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해임은 법적 무리수이다"

정연주 사장에 KBS 개선안을 제출토록 요구해야

변희재 | 기사입력 2008/08/07 [16:56]

"정연주 사장 해임은 법적 무리수이다"

정연주 사장에 KBS 개선안을 제출토록 요구해야

변희재 | 입력 : 2008/08/07 [16:56]
법적 논란의 여지가 큰 정연주 사장 해임
 
정연주 사장의 거취 문제가 감사원의 요구로 인한 KBS 이사회의 결정여부에 달려있다. 여야 추천 구성수로 볼 때, 이사회는 정연주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에 보고한 뒤, 대통령이 이를 결정하면 해임이 될 전망이다. 정연주 사장 측은 이러한 예정된 결론에 대비하여,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법적 소송을 한다 하더라도 일단 사장에서 해임된 뒤의 일이다. 정연주 사장은 외부에서 사장의 지위에 대한 법적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자고 주장하는 측 역시 현행 방송법에 사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규정되어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한다. 즉 정사장을 해임시켰을 때,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건을 무리하게 진행시켜야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KBS가 시청료와 광고수익을 섞어서 두개 채널을 운영하는 문제, 그리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는 사장 임명 방식을 개선해야한다는 점은 대부분의 언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KBS 문제는 사장 한 명의 해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KBS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논의 가닥을 잡아나갔어야 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 여당보다도 정연주 사장의 책임이 더 크다.
 
정연주 사장은 한차례의 연임을 거쳐 노무현 정권 내내 사장 자리를 지켜왔다. 또한 정연주 사장이 임명될 당시, 임기가 남은 전임 박권상 사장 역시 무언의 압력으로 스스로 사퇴했었다. 이 당시에 별다른 논란이 없었던 이유는 박권상 사장이 일찌감치 물러났기 때문이다. 만약 버텼다면, 지금과 같은 해임 논란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KBS 개선안을 만들지 않은 정연주 사장
 
그럼 정연주 사장은 재임 시절, 어떤 방식으로든 KBS의 새로운 대안을 만련하여 공론장에 올렸어야 했다. 그러나 정사장은 현재의 KBS의 모순점을 그대로 놔둔 채, 오직 시청료 인상안만 제출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탄핵 당시 너무나 노골적으로 정부여당을 지지하여, 다수 여당의 힘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아무리 여당이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절대 다수의 지지가 필요한 시청률 인상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것을 떠나 이것이야말로 정연주 사장의 경영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정연주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청료 인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이를 열린우리당에 올인을 건 자신의 실책으로 성공시키지 못했으므로 경영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KBS가 민간기업었으면 99% 해임되었을 것이다.
 
만약 정연주 사장이 진심으로 KBS를 아꼈다면, 일찌감치 시청료 인상안과 자신의 임기를 걸었어야 했다. 더불어, KBS의 새로운 대안 역시 제시했어야 했다. 정연주 사장은 이를 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임기를 지키는데 급급하여, KBS의 구조 개선이 막혀버렸다. 이는 정연주 사장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언론노조, 민언련, 언개련 등 좌파 언론세력들 전체의 문제였다. 사실 상 이들은 KBS를 이대로 둔 채 시청료만 올려, 방송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가 되었으니 현 정부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 KBS 개혁부터 논의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현재 정부 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은 지난 국회에서 일찌감치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을 조기에 공론화시켰어야 했다. KBS1TV, 아리랑TV, EBS를 묶어 100% 시청료로만 운영하는 공영채널을 만든 뒤, 예산을 국회가 심의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KBS 개선안 중 가장 합리적이다. 이 안을 제시한 뒤, 정연주 사장과 좌파언론단체에 다른 KBS 개선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여, 이를 국회에서 논의한 뒤, 이 결과에 따라 정연주 사장의 진퇴를 결정했어야 했다.
 
지금 정연주 사장을 지키자는 세력은 바로 정사장 해임 뒤,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국가기간방송법을 통과시켜, 2TV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 자체를 그간 언론개혁진영에서 기피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서 이 논의를 촉구하며 여론을 모아갔다면, 국회 절대 다수당 입장에서 훨씬 더 수월하게 KBS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너무 과도하게 KBS 문제를 정연주 사장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정연주 사장이 노무현 정권 당시 편파방송을 주도한 것이 맞다 해도, 사실 이는 전임 KBS 사장 모두의 문제, 즉 KBS 구조의 문제이다.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누가 KBS 사장으로 와도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 부분을 이슈화시켰어야 했던 것이다. 만약 그래도 정연주 사장과 좌파언론단체가 이 논의를 기피한다면, 국회에서 국가기간방송법 통과를 시키며, 자연스럽게 정사장 해임 및 KBS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정연주 사장이 있는 한, KBS 개혁에 결사적으로 저항하며 이것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일단 정연주 사장을 해임시킨 뒤, 이후에 KBS 개혁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략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겠으나, 해임 절차의 법적 논란이 이슈가 된다면, 또 다시 본질적인 KBS 문제의 논의가 뒤로 밀려날 수 있다.
 
KBS이사회, 해임권고안이 아닌, KBS개선안 제출을 요구해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법적 논란의 여지가 큰,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권고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다른 건 몰라도 어찌되었던 공영방송의 사장을 법적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해임시키는 것에 대해 정사장 해임에 찬성하는 국민들도 눈쌀을 찌푸릴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의 문제는 결과보다도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법 절차가 지켜지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설사 결과가 같더라도 일의 순서를 지켜나가겠다는 원칙이다.
 
오히려 KBS이사회는 정연주 사장에게 국가기간방송법에 준하는 KBS개혁안을 제출토록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9월 국회 때 국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논의하여야 한다. 정연주 사장이 이를 거부한다면, 그때 가서 직무유기로 해임논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KBS의 구조가 크게 변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도, KBS 사장이 다른 대안도 없이 이를 무작정 반대한다면, 이는 국민도 KBS 직원도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국가기간방송법이 통과되면 정당한 법 절차를 통해 해임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연주 사장의 거취 문제는 양측 모두 언론의 정도, 법치주의, 그리고 공공의 책임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정연주 사장의 직무유기 탓이라 하더라도, 어쨋든 칼자루를 쥔 측은 정부와 여당이고, 그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는 것도 정부와 여당이다. 그렇다면 법과 원칙에 맞게 처음부터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KBS를 권력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면 말이다. 노무현 정권과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정권교체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변희재 / 빅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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