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쨋거나 조선일보의 민주당 걱정은 기우다

<네티즌 칼럼> 민주당에는 '아래로 부터 강한 힘'이 작용한다

임충섭 | 기사입력 2009/01/06 [23:43]

어쨋거나 조선일보의 민주당 걱정은 기우다

<네티즌 칼럼> 민주당에는 '아래로 부터 강한 힘'이 작용한다

임충섭 | 입력 : 2009/01/06 [23:43]
조선일보가 어제 국회투쟁에 대한 아쉬움을 사설로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일자 사설을 보면 제목이 <민주당이 과연 승리한 것인가>이다.
이 사설은 <민주당이 '승전'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한나라당이 요구한 85개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을 '법안 전쟁'에서의 승리라고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서두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사설은 <지금 민주당은 지도부 리더십이 무너진 채 우왕좌왕했던 한 달 전과는 딴판이다. >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곧이어 사설은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그렇지만 새해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승전 분위기와는 다르다.>라고 한다. 갤럽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18%로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10%대에 주저앉아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게 2006년 6월 이후이니 벌써 2년6개월이 넘었다고 지적한다.
 
조선일보 사설은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얻은 것은 집토끼 결집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중산층이 민주당에게 결집할 리가 없다고 한다. 중산층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경제인데, 경제회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을 민주당이 해머와 전기톱(사실은 '드릴')으로 막았기 때문이라고한다.
 
여기까지 보면 조선일보는 진실의 절반은 맞췄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 투쟁에서 집토끼 결집이 최선이었다. 중산층과 같은 들토끼는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집토끼까지 날아감으로써 민주당은 패배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게는 집토끼 결집이 가장 시급했다는 말이다.
게다가 중산층이라는 들토끼는 절대로 어느 정당에게도 집토끼가 되지 않는 집단이다. 집토끼가 되려면 논리필연적인 이해관계가 결부되어야하는데, 중산층은 본래 중간층으로서 분위기에 편승하는 경향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다수의 중산층이 한나라당 지지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다. 중산층은 본질적으로 부자를 선호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부자정당 한나라당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이 항상 부자정당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7년, 2002년 대선에서 중산층은 서민정당의 대선후보에게 표를 줬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조선일보는 <중산층이 민주당에 간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굳이 주장할 필요는없다. 중산층이 한나라당에게 영구히 안겨 있다고 볼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미 FTA비준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 대하여 조선일보가 상당히 오해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야겠다.
 
민주당은 한미 FTA를 원천적으로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도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고육지책으로 강구했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경제위기를 겪는 미국이 차후에 한미 FTA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금융환경도 급변하는 중이므로 미국이 하는 것을 봐가며 한미 FTA를 비준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아마도,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특히 경제관념에 밝은 중산층이라면 민주당의 입장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조선일보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민주당을 흠집내기 위해 허황한 주장을 하는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조선일보의 민주당 걱정은 기우다.
그것이 기우라는 것은 조선일보 사설 자체가 이미 밝혔다. <지금 민주당은 지도부 리더십이 무너진 채 우왕좌왕했던 한 달 전과는 딴판이다.>라면서 조선일보 사설은 앞으로 민주당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민주당이 이렇게 갑자기 달라졌을까?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자충수를 둬 주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작년 2008년 1년 내내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자충수를 두었음에도 민주당은 지금처럼 강공으로 나가지 못했다.
민주당이 갑자기 돌변한 것에는 다른 원인이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미 그 원인에 대하여도 오늘자 사설에서 지적했다.
 
오늘 아침에 조선일보 사설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합리적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강경 투쟁의 선봉에 선 것을 아래로부터 밀려 전쟁에 끌려 나온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라고 지적했다.
이게 정답이다. 민주당이 올해 들어 갑자기 돌변한 것은 <아래로부터 강한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예산안 처리 후 민주당 기층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일년 내내 자충수를 두는데도 그걸 공략하지 못하느냐.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가 너무 무능하다.>라는 불만이 증폭된 바 있었다. <임시국회가 끝난 후에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바로 이런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를 변화시킬 것이다. 민주당이 돌변한 것에는 그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던 것이다.
 
물론,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정세균 당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가 또다시 작년처럼 전략부재 상태로 전락하거나 온건론과 타협론으로 지리멸렬하게 당을 이끌 수도 있다.그 경우에 민주당의 집토끼들은 또다시 이반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기대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앞으로 좀더 짱짱하게 당을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화투쟁 경험이 없는 정세균 대표는 이번에 짧지만 강한 투쟁 경험을 했고 원혜영 대표도 정치는 장사와 다르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나라당은 대화를 통해서는 안 되는 사람임을 이번에 깨달았을 것이기에 앞으로는 한나라당을 <적>에 준하여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그리고 민주당을 훈련시키는 그 손이 존재하는 한, 민주당은 앞으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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