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선당후사'를 논할 수 있나?

정동영-정세균 자존심 대결, 이미 게임은 끝났다

정도원 | 기사입력 2009/04/03 [20:14]

누가 감히 '선당후사'를 논할 수 있나?

정동영-정세균 자존심 대결, 이미 게임은 끝났다

정도원 | 입력 : 2009/04/03 [20:14]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공천 싸움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상황이다.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치명적인 상처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정동영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정동영의 목표는 재보선을 통해 18대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이냐, 무소속 출마냐 하는 것은 목표달성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정동영은 민주당 공천을 통한 여의도 입성을 선호한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방법이 여의치 않을 때는 무소속 카드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정동영에게는 두가지 카드가 있는 셈이다.
 
정세균 목표는 정동영의 원내진입을 막는 것이다. 왜 정동영의 원내진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정동영이 원내로 진입할 경우 당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동영이 두개의 카드를 갖고 있는 반면에 정세균이 정동영의 원내진입을 막는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텃밭에서 국회의원 될려고 하는 냐'는 논리가 그것이다. 명분론을 앞세워 공천장을 안 주는 것이 정세균의 하나 뿐인 카드다.
 
그러나 이미 정동영은 민주당 대표인 정세균이 공천장을 안준다고 해도 무소속 출마라는 또 다른 비장한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동영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장애가 없다. 정동영에게는 든든한 지역여론이 최고의 무기다. 정동영을 지지하는 지역여론 때문에 정동영은 민주당 공천장 없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두 사람의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다. 정동영은 두개의 카드가 있고 정세균은 한 개의 카드 밖에 없다.
 
두 사람의 싸움은 당권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MB심판이니 뭐니하는 것은 명분용일 뿐이다. 민주당은 MB를 심판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MB을 심판하기위해서는 아직도 상당한 내공을 쌓아야 할 판이다. 힘도 없으면서 거대한 한나랑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큰 소리치는 것도 사실 좀 웃긴 이야기다.
 
문제는 정세균 정동영의 자존심 대결 때문에 그나마 나약한 민주당이 더 망가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게임의 결말에 앞서 어떻게 하면 민주당이 입게될 상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정동영에게 민주당 공천을 줘도 당선이 확실하고 공천장을 안줘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방법이든 당선이 확실해 보인다고 할때 어느 방법이 민주당에 상처를 덜 줄 것인가를 생각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은 매우 간단하다. 민주당 공천장을 주는 것이 선거 후 민주당이 상처를 덜 입는 다는 것이다. 무소속으로 당선 된 후 재입당이니 분당이니 하는 것으로 또 얼마나 많은 당력이 소모되고 지지자들이 또 분열될 것인가.
 
그렇다면 싫어도 조건없이 공천을 주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당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선당후사'다. 이 이치를 알면서도 기분 나빠서 공천을 못주겠다고 하는 것이라면 개인의 감정을 앞세워 공천장을 안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선당후사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만약 '공천장을 줄테니 당선 후에 당권도전을 절대로 안하고 정세균 대표체제를 인정하겠다'는 각서에 도장찍고 대외에 천명하라고 한다면 참 웃긴 일이다. 당 중진들이 중재한다는 안에 그런 내용이 포함된 것 같아서 지적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당지도부와 사전 논의없이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체류하면서 한 동안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 하던 대통령 후보를 그대로 구경만 하고 방치한 당 지도부의 정치력도 빵점이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당 지도부의 책임이 더 크다. 이 상황에서 이제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 양쪽이 똑같은 것을, 민주당 만 멍들 수 밖에. 또 누가 선당후사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선사후당인 것을.
지금 국민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에게 MB를 심판하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민주당에 대한 관심도 없다. 민주당 지지도가 증명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MB의 실정과 민주당 지지도가 연동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MB심판에 앞서 국민들 마음 속에서 사라져 버린 민주당을 찾아내는 것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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