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치뤄진 18대 총선 직후 전라북도 전주덕진 선거구에 재보궐 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총선에서 무주군수 출신 김세웅 후보가 당선됐었다. 전주 덕진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범 민주계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정치적 고향이다. 그러나 정동영은 대선패배 이후 치뤄진 총선에서 서울 동작에 출마했다가 한나라당이 정동영 저격수로 급히 투입한 정몽준에 의해 낙마했다. 정몽준이 먼저 동작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면 정동영은 동작 지역구를 선택할리가 없었다.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참패하고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표적공천에 희생된, 상처투성이 정동영은 미국 공부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정동영 전 장관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전주 덕진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김세웅 의원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단계별 사법부 심판대를거쳐 거쳐 2008년 12월 24일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언론은 일제히 미국에 체류 중인 정동영 전 장관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정동영이 자신의 고향에서 실시될 4.29재보선에 출마할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세균 민주당 지도부는 침묵했다. 정동영 전 장관 역시 침묵하면서 별 다른 반응을 외부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들은 집요하게 정 전 장관의 입장을 묻게 되고 정 전 장관은 " 생각을 깊게 안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 전 장관의 발언은 재보선 출마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이 와중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조용했다. 2009년 1월이 시작되면서 4.29 재보선 지역이 윤곽을 나타나고 미국에 체류 중인 정동영 전 장관의 움직임이 조금씩 출마 쪽으로 가시화 되는 기사들이 정치면에 등장했다. 정 전 장관이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장고에 들어가는 태도를 취함에 따라 언론들은 정 전 장관이 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정동영 전 장관이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고심에 고심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민주당에서 이에 대한 찬반 분위기가 엇갈리기 시작하자 정세균 대표는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건에 대해서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2월 3일 정세균 당 대표의 입을 자처해온 민주당 대변인 최재성 의원이 돌연 대변인직에서 물러난다. 공교롭게도 최재성 의원은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는 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는 옳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입을 열었다. 마치 정동영 전 장관의 정치복귀를 막으라는 정세균 대표의 특명을 받고 대변인직을 그만 두고 작심한 듯 '정 전 장관의 정치복귀는 아직 시기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역의원 가운데서 정세균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최재성 의원이 가장 먼저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에게 전주덕진 출마 생각을 접으라는 공개메시지를 미국으로 보낸것이다. 최재성 의원의 공개적인 정 전 장관의 출마반대 발언 이후 민주당은 서서히 내홍 속으로 들어갔다. 이종걸 의원을 중심으로 정 전 장관의 복귀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하나 둘씩 이 논쟁에 가세했다. 3월 8일 최재성 의원은 정동영 때리기에 최선봉에 선다. "나 같이 지역구나 챙기는 의원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하고는 달라야 한다'는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해 정동영 출마반대 여론 만들기 총대를 멘다. 이에 정동영 지지모임인 '정통사람들'이 9일 '최재성 의원은 입을 다물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게 이른다. 양측이 감정싸움으로 이어가는 와중에 2월 11일 송영길 의원이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동영의 전주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며 최재성 의원 대열에 공개적으로 합세한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당 중진들이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는 사이에 정 대표 측근 386의원들이 정동영을 질타하는 대목이 계속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정동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물타기 시간을 갖는다. 3월 5일 언론들은 최재성 의원이 미국에 간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에서 정동영 전 장관을 만나 '공천불가'라는 정세균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동영 측은 즉각적으로 최재성 의원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미길에 오른 최 의원은 정 전 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당초 만날 약속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발 소식통들에 의해 정 전 장관이 조만간 출마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진 직후인 3월 11일, 이미경 사무총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이 공천을 못 받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당 지도부가 공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시사한 발언이었다. 당 지도부의 공천불가 분위기를 파악한 정동영 전 장관은 13일 미국에서 재보선 출마를 전격 선언한다. 고향인 전주 덕진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리고 민주당이 어렵기 때문에 정동영이 돌아가서 민주당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과 당 지도부가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견해도 밝혔다. 정 전 장관이 출마의사를 확실하게 밝히자 3월 15일 최재성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내 친 정세균 386의원 10명이 정동영 출마반대를 골자로한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뿐 만아니라 정 전 장관이 귀국 보따리를 급하게 챙기고 있을 시간,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주 덕진과 부평을 재선거구를 전략지역으로 확정해 발표한다. 정 전 대표에게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내 시스템을 발빠르게 갖춘 것이다. 한나라당도 아니고 민주당에서 자신에 대한 정치복귀를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와중에 3월 22일 오후 정 전 장관은 2천여명이 지지자들의 공항 환영을 받으면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곧 바로 고향인 전주 덕진으로 간다. 정동영이 귀국길에 오르자 정세균 대표는 '선당후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정동영 공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며 공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두 사람은 언론이 주시하는 가운데 24일 양자회동을 갖지만 정동영은 정세균 대표가 주장한 '선당후사'에 대한 해석을 분명히 달리한다. 지지자나 당원들의 여론을 중요시 하는 것이 진정한 '선당후사'라는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자신의 출마에 호의적이라는 것을 무기로 삼은 것이다. 결국 정동영 귀국 이후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은 각각 달리 해석하는 '선당후사'의 원칙에서 대치하고 있는 셈이다. '선당후사'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맞느냐가 문제해결의 열쇠인 셈이다. 정동영은 재보선을 통해 무조건 원내진입하는 목표를 세우고 귀국했고, 정세균은 이를 무조건 저지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세균의 무기는 공천권이고 정동영의 무기는 공천장 안주면 지역구 여론을 등에 업고 무소속 출마 강행이다. 정동영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 할 경우 정세균은 이를 막을 재간이 없다. 지역여론이 정동영에 호의적이다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당에서 정동영을 압박할 수록 정동영에 대한 동정 여론이 전주덕진에서 확산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세균 대표의 지역구는 전북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임실군이다. 이 지역 출신중 다수가 정동영의 출마 희망지역인 전주 덕진에도 있다. 큰 의로 볼 때 두 사람은 동일지역 출신이라고 볼수 있다. 의원직을 상실한 김세웅 전 의원이 정세균 대표의 지역구인 무주 군수 출신이다. 정세균과 정동영은 전북이라는 범위 보다 더 좁은 사실상 전주권내 같은지역구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이 싸움에서 패자는 치유하시 힘든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출신지가 사실상 동일한 전주권으로 집안싸움이기 때문이다. 정동영과 정세균의 기 싸움 처음 부터 막을 수는 없었을까? 전주 덕진 재보궐 선거는 우연히 있게 됐다. 대선과 총선에서 만신창이 된 정동영의 정치적 고향에서 있게된 재보선, 미국서 정치복귀 시기를 저울질하는 정동영으로서는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동영은 정계를 은퇴하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참패한 패잔병이 지치고 허기진 굶주린 상태에서 눈을 떠 보니 입 앞에 물병이 놓여있는데 목말라하는 패잔병이 그 물병을 그냥 보고만 있겠는가.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고향 전주 덕진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은 개인에게나 민주당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부동 했다면 당 지도부는 이같은 입장을 정동영에게 은밀하게 전달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이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젊은386 의원들을 앞세워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당의 중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여론몰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에 대한 예우를 생략한채 이에 걸맞는 처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전주덕진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느냐고 물을 때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지도부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정동영은 왜 말 못했을까. 정동영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려고 할때 정동영 고문은 당을 위해 필요한 분이니 언제든지 원내진출을 대환영한다고 정세균은 왜 말 못했을까? 두 사람 모두 '선당후사'가 아닌 당 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는 '선사후당'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정동영과 정세균의 기싸움은 두 사람 모두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고 있다. 어느 쪽이 상처를 덜 입느냐는 재보선 이후에 그 결과가 극명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정동영은 사과하고 정세균 지도체제를 인정한다고 천명하라. 그리고 정세균은 정동영에게 전주덕진 공천장을 주라'는 민주당 중진들의 중재안을 보면 꼭 조직폭력배 두목이 감방 갔다오니 중간 보스가 조직을 장악하고 두목의 복귀를 막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같다. 출옥한 과거 두목에게 이제 세상이 변했으니 새 두목을 형님으로 인정하라. 그러면 식구로 다시 받아주겠다는 것과 흡사하다. 이같은 삭막한 중재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번 4.29재보선은 민주당이 심판 받는 선거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내부갈등, 임시로 봉합 할 이유가 없다. 건강성을 회복하기위해 내홍은 터뜨려야 한다. 정세균 논리가 맞는지 정동영 논리가 맞는지 선거 결과로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방향을 정하는 것이 순리다. 선당후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더 곰곰히 생각해야 한다.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 다시 한번 되씹어 보자는 것이다. 여기 저기서 '민주당이 깨져야 민주당이 산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 이유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뉴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