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을 공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네티즌 발언대> 공천배제가 더 큰 혼란 유발시킨다

임충섭 | 기사입력 2009/03/16 [02:59]

정동영을 공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네티즌 발언대> 공천배제가 더 큰 혼란 유발시킨다

임충섭 | 입력 : 2009/03/16 [02:59]
▲   정동영 전 장 관   ©뉴민주.com
정세균 당대표는 지난 주말 내내 정동영을 전주 덕진에 공천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마음 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왔다갔다했을 것이다. 정동영을 공천에서 배제한 후에 일전을 불사하는 시나리오를 100번 이상을 숙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결국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을 전주 덕진에 민주당 공천할 것으로 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폐륜정당이라고 몰아갈 수 있다.
정동영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동영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마자 일단 정동영부터 깠다.
그러면서 지금 한나라당 대변인은 두번째 대변인 성명을 준비할 것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대선후보로 선출했고, 자신들이 그의 선거운동을 했으며, 자신을 위해 총선에서 총알받이로 출마해준 정동영을 버렸다. 민주당은 폐륜 정당이고 콩가루 정당이다.>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아마도, 정세균 대표가 정동영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에 한나라당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어차피 정동영을 까봤자 전주 덕진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는 없지만, 정동영을 공천에서 배제한 민주당을 폐륜정당으로 몰아감으로써 인천 부평을에서 이길 수는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재보선 쟁점이 <정동영과 정세균의 힘겨루기>로 변질될 수 있다.
정동영이 전주 덕진에 출마선언을 했을 때, 민주당 주류 측은 <정동영 때문에 4.29. 재선거의 쟁점이 이명박 정권 심판에서 지역주의로 회귀하게 되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마 지금 이순간도 386들은 정세균 대표에게 <큰 맘 먹고 모질게 정동영을 공천에서 배제하라.>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정동영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정동영이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언론의 모든 관심이 정동영에게 쏠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있다.
 
언론은 매일 <정동영과 정세균간의 투쟁>에 촛점을 맞출 것이다. 언론은 <유력한 대선후보가 공천에서 배제되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정동영이 당선될지 여부, 당선 이후에 민주당이 어찌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분명한 것은, 정동영이 당선되든 낙선하든 민주당의 내홍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갈 길 바쁜 민주당의 미래는 안개에 싸여 있다.>라고 매일 기사를 써댈 것이다.
 
이게 바로 정세균 대표와 386들이 가장 우려했던 <4.29. 재보선 쟁점 변질>이다. <이명박 심판>이라는 쟁점이 완전 실종됨은 물론이고 <정동영과 정세균의 힘겨루기>가 4.29 재보선 선거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두가지 이유 때문에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을 전주 덕진에 공천하지 않을 수 없다. 공천하지 않음으로써 4.29. 재보선을 아주 망칠 수는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정동영을 전주 덕진에 공천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이 바로 <배째라 상황>이다.
 
어느 집안에 딸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딸자식이 자기 마음대로 연애하고 임신까지 해버린 후에 자기 부모에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치자. 그 경우에 부모는 난감해진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부모는 결혼을 허락한다. 동네에 소문이 나는 것을 두려워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을 허락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모질게 딸자식을 내치는 부모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소수의 경우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순간부터 가족은 파멸에 이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딸자식을 모질게 내치는 부모는 극소수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자기 마음대로 연애하고 임신까지 해버린 딸자식을 비난할 것이다. 맞다. 그 딸자식은 분명 잘못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돌이킬 수 없다.
 
정동영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이 모든 분란의 최초의 원인이 정동영인 것은 맞다. 정동영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정동영이 바보가 아닌 한, 이 시점에서 자기 입장을 번복할 턱이 없다. 정동영은 <배째라.>라고 버티는 것이 답이고, 정세균은 장차 정동영의 배를 쨀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은 정동영의 배를 안 째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 보면, 정세균은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다. 사고는 정동영이 쳤는데, 분을 삭이고 인내해야하는 사람은 정세균이다. 이 시점에서 정동영은 아마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세균 대표는 불쌍한 사람이라며 동정을 받을 입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상황은 정세균 대표 당사자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의 전주 덕진 출마를 막을 수도 있었다. 만약 정세균 대표가 4.29.재보선 준비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원칙적으로 진행시켰다면 이런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다.
 
만일 정세균 대표가 3월 초순경에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함과 동시에 공천신청을 받고 3월 중순경에 후보자를 확정했다면 정동영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비극은 없었다. 왜냐하면 신문 기사에 의하면, 3월 초중순까지만 해도 정동영은 전주 덕진 출마에 대하여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원내 진출 가능성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지도 않는 상태였으며, 실제로 불출마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4.29. 재보선 공천을 턱없이 지연시킴으로써, 정동영에게 생각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언론에 의하면, 정동영은 아주 최근에야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했고,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왜 정세균 대표는 4.29.재보선 공천을 이렇게 지연시켰을까? 그 답은 당연히 <한나라당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라는 모 최고위원의 잘못된 판단에 따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3월 5일에 공천 과정을 발표하고, 3월 9일부터 11일까지 공천신청을 받았으며, 3월 13일부터 공천심사에 들어갔으며, 3월 16일부터 울산 북구에 대해 공천신청을 받는다.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 프로세스를 딱부러지게 진행시킨 것이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당헌당규에 따라 일을 제대로 한다.>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바로 오늘까지 4.29.재보선 공천에 관해 진행시켜 놓은 것이 거의 없다. 언론에는 10일께 공심위를 구성한다고 공표해놓고는 정작 13일에 가서야 구성했다.
물론, 민주당도 4.29. 재보선에 대한 준비를 내부적으로 나름대로 했을 것이다.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고 이래저래 후보자들을 물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부적인 사정과 상관없이, 민주당의 그런 태도는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좀 늦다.>라는 평가를 받기 쉬웠다. 그래서 필자는 <한나라당은 속도전을 벌이는데, 민주당은 눈치전을 벌이는 중이다.>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앞으로 제대로 공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3월 16일에 공심위 1차 회의를 거칠 것이고, 그날 공천신청 기간을 공표할 것이다. 그런데 정동영의 전주 덕진 출마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공천심사는 한없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3월 30일까지 공천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 4월 14일 후보 등록하기 전날까지 후보자가 확정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민주당이 여러 후보자 중에서 한명을 골라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지연될 리는 없다. 이미 내부적으로 전략공천할 후보자를 확정해놓았을 것이기 때문에 결단만 내리면 당장 내일이라도 공천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공심위 구성은 전략공천을 합리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이고 공심위 위원들도 결국 도장찍는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4월 초순이 될 때까지 공천을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공천 내정자와 공천신청 후보자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후보 등록 직전에 <장고 끝에 악수>를 둘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정세균 체제는 그간 매우 무능하게 일을 했다. 원칙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시키지 않고 편법을 쓰려고 눈치작전을 펼쳤으니 정동영의 전주 출마와 같은 골치아픈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지지부진한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에 비하면, 정동영의 결단은 신선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다. 야당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도전자는 절대 널널하면 안 된다. 도전자는 생각을 신중하게 하되 한번 결단이 내려지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한번 결단을 내리면 그 다음부터는 전광석화처럼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야당, 도전자다운 모습이 없다. 오히려 100년 정도 여당한 사람들처럼 안이하고 나태하다. 정동영의 의사표시가 예정된 13일까지 <정동영은 전주 덕진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안이하게 판단했고 그런 의견을 언론에 무슨 확정된 사실처럼 공표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발이 정동영에게 먹힐 것이라고 착오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처럼 정동영의 내심에 대하여 전혀 판단하지 못했으니 정세균 체제가 정동영의 <배째라 전술>에 뒤통수를 맞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어쨋거나, 정동영이 앞으로도 계속 <배째라 전략>을 구사하는 한, 정세균 대표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주 덕진에 정동영을 공천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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