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궤 한국도서 1,205책 반환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 규장각 반출도서 등 69종 1,038책

박찬남 기자 | 기사입력 2010/11/14 [21:14]

조선왕조의궤 한국도서 1,205책 반환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 규장각 반출도서 등 69종 1,038책

박찬남 기자 | 입력 : 2010/11/14 [21:14]
일본 궁내청에 보관되어 있는 조선왕조의궤 등 150종 1,205책의 도서가 우리나라로 반환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제18차 APEC 정상회의(2010.11.14/일본 요코하마)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칸 나오토 일본 총리 간에 조선왕조의궤를 포함한 150종 1,205책의 반환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일 정상 간 합의에는 양 국의 외무장관(한국 : 김성환, 일본 : 마에하라 세이지)이 배석하여 정상 간 합의내용을 명문화한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반환에 앞서, 정부는 2009년 5월부터 외교부,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본 궁내청 소장 한국도서 반환 문제를 검토해 왔다. 

특히, 지난 2010년 8월 10일에 일본 칸 나오토 총리는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도서”의 반환의사를 밝혔다. 

반환 대상의 논의는 2010년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일본 동경에서 한·일 전문가 간 의견 교환을 통해 이루어졌다. 일본 측 전문가가 반환대상을 설명하고 우리 측 전문가가 이해를 표명함으로써 양국 정부 간 합의의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 측은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이상찬 서울대 규장각 교수, 박대남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등이 참여했다. 

이번에 반환되는 도서는 ‘조선왕조의궤’ 81종 167책을 비롯하여 기타 규장각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 등 150종 1,205책이다. 

다만, 최근에 반환 여부가 주목되었던 ‘제실도서’와 ‘경연도서’는 우리 측 전문가들이 확인한 결과, ‘일본 총리의 담화기준’과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반환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실도서’의 경우, 일본 궁내청은 1903년부터 ‘제실도서지장인’을 장서印을 사용하였고, 우리나라는 1909년부터 규장각에서 ‘제실도서지장인’을 장서印으로 사용하는 등 한·일 모두 동일 명칭의 장서印을 사용하였으나 한·일 전문가들이 장서印을 비교한 결과, 모두 일본 궁내청이 날인한 장서印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경연도서’의 경우에도 일본 측이 날인한 장서印을 통해 확인한 결과, 1891년 이전부터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도서로 확인되었다. 

이번에 반환되는 도서와 관련,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총독부가 1922년 5월에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80종 163책과 일본 궁내청이 구입한 1종 4책<진찬의궤> 등 81종 167책이다. 특히 2006년부터 민간단체(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에서 환수활동을 추진했고 국회 차원에서 2차례의 결의문이 채택(‘06.12.8/‘10.2.25)되는 등 각계에서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규장각 반출도서 등에는 이등박문이 1906년에서 1909년 사이에 ‘한·일 관계상 조사 자료로 쓸 목적’으로 반출해 나간 규장각본 33종 563책과 통감부 채수본(采收本) 44종 465책 등 77종 1,028책이 있다. 이중 11종 90책은 지난 1965년 ‘한·일 문화재협정’에 따라 반환되었고 이번에 잔여분 66종 938책이 반환됨으로써 이등박문 반출도서 모두를 반환받게 될 예정이다. 

이중 ‘무신사적’(戊申事績, 1책),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1책), ‘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 10책) 등 6종 28책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으로써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며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 7책), ‘여사제강’(麗史提綱, 14책), ‘동문고략’(同文考略, 35책) 등 7종 180책은 국내에 있는 도서와 판본이 다르거나 국내에는 일부만 있어 이번 도서 반환으로 유일본으로써 전질(全帙)이 될 수 있는 도서들이다. 

‘증보문헌비고’(2종 99책)는 우리나라의 역대 문물제도를 정리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1908년(융희 2년)에 간행된 것이다. 이중 1종 51책은 1911년 8월 10일에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것이고 나머지 1종 48책은 ‘조선총독부 기증’ 첨지가 있어 반환대상에 포함되었다. 

‘대전회통’(1종 1책)은 1865년(고종 2년)에 편찬된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으로 ‘조선총독부 도서’라는 장서印이 날인되어 있어 반환받게 되었다. 

이번 도서 반환은 2010년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양국의 역사적 갈등을 문화교류 측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한·일 간에 도서반환을 명시한 이번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협정’은 양 국의 국내적 절차를 완료하고 상대국 정부에 이의 사실을 통보하면 늦은 쪽의 통보가 수령된 날을 기준으로 발효된다. 따라서 실제적인 도서 반환절차는 한·일간에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협정 발효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루지게 된다. 

문화재청은 협정 발효 이후 도서반환 절차가 “안전하게,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도서 반환이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 반환의 상징적 사안인 만큼 전시·활용과 보관 등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예정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기록유산에 대한 인식의 증진과 보존 및 활용을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조선왕조의궤는 2007년 6월 제8차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등록 기준에 의거해 생각해 보면, 의궤는 ‘조선왕조 500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며 ‘조선왕조를 초월하여 동아시아 유교문화의 정신적 가치를 반영하는 자료’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독특한 기록 양식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고유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의궤는 국가 및 왕실의 의례에 대한 전모를 글과 그림을 통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기록한 것으로서 후대를 위한 참고 자료로 보존하기 위해 제작된 관찬官撰 기록물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奎章閣에 소장된 546종 2,940책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藏書閣에 소장된 287종 4,790책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왕실문화 연구, 한국학 연구의 보고寶庫
의궤는 가례嘉禮, 책봉冊封, 국장國葬, 존호尊號, 부묘, 각종 연향宴享과 같은 왕실 의례를 비롯하여 명나라 사신접대, 궁궐 영건 및 수리, 공신 녹훈, 실록實錄과 선원록璿源錄 등의 편찬, 보인寶印과 악기의 제조, 어진御眞 모사 등 국가적 차원으로 행해졌던 각종 의례에 대한 종합보고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의례의 준비와 진행은 임시로 설치된 도감都監의 책임이었으며 의궤는 행사 종료 후 따로 설치된 의궤청儀軌廳 소관이었다. 임시 준비기관은 행사의 규모에 따라 도감, 청廳, 소所로 나뉘며 의궤의 명칭도 그에 준하여 붙여졌다. 거꾸로 말하면 의궤는 각종 왕실과 국가 의례 중에서 임시 준비기관이 설치되었던 주요 의례에 한하여 편찬될 수 있었다.
의궤는 왕(혹은 황제)의 열람을 위한 어람용御覽用, 왕세자(혹은 황태자)의 열람을 위한 예람용睿覽用, 사고 및 관련 관청의 보관을 위한 분상용分上用으로 구분되며 어람용 및 예람용과 분상용은 제작과정, 장인, 재료 및 장황粧潢에서 엄격히 차별화됐다. 규장각에는 어람용과 예람용, 규장각용으로 제작된 고급의궤를 148종이나 소장하고 있다. 장서각에는 전라도 무주 적상산 사고에 보관되었던 의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어람용 의궤 유일본을 보관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의궤는 조선 건국 초기부터 제작되었으나 임진왜란을 지나며 소실됐고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의궤는 1600년 의인왕후의 국상 때 제작된 『빈전혼전도감의궤殯殿魂殿都監儀軌』와 『산릉도감의궤山陵都監儀軌』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의궤의 편찬체제가 잡혀갔고 18세기 중엽이 되면 전형적인 체제를 지니게 된다. 또 정조년간 이후에는 1795년乙卯 현륭원 전배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나 1797년에 완공된 화성 건설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19세기의 궁중연향 관련 의궤처럼 금속활자로 인쇄되고 그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체제를 갖춘 의궤도 제작되었다.
의궤는 최근 20년 동안 조선시대 왕실문화 연구가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의궤는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미술, 음악, 무용, 건축, 복식,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풍부한 자료로 활용됐으며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자료가 의궤 속에는 가득 숨겨져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 자료의 방대함과 다양함은 실로 놀라워서 의궤를 한번 접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 무한한 매력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과 그림의 상호보완을 통한 의례의 완벽한 복원
의궤의 가치는 그 안에 수록된 시각자료를 통해 배가 된다. 시각자료라 함은 행렬반차도行列班次圖, 각종 의물의 견양도見樣圖, 배경이 되는 건축도, 행사도行事圖 등을 말하는데 의궤의 종류와 편찬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의궤의 그림은 글로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글은 그림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모든 의궤가 다 그림을 수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의궤의 그림은 꼭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서 내용을 보충해주고 있다.
반차도는 의궤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가례도감의궤에는 별궁에서 신부수업을 받던 왕비가 동뢰연을 치르기 위해 입궁하는 행렬이 그려졌고 어진도사도감의궤에는 완성된 어진을 진전眞殿에 봉안하러 가는 행렬이 그려졌다. 행렬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과 의장의 위치, 순서, 숫자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그림이다. 좀 더 회화적인 그림은 영조년간에 『대사례의궤大射禮儀軌』를 통해 시도됐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여러 형식의 그림들이 본문에 앞서 별도의 권수卷首에 실려 있는데 그림들은 종류의 다양함, 정확성, 과학적 사고의 반영, 회화적 우수함 등에서 『화성성역의궤』와 함께 의궤 그림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궤 그림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궁중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에 소장된 외규장각의 어람용 의궤
의궤는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 국외에도 소장되어 있음이 조사됐다. 그중에서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소장본 191종 297책 가운데 186종이 어람용 의궤라는 점이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1많은 어람용 의궤가 먼 이국땅에 소장된 연유는 원래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점령했던 프랑스 군대가 퇴각하면서 본국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각 권이 상당한 무게인데다가 세로가 50cm, 가로가 35cm 가량의 작지 않은 크기의 의궤를 실어간 것을 보면 외국인의 눈에도 아름다운 비단 표지와 고급 놋쇠의 꾸밈새, 고급 지질, 화려한 채색 등이 높은 가치로 느껴졌음이 분명하다.
630년(인조 8) 인목대비에게 올린 풍정을 기록한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에서부터 1754년(영조 30) 후릉·현릉·광릉·경릉·창릉·선릉·정릉의 표석을 세우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에 이르기까지 파리국립도서관 소장본 중에는 국내에 없는 유일본 의궤 30책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풍정도감의궤』는 가장 큰 규모의 궁중 연향을 의미하는 풍정에 대한 의궤로서 유일하다. 풍정은 숙종 이후로는 거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17세기의 궁중연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파리국립도서관 소장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실사와 디지털화
파리국립도서관 의궤는 그곳 사서로 근무하던 박병선 박사에 의해 1985년 국내에 소개되었고 1993년 한불정상회담에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監儀軌』를 반환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은 당시 일단 무산됐지만 반환협상은 지금까지도 진행 중에 있다.
다행히 2000년대에 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현지 실사가 이루어졌고 이 사업의 결과로서 파리국립도서관 소장 의궤에 대해서는 문화재청 국가기록유산 포털사이트www.memorykorea.go.kr에서 간략 서지와 이미지들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기록유산 포털사이트는 국가지정의 국보, 보물, 중요민속자료, 시도유형문화재 등 중요 전적문화재들의 이미지와 텍스트, 서지, 해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영상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유일본 의궤 30종의 전체 원문, 어람용 의궤 12책의 비단 표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의궤 연구자들에게는 그간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자 여러분도 품격 있는 어람용 서책의 장황과 분상용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람용 반차도의 정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채색을 즐겨보시기 바란다.

글·사진 :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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