 “더 이상 아버지 팔아먹지 말라” “박정희에게 죽음과 고문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 봤나?” “국민의 피와 땀을 팔아 독재했던 박정희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등등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씨조선과 박정희 독재는 말 그대로 역사, 영광으로 포장하든 치욕으로 까발리든 관점 나름이겠지만, 그걸 재현하려고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 왜? 현재는 물론 미래마저도 과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쪽으로 몰고 갈 테니까. 절대 그렇게 안할 거라고? 그럼 더 이상 과거 팔아먹지 말라.

채수경 칼럼니스트  / 在美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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