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눈물 속에서 민족모멸감 느킨다

<채수경 칼럼> 민족반역자라고 욕해도 좋다

채수경 | 기사입력 2009/03/13 [11:51]

김현희 눈물 속에서 민족모멸감 느킨다

<채수경 칼럼> 민족반역자라고 욕해도 좋다

채수경 | 입력 : 2009/03/13 [11:51]
1922년 당대 최고의 작가이자 2․8 독립선언문 작성자인 춘원 이광수가 월간 ‘개벽’ 5월호에 ‘민족개조론’을 발표한다....어떻게 하면 우리민족을 행복과 번영으로 인도할 것인가. 민족성을 개조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이 피폐한 것은 바로 민족성이 나태와 비겁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된 것은 이런 점에서 필연적이다. 1919년의 3.1운동도 무지몽매한 야만인종의 맹목적 행동에 불과하다. 독립은 일종의 법률상 수속이니 이는 독립의 실력이 있을 때 국제법상 수속으로 되는 것이지 운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이 글이 발표되자 우리 민족을 미개민족으로 비하하고 민족해방운동을 전면 부정했다고 해서 비판과 분노가 쏟아졌고 결국 이광수는 해방 후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1949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의해 구속됐었다.
 
요즘 춘원의 ‘민족개조론’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분할 점령함으로써 민족의 비극이 시작됐는데도 미국과 소련을 비난하기는커녕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동족끼리 피를 흘린 못난 민족, 일제 36년간의 치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선 그러려니 넘어가면서 남북한 대화에 대해서는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한심한 수구꼴통들, 6.25 때 중공군이 참전하여 분단이 고착화됐는데도 중국에 대해서는 헤헤 주접을 떨면서 같은 민족끼리는 두 눈 부라리는 머저리들, 핵무기 실험은 북한 김정일이 했는데도 남한에서 패를 갈라 서로를 김정일보다 더 미워하는 밴댕이 소갈머리들, 무슨 일이 터지면 힘을 모아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그걸 이용하여 상대방을 짓밟으려고 덤벼들면서 외국놈들 눈치나 보는 찌질이들을 어떻게 하면 행복과 번영으로 인도할 것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민족개조론’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남북관계가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지난 1987년 11월 29일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우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KAL858기를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공중 폭파시켰다는 김현희가 부산 벡스코(BEXCO) 기자회견장에 일본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을 떼거리로 모아놓고 “진범이 바로 나이니 제발 믿어 달라”고 눈물 어린 호소를 한 데 대해서도 민족적 모멸감을 금할 수 없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죽마고우(?) 독재정권이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2월 15일 김현희를 서울로 부랴부랴 압송했기에 ‘조작설’이 제기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설사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심증으로만 ‘조작설’을 주장하면서 파헤치려는 어리석음을 범했다고 하더라도 김현희가 저지른 범죄에 비하면 조족지혈, 희생자 수만큼 115번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살인마 김현희가 ‘조작설’을 물고 늘어지면서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인 것처럼 구역질나는 연기를 펼치는 가운데 남북화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이 김현희의 연기를 진짜인 것처럼 감싸서 이용해먹고 있음에 긴 한숨과 함께 얼굴이 화끈거린다.
 
일각의 관측에 따르면 이번 김현희와 북한 피랍 일본인 가족간 면담이 갑자기 성사된 것은 지지도가 땅바닥에 떨어진 일본의 아소 다로 내각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북한 증오로 덮어버리기 위해 이명박 정권에 부탁해서 이뤄졌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바, 흉악한 테러범과 한반도를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의 극우세력을 이용해서라도 정권의 안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사람들과 조국 대한민국의 하늘을 함께 떠받쳐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춘원이 주장했던 대로 민족성을 개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술을 깨물며 인정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능력도 없으면서 자주와 독립을 외치기보다는 일본이나 중국 아니면 미국의 식민지를 자청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민족반역자라고? 그렇게 욕해도 좋다. 같은 민족과 대화도 못하고 타협도 못하고 이민족 끌어들여 동족 때려잡는 사람들과는 ‘한민족’이라는 허울로 어깨동무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뉴욕거주 언론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추천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