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발전을 위한 민주당의 진로

민주당 재정비·자강 이루지 못하면 정계개편의 종속적 위치

김만흠 교수 | 기사입력 2006/12/08 [13:38]

정치발전을 위한 민주당의 진로

민주당 재정비·자강 이루지 못하면 정계개편의 종속적 위치

김만흠 교수 | 입력 : 2006/12/08 [13:38]
 

1. 국가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소진시킨 노무현 정권

두바이에서 추진되고 있는 21세기형 초대형 투자개발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초유의 7성급을 자임하는 ‘버즈 알 아랍 호텔’을 선보인데 이어, 인공섬을 건설하는 ‘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고 온 사람들은 그곳의 새로운 활력과 성장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중국과 더불어 BRICS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의 성장 동력 또한 이미 알려진 바이다. 한때 후발국가의 발전모델이었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이어 베트남 등 후후발 동남아국가들이 많은 성장 보이고 있다.

2차대전 이후 근대국가로 재출범한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을 거쳐 왔지만, 후발 민주국가 중 정치적, 경제적으로 아주 모범적인 발전경로를 걸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후발국가들이 경제적, 정치적 발전 모델의 하나로 한국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의 특이한 국정리더십은 불필요한 혼돈과 분열을 초래하면서 국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양극화 문제, 북핵문제, 한미관계 등 당면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정권 자체를 둘러싼 논란까지 끊임없이 만들면서 국정을 혼돈 속에 몰아넣고 있다.

최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엉뚱한 정치협상을 말하더니 탈당, 하야 등을 가지고 매일매일 좌충우돌하고 있다. 집권 이래 변함이 없다. 노무현 정권은 우리사회의 정치적 자원, 특히 민주화 세력의 기반을 아주 황폐화시켰다. 민주당은 분열과 탄핵으로 왜소화된 후유증을 여전히 안고 있으며, 분당세력은 자멸하고 있는 상태이다. 노대통령은 이쪽도 저쪽도 다 파괴하고 황폐화시키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고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등은 정권의 조치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자살까지 했다. 헌재소장 국회 동의 과정에서 결국 낙마한 전효숙 헌재 재판관도 노대통령의 술수와 아집 속에서 희생된 면이 크다.

이제 집권세력이 자멸하고 대안 세력의 등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 아직 대결 구도가 미확정된 17대 대선 후보의 이합집산 과정도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은 해체 직전이다.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으로 당·청갈등은 주춤할지 모르나, 당내 친노·비(반)노 세력의 대결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 노대통령의 그동안 행보로 본다면, 해외순방 중에 동포 간담회 등을 통해 또 어떤 말을 제기해 논란거리를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국고보조금, 원내 의석 등 열린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 문제로 인해 해체나 정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2. 분열 직전의 열린당, 불투명한 대안세력

대안세력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독주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급속하게 이탈했지만, 열린당과 제로섬 관계에 있었던 민주당은 이를 거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5-8% 지지의 군소정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린당은 몰락하고 있지만, 민주당 또한 아직 새로운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 세력의 대표적인 유력 후보로 간주되어 온 고건 전 총리는 지지도가 추락해 대부분의 조사에서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불안한 국정운영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지만, 대안 세력의 요구를 담아내는 리더십, 정신,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가장 유력한 주자이지만 대안세력의 기대주인지 계륵이 될 것인지 점차 구체화되는 일정에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으면 민주당으로서는 당연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또 그렇지 못하면 정당으로서 입지도 확보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현재 민주당은 소수화 되어 답보상태에 있다.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발전적 변화는 국민적 요구와 기대, 그리고 다른 객관적 여건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진단되어야 한다. 적어도 현재 수준에 머무른 채 민주당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졸지에 원내 9석의 정당으로 추락했던 17대 총선 직후 민주당이 생존의 위기에 있던 상황이라면, 이제는 정계재편 상황과 맞물려 발전적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확대전략도 있을 것이며, 제3 신당으로의 통합, 특정 정파와의 통합도 거론될 수 있다. 정계개편 논란 속에서 민주당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도로민주당, 노 대통령과 지역당론, 민주당과 호남의 관계, 향후 통합 전략에서 열린당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기타 통합전략에서 고려사항, 그리고 민주당 세력의 자강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가지고 함께 논의해 보려고 한다.

3. 도로 민주당, 열린당보다 100배 낫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도로 민주당’이라며 비난조로 말한다. 심지어 여러 언론에서도 그런 식으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화갑 대표 등이 공적으로 응대한 바 있지만, ‘도로 민주당’만 될 수 있다고 해도 좋다. 물론 5년 전의 민주당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시대적인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도로 민주당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민주당은 분열과 탄핵으로 왜소화된 후유증을 여전히 안고 있으며, 열린당의 분당세력은 자멸하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달성하고 한국정치 민주화와 평화적 남북교류의 본격적인 지평을 연 정치세력의 기반이었다. 다만 한국 시민사회의 다수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던 점이 한계였다.

물론 아주 이상적인 것은 과거 민주당+α이다. 이것이 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재창당했던 의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의도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알다시피 국민의 정부가 집권은 했지만, 정권을 제외한 나머지 면에서는 사회적 소수에 속했다. 따라서 정책을 가시화시키고, 정치조직과 노선을 정비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다수(New Majority)]를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새로운 다수’, ‘새로운 주도세력’은 1990년대 초반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민주당의 재활을 위한 프로젝트의 명칭이자 전략그룹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과제는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졌다.

4. 새로운 다수에 대한 기대, 분열과 뺄셈의 정치로 허망하게 만들어

민주당을 소수로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던 호남 기반의 민주당의 한계는 영남 출신의 대통령 후보와 결합하는 것으로 보완되었다. 알다시피 당시 민주당 내의 정치적 리더십이나 지지도에 있어서는 노무현 후보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지역에 따른 소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노무현 후보 선택으로 나타났다. 노후보도 자신이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90년 3당합당 전 정치구도가 복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1월 24일 MBC TV '선택 2002 예비후보에게 듣는다‘).

그러더니 정권을 잡고 나서는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몰아쳤고, 여기에 ’호남당‘으로 국회에 진출했던 신기남 등도 완장을 차고 호남당 비하에 앞장섰다. 최근 열린당이 해체 직면에 이르자 민주당 세력의 부활을 견제하며 또 다시 ‘지역당’으로 딱지 붙이려 하고 있다. 이제 정권의 프리미엄이 다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어서인지, 차기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서인지 열린당 내부에서도 이를 반박하는 주장들이 일부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당시기 호남당 비판에 대해서 반성하는 열린당 의원은 없다.

호남 기반의 민주당과 영남 출신의 대통령, 여기에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에 따른 외연 확대 효과로 노무현 정부는 민주화 세력의 전통을 ‘New Majority'로 만들 수 있는 호기를 가졌다. 그러나 후보 시절부터 노정되곤 했던 독선적인 뺄셈정치는 ‘정몽준의 지지 철회 발언’을 계기로 구체화되기 시작해, 민주당 해체 실패에 따른 분당으로 이어졌다. 민주화와 개혁의 중심이 되어온 정당을 오히려 개혁과 해체의 대상으로 이름 짖고, 전통적인 기득권 세력을 협력과 통합의 대상으로 손을 내밀었다.

노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 수용’ 명분을 여기에서 찾았고, 유시민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온 대중은 어떻게 하시렵니까?”(2003년 5월 15일 김근태 의원에 대한 반박편지)라면서 개혁신당으로 포장한 탈호남·친영남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2005년 7월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노대통령의 대연정론은 이미 열린당의 신당 창당 배경에 내포되어 있었다.

5. 노 대통령의 지역당론, 애초에 지역감정과 정면으로 싸운 적 없다

지역당, 호남당 논란은 향후에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분명히 할 것은 노무현 대통령 진영의 지역주의에 대한 인식이 과거 한나라당의 영남패권주의적 인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지역주의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은 민주화 진영,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호남이 조용해야 지역주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영남패권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점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역정이 지역주의에 대한 정면 대응이었다는 말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지역감정에 대한 피해자를 대변하고자 맞선 것을 지역감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한다면, 노대통령은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맞섰던 정치인은 아니었다. 대선후보로서 준비하기 시작했던 2000년 이전의 유일한 책으로서 부산시장 시장 출마를 앞두고 1994년에 쓴 그의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는 그의 성장과 정치활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집약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여기에도 정치인 노무현이 지역감정에 대해 고민하거나 도전하는 어떤 내용도 없다.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다른 정당의 후보로 출마하면서 갖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불리한 조건에서도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출마했던 이유는 그의 동료나 지지세력 등 정치적 입지가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한번 더하려고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95년의 지방선거가 노 대통령이 지역감정에 맞선 대표적인 선거처럼 말해지나, 당시 그는 그냥 부산사람 키워달라는 주장 정도만 있을 뿐이었다(노무현, 「여보 나 좀 도와줘」, 새터, 1994, 59-64쪽). 나아가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낙선한 후에는 그 책임의 일부를 김대중의 정계복귀로 돌리기까지 했다(한겨레신문 1995년 6월 29일자 6면).”(졸저, 「민주화 이후의 한국정치와 노무현 정권」,한울, 2006, 177-8쪽).

노대통령이 지역주의와 관련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에 출마해 낙선하면서부터이다. 알다시피 당시 노대통령의 출마는 차기 대선 후보 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이때도 지역주의에 대한 정면 대응논리가 제시된 적이 없다. 다만 지지세력들에 의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고 노사모 조직의 터전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는 강준만 교수의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라는 책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6. 민주당 출신 열린당 창당 주도세력, 지역주의 ‘호남 책임론’에 ‘책임’져야

지역주의 ‘호남 책임론’은 영남, 호남 등 모든 지역에 지역주의의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보다 더 옳지 못한 지역주의론이다. 유시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출신 신당 주도 세력들 중에도 앞장서서 이런 악질적인 호남 책임론을 설파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당시 신당창당 주도세력으로 간주되었고 이후 지도급 당직도 맡았다. 혹자는 앞뒤 분간 못하고, 혹자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금씩 다른 동기와 강도로 호남책임론을 제기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간과할 수 없다.

어느 지역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을 두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냥 지역적 정치성향의 특징일 뿐이다. 그 정치성향이 자신들의 성향과 맞으면 좋아하고, 맞지 않으면 싫어할 수 있다. 1980년대 이래 한국정치에서 민주화 세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호남지역과 호남출신 유권자였다. 민주당은 그 세력의 구심점이었다. 민주화 세력 자체를 비난하는 경우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민주화 세력을 옹호한다면 이를 반가워해야 할 일이다.

정치전략 차원에서 호남의 양보를 토대로 한 탈호남 전략이 있을 수 있다고 하겠으나, 비현실적인 목적을 내걸면서 호남과 민주당에게 잔인한 양보를 강요했던 것에 불과하다. 지지는 호남에서 구하면서 탈호남 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탈영남 하겠다는 주장이 가능하겠는가, 자민련이나 국중당에 탈충청 요구가 가능한가. 탈호남정당론 자체에 반호남 지역주의, 또는 지역패권적 지역주의가 내포되어 있다.

물론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의 지지를 독점하는 데서 비롯되는 한계와 문제점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유권자들 스스로가 무소속 등과 경쟁을 통해 독점의 제약을 깨트려 오고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게임의 조건인 제도의 변경 등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열린당은 이미 실패했다. 그러니 도로열린당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대안세력의 중심은 과거 민주당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황폐화된 과거 민주당 기반의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도로민주당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의 중요한 자원이다. 대선전략을 위해서는 여기에 +α가 있어야 한다. 이는 후보전략, 연합 전략 등의 조건과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7. 열린당의 정계재편 필요성은 확대통합보다 정권실패 이미지 피하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통합에 따른 단일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제1당인 열린당의 정계개편 동기는 확대재편보다는 실패한 정권, 실패한 여당 이미지의 포장이다. 따라서 열린당이 주도하거나, 그 정당 체제가 유지된 채로 통합신당에 가세할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무현 정권과 기존 열린당의 전통을 일정하게 승계하는 신당이 되고 만다. 과연 승계할 만한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신당은 반성적이라 하더라도 노무현 정권을 승계하는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17대 대선은 구시대 지배세력인 한나라당과 새로운 대안세력과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물론 노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세력이 승부와 상관없이 대선 경쟁에 참여할 수는 있다.

추미애 전 의원의 ‘용광로론’은 화해와 통합세력의 새로운 시너지 효과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용광로와 같은 통합은 아주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와 같은 구심점이 있거나, 무수한 군소세력이 통합할 경우에 가능할 것이다. 사실상 2-3개 세력이 통합의 주체가 되는 우리의 현 시점에서 용광로와 같은 통합은 수사에 불과하다. 노정부에 대한 책임까지도 공유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탄핵에 대한 반성 등, 추 의원의 현실 인식에 애매한 점도 있다. 본래 그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지만, 2년 동안의 해외 생활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아직 갭이 있다는 느낌도 있다.

8. 민주당 재정비·자강 이루지 못하면 정계개편의 종속적 위치

고건 전 총리 세력은 아직까지 구체화된 실체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 총리 개인을 제외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3의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현재로서는 따로 없다. 결국 민주당과 열린당의 이탈세력이 고총리와 결합해야만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진행된다면, 원내세력이 12명에 불과한 민주당의 경우 자칫 급격하게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만일 고건 총리가 주도하는 세력이 민주당의 정신을 계승하거나, 이의 확대통합이 된다면 상관이 없겠으나,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보장할 수도 없는 일이다.

9. 대선 전략과 민주당 계승 세력의 재건, 전략적 선택 문제

현행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17대 대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세력은 18대 총선에서도 입지를 만들기가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포용하지 않는 후보에 무조건적으로 올인 할 경우, 경우에 따라 그것으로 민주당은 소멸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선 예비 후보의 현실적 조건, 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선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인 방향을 정해야 한다.

반 한나라당 전선 우선, 중도통합 우선, 민주당 계승 우선 등 당내에서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민주당의 자강·확대 우선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후에 타 세력과의 통합이나 연대 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정신)의 계승도 가능하고 전략적 선택의 여지도 있게 된다고 본다. 혹시 고건 전 총리와 연대하거나 통합할 경우에도 후보 추대로서의 결합이 아니라 정치세력간의 연대나 통합이 되어야 한다.

10. 민주당 재정비와 자강 이루어져야- 동굴의 우상, 반면교사

민주당은 여당의 몰락과 정계개편에 막연히 기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과연 민주당 하면 일반 국민에게 무엇이 연상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진영을 보면서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동굴의 우상]이 떠오른다. 갇힌 자기 세계에서만 보고 생각하는 것을 진리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하고 지금까지 자기 고집만 피우고 있다.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일부도 최근 반성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여당 밖의 일반 여론과는 상당히 괴리된 인식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것은 민주당에도 해당한다. 노 정권의 코드인사를 비판하면서, 폐쇄적인 당 운영은 하고 있지 않은지, 평화민주세력의 통합을 말하면서 내부의 분열은 방치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추락이 노 정권의 압박과 분열책, 그리고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민주당 스스로의 자책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 시대적인 변화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민주당의 당면과제이다. 
 
< 지난 6일 민주당 워크솝에서의 김만흠교수 발제 강연원문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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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金萬欽)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정치학 박사)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특별연구원
가톨릭대,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교수
민주개혁국민연합 정책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북한인권특위 위원, 차별전문위 위원장
(현) CBS 객원해설위원,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주요 저서>
[민주화 이후의 한국정치와 노무현 정권](한울, 2006)
[한국의 언론정치와 지식권력] (당대, 2003)
[전환시대의 국가체제와 정치개혁] (한울, 2001)
[한국정치의 재인식] (풀빛, 199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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