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기린아 STX, 공중분해 되나

봄기운 돌던 회사채시장, STX사태 찬바람…업계선 사실상 ‘사망진단’

김종도 기자 | 기사입력 2013/05/08 [15:22]

해운업계 기린아 STX, 공중분해 되나

봄기운 돌던 회사채시장, STX사태 찬바람…업계선 사실상 ‘사망진단’

김종도 기자 | 입력 : 2013/05/08 [15:22]
한국 조선·해운업계의 기린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오던 STX그룹이 날개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STX그룹은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에 맞물려 매년 건조량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 상선 수주량 기준 15.3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내 4위라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올해 초 자금난에 따른 위기설이 ‘모락모락’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공중분해’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 STX조선해양을 비롯, STX계열사들은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결제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대출금도 갚지 못했다. 창업 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이다. 업계에서 이미 손을 내저으며, 사실상 사망진단을 내렸다. 뉴민주신문이 한국 조선·해운업계의 기린아에서 ‘공중분해’로까지 위기에 몰린 STX사태를 진단해봤다.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창립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강덕수 회장이 이끄는 STX그룹은 창립 13년 만에 재계 순위 13위의 반석에 올려놓았지만, STX그룹을 공중분해하거나 내려놓아야 하는 분기점에 서 있는 있다.
 
STX그룹이 존망(存亡)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지가 한국경제의 관심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력 계열사만 지키고 나머지는 버릴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의 지분 위임, 경영권 보장, 핵심계열사 회생 여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STX그룹의 경영난이 심해짐에 따라 주요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STX그룹 경영지원단은 내달 혹은 6월 초께 STX그룹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그룹 계열사의 전방위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12월 그룹의 양대 주력사 중 하나인 STX팬오션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해운업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마땅한 매수자를 찾을 수가 없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팬오션을 직접 떠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에는 강 회장 일가가 지분 60%를 보유한 STX건설이 서울 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과 STX건설이 그룹에서 분리되면 현재 24조3000여억원인 전체 자산 규모는 재계 20위권에 해당되는 16조8700억원으로 줄어들 보인다.
 
그나마 남아 있는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과 지주사인 ㈜STX 또한 최근 채권단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잇따라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이유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일본 오릭스에서 STX에너지 지분 약 40%를 넘기고 3600억원을 유치했으며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STX OSV 지분 전량을 넘기면서 77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에 대해 얼어붙은 조선 업황 속에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채권단은 앞으로 약 6주 동안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여 대주주 지분 감자(減資)와 출자전환 등 구체적 회생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강 회장도 경영권에 대한 집착보다는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여기저기서 빵빵(?) 터지는 경영난에 STX그룹의 신용도마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에 따라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 등급을 일제히 강등한 것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STX와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2단계씩 내렸다. 또한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겨 추가 강등을 경고했으며, 이들 회사의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강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자금조달 금리가 그만큼 더 높아져 STX그룹은 더욱 벼랑 끝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과 함께 강 회장이 채권단에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맡기기로 하는 등 그룹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TX조선해양이 강 회장의 지분 포기를 조건으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STX 살리기’에 대한 채권단의 적극적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TX 관계자는 “지분이 상당 부분이 담보로 잡혔다는 것은 강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뜻”이라며 “담보로 잡힌 지분의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 지원을 위해 채권단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적용됐던 방식의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도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강 회장이 그룹에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강 회장의 STX그룹 경영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 회장의 벼랑 끝 승부수가 기사회생으로 이어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벼랑 끝에 서 있는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말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외형확대와 수직계열화가 그 이유로 꼽힌다.
 
강 회장은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후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산단에너(현 STX),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하고 해외 조전소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해 회사 규모를 키운바 있다.
 
또한 설립 이후 ‘조선 기자재와 엔진 제조→선박 건조→해상 운송’으로 사업 구조를 특화했다. 2000년대 중반 한동안 세계의 조선·해양업이 초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STX 그룹은 이러한 수직 구조 덕분에 짧은 기간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조선·해운업의 장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잔뜩 커진 몸집과 조선-해운으로 수직계열화 구조로 인해 오히려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 측에도 STX조선해양 관련 자율협약에 대해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STX그룹이 양대 주력사업이었던 조선, 해운 중 해운을 비롯한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고 조선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조선 중에서도 STX유럽, STX다롄 등 외국에 위치한 조선소들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조선사업도 진해, 고성 등 국STX프랑스 및 STX핀란드 매각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내 조선소만 남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은 ㈜STX, STX중공업, STX엔진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STX는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개선 일환으로 STX프랑스, STX핀란드의 매각을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채권단에서는 이미 조선을 제외한 해운, 건설, 에너지 부문 계열사를 매각 등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STX유럽, STX다롄 등 해외 조선소에 대해서도 매각하는 방안의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은 지난해 STX유럽 자회사인 STX OSV를 매각한데 이어 STX에너지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자금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자금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 그룹의 양대 주력사업 중 하나인 STX팬오션도 매물로 내놨으며 지난달 초 STX조선해양에 이어 ㈜STX, STX중공업, STX엔진도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을 하게 됐다.
 
STX의 이와 같은 위기는 설립 이후 M&A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분야를 확대해 온 이유도 있으나 경기 변동 사이클이 유사한 조선과 해운을 주력사업으로 함으로써 경기침체 시기에 자금 압박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 인수 후 2000년대 중반 조선·해운 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면서 STX팬오션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강덕수 회장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조선·해운 경기가 동반침체에 빠지면서 STX는 주력사업 중 하나가 주춤할 때 이를 지원해줄 만한 계열사가 없었으며 이것이 STX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고 덧붙였다.
 
강덕수 회장은 지난 2011년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며 조선·해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텨줄 수 있는 구원투수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기에는 이미 그룹의 자금사정이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어서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계열사들은 모두 정리 수순을 밟게 되더라도 그룹의 근간이었던 진해조선소와 지난해 준공한 고성조선소는 그룹에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성조선소는 부지가 크지 않은 진해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없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 건조가 가능한데다 블록 내부 조달 비중도 다른 조선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기 때문에 STX가 다른 건 다 내놓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도 “STX다롄이 초대형 선박과 드릴십을 건조하고 있으나 일부 외국 선주들 중에는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선박을 건조하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며 “진해조선소에서 바지선으로 40분 위치에 있는 고성조선소는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자금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적극적인 확보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STX다롄도 매각 대상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STX는 향후 진해조선소와 고성조선소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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