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야권 정치인은 왜소해 보이나?

<문일석 칼럼> 2010년 새해 정치권에 던지는 연속 칼럼<제1탄>

문일석 | 기사입력 2010/01/01 [22:53]

어찌하여 야권 정치인은 왜소해 보이나?

<문일석 칼럼> 2010년 새해 정치권에 던지는 연속 칼럼<제1탄>

문일석 | 입력 : 2010/01/01 [22:53]
▲브레이크뉴스  문일석 발행인
이명박 정권 중반시절, “야권 정치인들이 왜소해 보인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2009년엔 오랜 동안 야당의 척추 역할을 해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정치에서 확실한 진보 집권자로 군림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했다. 두 거물의 사망에 따른 후유증인가? 본질을 바라다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여러 다양한 이유 때문이다. 야권 인물 왜소현상이 극복되지 않은 한 야당에서 큰 인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 6월의 지자체 선거에서의 승리나 2012년의 야권수권도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분열주의가 야권의 적
 
이런 이유는 우선 분열주의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자신을 당선 시켜준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이라는 새 당을 만들었다. 강력해야할 집권 여당이 분열한 셈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재집권에 실패, 패배한 정당이 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여당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분열주의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분열 현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친 노무현 계열의 신당 창당 모색이 그것이다. 이런 분열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견인지역이랄 수 있는 호남 정치권에도 강하게 이입되어 있다. 호남의 정치정서는 옛 열린당-현 민주당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이고, 전-남북으로도 갈라져 있다. 야권 내의 분열주의가 야권의 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내의 주류와 비주류 간의 반목(反目)이 두번째 원인일 수 있다. 정세균 대표로 상징되는 주류는 비주류에 대해 단호하게 배척하는 자세이다. 민주당의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의 민주당 입당조차 배제하는 작은 꼼수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셋째, 현재 야권에 큰 인물이 없다는 것은 각종 선거 때의 하향식 공천과 외부 인재의 과감한 수혈이 부족한 것에도 그 탓이 있는 것 같다.
 
넷째, 정치 현실적으로는 한나라당과 집권세력의 대야 정치공작에도 그 이유가 연유된다. 과거비리를 무기로 야권 거물급 인사들에게 타격을 주는 검찰의 기획성 수사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야권 정치 인물들의 도덕성-선명성이 타격을 받아서이다.
 
실제적으로 현재 야권에는 정치 거목들이 즐비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이 포진해 있다. 몇몇 인물들의 면목을 보자.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의원(무소속)은 구 여권시절에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과 대결자였다. 큰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될 당시의 여권 대표였다. 그 역시 정치 거목이다. 전국적인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정치 지도자이다. 정대철 전 대표, 이해찬 전 총리, 김근태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 등도 내로라하는 정치인물들이다. 김경재, 김민석, 장성민 등등의 정치인들도 한 몫 할 수 있는 저력 있는 정치인들이다. 이러한 다수의 정치인재를 포용한 야권에서 인물타령을 계속하고 있다.
 

▲ 민주당 의원 총회
야당엔 인물이 없다는 자조적인 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과연 이러한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우선은 인물 각자가 스스로의 실력과 투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일 것이다. 유권자의 지지도를 높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류와 비주류 간의 결속도 중요하다. 그리고 냉철하게 여권의 인재를 보는 시각의 교정도 필요하다. 야권의 시각처럼 패배주의적 관점으로 여권의 인물을 바라본다면, 여권에도 이렇다할 인물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 정도의 인물이 최고의 지지력을 획득한 실체가 아닌가? 그는 군사 쿠데타로 집권, 장기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기도 하다.
 
사실, 현재의 야당에는 정치 인물이 없는 게 아니라 좋은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런데도 인물이 없다고 타령을 하는 것은 현재 야당 특유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서이다. 야당 자파의 내부 문제 때문이다. 자파 인물을 멸시하는 식민지 문화나 군사 문화의 나쁜 근성이 아직까지도 몸에 배어 있어서이다.
 
야권, 수권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야권엔 이미 길러진 정치 인재들이 수두룩하다. 야권은 이명박 정권 이전, 길고 긴 민주화 투쟁과 10년 집권을 했던 거대 집단이다. 야권에 널리 자리 잡은 자파인물에 대한 냉소적 대우와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길이 우선이어야 한다. 건강한 수권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우리나라 정치가 건강해질 수 있다. 그간 대한민국은 급속히 전문화-여성화 시대로 진입했다. 도처에 널려 있는 전문가-여성의 신진 인재를 과감하게 수혈, 야권을 젊게 하는 것도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한 대안일 것이다.
문일석 / 브레이크뉴스 발행인 moonilsuk@korea.com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추천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