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말 드러난 과잉진압…주상용 시민=적

5월 집중 시위 무전 녹취록 공개, 시민들 적으로 몰아

이석주 | 기사입력 2009/10/13 [15:45]

전말 드러난 과잉진압…주상용 시민=적

5월 집중 시위 무전 녹취록 공개, 시민들 적으로 몰아

이석주 | 입력 : 2009/10/13 [15:45]
지난 5월 집중된 올 한해 집회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집시법을 무시한 채 검거위주의 과잉진압 작전을 일삼았으며, 여기엔 무전기를 잡고 현장을 지휘한 주상용 서울지방 경찰청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주 청장은 특히 "보는 족족 검거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는 동시, 지하철 출입구 등을 완전봉쇄해 이른바 토끼몰이식 진압작전을 펼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집회 참가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한 뒤 진압에 올인했던 경찰 작전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5월 1일-2일, 30일 盧 시민분향소 철거 까지 직접 지휘…"무조건 검거하라"

경찰의 과잉진압 작전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같은 정황은 국회 행안위 소속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 부터 제출 받아 13일 서울청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09년 상반기 주요 시위진압에 대한 무선녹취록 전문에 따른 것이다.
 
▲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관보고를 마치고 수건으로 입을 닦고 있다. 이 날 주 청장은 촛불집회 강경진압 논란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으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 CBS노컷뉴스

강 의원은 "녹취록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중요한 집회마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무전기를 잡고 과잉진압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한 무선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노동절 집회와 2일 촛불 1주년 집회 당시 주 청장은 산발적 시위가 진행됐던 서울 종로 일대의 지하철 출입구를 완전히 차단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로 인해 주 청장은 잔당소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검거를 많이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검거위주의 과잉·강경진압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당시 이틀 동안 연행된 시민들의 수는 183명에 달했다.

이과정에서 서울청 경비부장과 기동본부장 등도 "지하철역 내부의 휠체어를 탄 장애인까지 올라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하라", "인도에 있는 시민을 채증하고 채증에 항의하면 검거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올 한해 경찰의 진압 수위가 가장 높았던 5월 2일 집회에서 주 청장은 "인도에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쫒아가서 검거 하라", "시위대들을 좀 많이 잡아야 한다"며 시민들을 검거대상으로 내몰아 사실상 검거위주의 작전을 펼쳤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5월 2일 집회가 끝난 뒤 MBC <PD수첩>의 집중 보도로 파문이 확산됐던 명동시내 진압에선 "부대가 충분하니, 둘러싸서 골목길안에 경력을 집어넣어 대대적으로 검거하라"며 토끼몰이식 검거작전을 직접 지시했다.

진압이 끝난 후에도 주 청장은 "2~3일간 우리 진압 아주 잘되었다. 대단히 수고 많았다"라고 치하했으며, 강기정 의원이 공개한 아래의 발언 내용을 놓고 본다면, 집회에 대응키 위한 경찰 작전이 얼마나 섬뜩한 정도인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 5월2일 당시 주상용 청장 등의 주요 지시 내용

- "해산절차 필요 없이 바로 검거하라" (경비과장) 

- "검거인원이 많아야 한다" (서울청장)
-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절대로 나오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하라" (서울청장)
- "초기에 많은 검거를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서울청장)
- "설사 (시민들이) 인도에 산재돼 있어도 공격적으로 쫒아가서 검거" (서울청장)
- "경찰이 접근할 때 피하면 시위자니 검거토록 하라" (기동본부장)
- "호송차량 이동을 방해하는 사람은 무조건 검거하라" (경비부장)

이밖에도 강 의원에 따르면, 주 청장은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진행됐을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대한문 분향소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상황실 CCTV로 모든 과정을 지휘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노제가 끝나고 하루가 지났던 5월 30일 새벽, 철거 10여분 전인 새벽 5:17분 부터 직접 무전기를 잡고 진압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 청장은 "신중하게 조치하라", "보니까 장애물이 별로 없네"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

특히 당일 새벽 5:38분에는 분향소를 철거하고 빠지는 1기동단장에게 "횡단보도로 건너라, 횡단보도로 건너라"고 반복 지시하는 등 작전 시작부터 분향소가 철거된 직후까지 병력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 것으로 나타났다.

집시법, 경찰관 직무규정 위반 논란, 증거인멸 논란 까지…민주, 파면 촉구

이처럼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해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검거위주의 작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나자, 당장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는 집시법 제20조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 5월 1일 노동절 본대회 직후, 서울 종로일대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제연행 모습.     © 민주노총

불법시위라 할지라도 상당한 시간동안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집회 초기 부터 검거에만 혈안이 됐다는 것이다.

또 강제 해산시에는 필요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강 의원은 "주 청장이 인도상의 군중을 공격적으로 쫒아가서 검거하라는 지시를 내려 <2009년 집회시위 경찰관리 지침>의 단순 도로점거가 해산된 후 시위대가 인도에서 일반시민과 섞여있는 경우 무리한 검거를 지양하라는 지침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주 청장의 파면을 촉구, "이 같은 불법-과잉 진압은 정당한 업무집행이라기 보다 지위를 이용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범법행위로 엄히 다스려져야 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편 같은당 송두영 부대변인도 논평을 발표, "주상용 청장은 물론 경찰 간부들도 함정을 파 놓고 무고한 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연행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 청장이 경찰 고위간부들에게 중용한 것은 무전기로 하지 말고 전화로 하라고 지시해, 과잉 폭력진압에 대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주상용 청장과 경찰 고위간부를 직권남용 및 폭력행위로 국민에게 고발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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