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탄보다 더 강력한 폭탄이 '햇볕'

<뉴욕 칼럼> 김정일이 무서워 하는 것은 변화와 개방

채수경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6/10/14 [00:14]

핵 폭탄보다 더 강력한 폭탄이 '햇볕'

<뉴욕 칼럼> 김정일이 무서워 하는 것은 변화와 개방

채수경 칼럼니스트 | 입력 : 2006/10/14 [00:14]

못난 사람들도 잘하는 게 있다. 바로 ‘탓’이다. 70년대 ‘그건 너‘라는 노래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가수 이장희도 그랬다. 고요한 밤 홀로 잠 못 이루는 것도, 책 속의 수많은 글들이 한 자도 보이지 않는 것도, 우산도 안 받고 종로 거리를 혼자 걷는 것도, 하루 종일 번호판과 씨름하다가 당신이 받으면 끊어버리는 것도, 바보처럼 울고 만 것도 모두 ‘그건 너‘ 탓이라고 우겼었다. 그런가 아니다. 모든 게 너를 잊지 못한 ‘내 탓’이라는 것을 이제는 울릉도에서 더덕농사 지으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이장희도 배시시 웃으며 인정하리라.
 
탓’은 ‘일이 그릇된 까닭이나 원인’, 그러나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 ‘탓’을 뜻하는 영어 ‘blame’ 또한 그 점을 잘 말해준다. ‘blame’의 어원은 ‘나쁘게 말하다’ ‘신에게 불경한 언사를 쓰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blasphemein’, 그게 ‘blasphemare’를 거쳐 고대 프랑스어 ‘blamer’로 변했다가 영어 ‘blame’로 정착됐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감행한 게 햇볕정책 ‘탓’인가? 핵실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제일 먼저 튀어나온 게 “햇볕정책은 이제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말이었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햇볕정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그간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햇볕정책을 고수해왔으나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얻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햇볕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감행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실제로 “북한이 남한에서 지원해준 돈과 물자를 이용하여 핵무기 실험을 했다”고 침 튀기는 사람들도 많다.
 
맞다. 역설적으로, 북한은 햇볕정책 때문에 핵무기 실험을 감행했는지도 모른다. 정권욕에 눈먼 정치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개대중이’와 ‘노개구리’ 씹는 것을 사는 재미로 삼고 있는 밴댕이 소갈머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햇볕정책이야말로 남한이 북한을 향해 쏜 가장 강력한 핵 폭탄이었다는 데 이의를 달지 못한다.
북한이 햇볕정책으로 도움을 받았다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 그런데도 미사일 및 핵무기로 뭉개버리려고 덤벼든 이율배반을 곱씹어 보라.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테러와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군수산업 부흥과 무기장사에 써먹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금융제재 등으로 목을 죄어와 앉아서 굶어죽게 생긴 바, 남북교류 확대로 자본주의의 단맛을 본 주민들의 불만이 급팽창하고 있기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이럴 바엔 전쟁 위협을 고조시켜서라도 다시 철의 장막을 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그런데도 햇볕정책을 포기하자고? 손 안 대고 코풀게 생긴 김정일이 입 가리고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북한이 역사의 골동품으로 전락해버린 공산주의를 고수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력 세습체제를 끌고 가게 된 것은 전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폐쇄사회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직시하기 바란다.
현재 김정일이 핵폭탄보다도 더 무서워하는 것은 변화와 개방, 그런데도 그걸 포기한다는 것은 김정일을 도와주는 것,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중이 떠중이들의 햇볕정책 폐기 주장에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채수경 / 재미언론인
[중도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닷컴]  http://newmin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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