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환한웃음 이제는 하늘이 여러개”

<서지홍 칼럼> ‘천안함 사태’ 교훈은 ‘진실 늦추기’ 효과뿐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0/04/11 [18:28]

“공자 환한웃음 이제는 하늘이 여러개”

<서지홍 칼럼> ‘천안함 사태’ 교훈은 ‘진실 늦추기’ 효과뿐

서지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0/04/11 [18:28]
▲ 서지홍 정치평론가
공자는 하늘을 전지전능한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공자 시절에는 농경사회인지라 사람들의 눈만 피하면 죄도 감출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알고 있으므로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하늘을 속일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디지털시대다.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CCTV가 있어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 미궁에 빠졌던 범죄가 CCTV의 도움으로 범인이 잡혀 해결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남을 속이거나 자신의 행동을 감출 수 없는 시대에 돌입했다.

또 과거에는 오래된 사건의 경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피해 갈 수 있었으나 비디오로 녹화된 장면이 발견되어 거짓이 탄로 나기도 한다. 또한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폰의 등장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자신의 행동을 휴대폰으로 찍어 놓을지 모를 정도로 점점 비밀이 없어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화한 내용도 전부 추적이 가능하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컴퓨터에 기록된 내용을 지워도 전문가가 있어 얼마든지 복원이 가능하다. 이제 정말 죄를 지으면 지상에서도 피할 길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2,500 년 전 농경시대에 공자가 주장한 하늘 사상이 디지털시대의 도래와 함께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공개된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개인이든 조직이든 투명성과 윤리성은 점점 강화되고 있으며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늘의 거울에 의해 평가 되듯이 감추는 것이 없어야 하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인간은 비밀을 지킬 능력이 없다고 한다. 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말을 하고서 비밀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 정부나 군 당국이 알고도 감추고 있다면 결코 그 비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6일 서해안에서 어떤 연유로 천안함이 폭발되어 무려 46명의 실종자가 발생했으나 아직도 젊은 병사들의 생사를 모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사고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혹시 당시 상황을 군 보안문제로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언젠가는 밝혀질 일인데, 정부나 군 당국이 알고도 감추고 있다면 결코 그 비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을 알면서 국익에, 혹은 군 기강에 문제가 된다고 차일피일하면서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더욱 다양한 해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맹세코 부인하면 입증할 길이 없어 결국 진실게임에 빠지고 만다. 세 명이 모두 하늘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오간 대화도 비밀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두 사람이 사이가 좋을 때는 비밀이 지켜지지만 사이가 나빠지면 이 역시 비밀을 지키기 힘들다.

혼자 한 행동도 비밀을 지키기가 어렵다. 하늘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P&G에는 직원들의 행동강령으로 뉴욕타임스 룰이라는 게 있다.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미국 최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의 1면에 기사화 됐을 때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윤리경영을 실천했기 때문에 1839년도에 설립된 P&G는 160년 이상 장수하면서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노래했다."고 노래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공자가 외친 획죄어천(獲罪於天) 무소도야(無所禱也)의 의미를 음미해 보자. 즉 하늘에 죄를 지으면 기도할 곳이 없다. 가슴에 와 닿는 공자의 말씀이다. 
<대구동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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