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놓고 남한서 치고 박고 할 일인가?

<뉴욕 칼럼> 북 핵폭탄 실험의 ‘타산’과 ‘계산’

채수경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6/10/15 [10:36]

북핵 놓고 남한서 치고 박고 할 일인가?

<뉴욕 칼럼> 북 핵폭탄 실험의 ‘타산’과 ‘계산’

채수경 칼럼니스트 | 입력 : 2006/10/15 [10:36]

북한 핵폭탄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졌나? 일이 터지기만 하면 진상을 파악하기도 전에 목청부터 높이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기 짝이 없다.
 
신문의 제목들을 보자. 한반도에 ‘핵공포’가 덮쳤다,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오판의 연속’, DJ·노정부 ‘햇볕정책’ 사실상 파산, 노 대통령 면전에서 YS·DJ 햇볕정책 말싸움, 햇볕…포용…남한 위정자들이 북한 핵재앙 불렀다...
 
국가적 위기가 닥쳤는데도 중지를 모으기는커녕 정부당국이나 헐뜯는 ‘찌라시’ 신문들이 자중지란과 공포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실체 있는 논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의도했던 대로 잘 놀고 있다.
 
이번 핵실험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하여 진행됐다”고 주장했었다.
미치광이 나라라고 손가락질 받는 북한이지만 최소한의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은 해봤다는 이야기다.
 
셀 산(算)은 본디 대 죽(竹) 밑에 갖출 구(具)가 붙은 것으로서 ‘具’의 아랫부분이 변형된 것인데 대나무 막대기로 셈하는 모양을 그렸다. 손 수(手)와 평평한 면에 못 박은 모양의 정(丁)이 붙은 칠 타(打)자는 “손으로 친다”는 의미, 말씀 언(言)에 많은 수를 상징하는 십(十)이 붙은 꾀 계(計)는 “말이나 생각으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헤아려본다”는 의미, 타산(打算)이 “확인 가능한 것들을 헤아려보는 것”이라면 계산(計算)은 “확인 불가능한 것들을 논의나 생각을 통해 따져보는 것”을 말한다.
 
북한이 자랑스레 언급한 ‘과학적 타산’은 핵무기 기술이고 ‘면밀한 계산’은 핵실험 강행 후의 국제사회 반응과 사태 추이였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까지의 추정에 의하면 이번 폭발은 TNT 1000t 이하 소규모 폭발로서 핵실험치고는 위력이 너무 약할 뿐만 아니라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아 “실패했거나 아니면 핵실험 자체가 사기극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압박 또한 한층 거세어지고 맹방인 중국과 남한 내 우호세력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북한의 타산과 계산이 크게 빗나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칼럼니스트 앤디 머키리어는 “김정일 체제가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계산된 위험을 선택했다”며 “북한의 핵보유가 한국 내 투자가들에게 오히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고, 그런 분석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듯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서는 기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의 타산과 계산이 정말 빗나갔나?
그렇지만도 않다. 미사일 시험발사 때와는 달리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놓는데 성공했고, 올해의 미 중간선거와 내년의 한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문제를 이슈화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내부의 단속 결속에도 큰 도움이 됐을 거라는 데는 토를 달지 못한다.

혹자는 이번 핵실험을 고스톱에 비유하여 “김정일이 못 먹어도 고!”를 외친 것이라고 조롱했지만 사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쓰리 고에 피 바가지를 쓸 게 분명하므로 “처음부터 다시 치자!”고 화투판을 뒤엎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핵실험은 북한이 했는데 남한사람들끼리 치고 박고 박치기만 할 게 아니다. 북한의 진짜 의도가 뭔지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을 해봐야 할 때다.
 
채수경  / 재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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