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에 대한 확고한 반대당론 시급

<천정배 의정 칼럼> "경인운하 찬성하고 대운하 반대는 모순"

천정배/민주당의원 | 기사입력 2009/04/17 [21:17]

경인운하에 대한 확고한 반대당론 시급

<천정배 의정 칼럼> "경인운하 찬성하고 대운하 반대는 모순"

천정배/민주당의원 | 입력 : 2009/04/17 [21:17]
지난 주(4월 8일) 민주연대 회원들과 함께 인천의 답동성당을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는 지난 3월 18일부터 천주교 인천교구 신부님들께서는 천막을 치고 경인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고 계십니다. 오늘(4월 17일)이면 꼭 한 달째가 됩니다. 신부님들께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것은 1980년대 말 호헌철폐 단식 이후 실로 20년 만의 일입니다.

정부는 경인운하를 건설하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사실을 왜곡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월 25일 이미 착공식까지 했습니다.

최기산 주교님을 비롯한 천주교 인천교구는 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 주교께서는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이를 확인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이미 시화호의 거짓홍보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 어려운 때에 신기루 같은 공약을 내세우며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현재의 방수로를 잘 정비하여 시민들의 편익을 제공하고, 경인운하에 투입될 재정을 지속가능하고 국가의 미래를 살찌울 곳에 투입해야 마땅합니다. 더욱이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대운하 사업입니다. 역사의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화호 문제는 제가 1996년 안산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맞닥뜨렸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청정호수를 만들어 자손만대에 길이 물려줄 귀한 보물이 될 것이라며 6년 반 동안 6,2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했던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바뀌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화방조제가 완성된 지 2년 만인 1996년 8월 수십만 마리의 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 11월 정부는 결국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함으로써 정책실패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시화호의 수질은 많이 개선됐지만 개발 이전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십 년이 걸릴 것입니다. 개발 이전과 같은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경제성이 있다는 KDI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KDI는 불과 6년 전만 하더라도 경인운하가 전혀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했던 기관입니다. 없는 경제성이 6년 만에 갑자기 생긴 이유가 뭘까요? 6년 동안 변한 것이 있다면 MB정권이 출범했다는 단 한가지입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작은 이익 때문에 경인운하를 찬성한다면 MB정부와 다를 바 없는 사기꾼에 불과합니다.

경인운하 건설이 가진 더 큰 위험은 심각한 환경파괴의 위험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장항습지의 매몰입니다. 시화호의 아픈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번 파괴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경인운하는 대표적인 환경재앙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민주당이 경인운하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착공되어 삽질이 시작된 마당에 더 머뭇거릴 시간도 없습니다. 제가 속한 민주연대는 지난 3월 초 경인운하에 대한 당론결정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지금 인천 부평에서는 재보궐 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천교구 신부님들께서는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경인운하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질의서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부평 재보궐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도 경인운하 반대당론 결정은 매우 시급한 문제입니다.

경인운하는 나 몰라라 하면서 어떻게 한반도 대운하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경인운하 건설에 찬성하면서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습니까? 민주당이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임감과 당당함 없는 민주당에 미래는 없습니다. 경인운하건설에 대한 반대당론 결정이 민주당이 새롭게 쇄신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2009년 4월 17일
천 정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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