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유권자가 노무현을 가지고 논다

<공희준 칼럼> 노무현과 영남 사기극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05/15 [14:02]

영남 유권자가 노무현을 가지고 논다

<공희준 칼럼> 노무현과 영남 사기극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05/15 [14:02]

2007년 대선정국의 최대복병은? 선거전문가들마다 엇갈린 진단과 상충되는 예측을 내놓는 혼란스런 국면이다. 국민원로는 망설임 없이 영남의 전략적 선택을 꼽겠다. 과거, 호남유권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전략적 선택이 현재는 경상도를 배경으로 좀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영남유권자들이 엄청 약아졌다는 소리다. 예전에는 막무가내로 수구적이었다면 이제는 지능적으로 반동적이다.

 

한국정치에서 유권자들이 취하는 전략적 선택행위는 빈번한 지지대상의 교체와 전광석화 같은 지지철회로 발현되기 일쑤다. 일견 변덕스런 선택의 저변에는 고정된 불변의 목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2002년 호남의 바람은 한나라당의 재집권 저지였다. 목적을 이루려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옳았다. 이 과정에서 이인제→노무현→정몽준→다시 노무현으로 호남민심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17대 대선을 맞아 영남표심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한나라당의 정권탈환을 소망한다. 영남의 전략적 선택은 단순히 경쟁력 강한 후보를 찾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군진영의 강화에 더하여 적진, 즉 진보개혁세력의 초토화까지 아울러 꾀한다. 진보개혁진영의 전열을 교란시키려는 영남의 전략적 선택은 노무현을 통해 착실하고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중이다. 2002년에는 호남이, 2007년에는 영남이 각각 전략적 선택을 실천할 역사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노무현을 낙점한 것이다.

 

유권자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전략적 선택의 하나가 있다. 자기들이 원하는 선거구도의 창출에 도움을 주고자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지지양태를 표출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정권의 실세인사들은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입이 째질 지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수직상승한 국정운영 지지도를 염두에 둔 반응일 게다. 관건은 어느 지역, 어떤 계층에서 지지율이 증가했냐는 거다.

 

가금씩은 문화일보도 착한 일 하더라. 문화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결과는 노무현의 입을 째지게 만든 고마운 원군이 어디로부터 흘러 들어왔는지 확연하게 묘사한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소득기준으로는 월수입 301만원 이상의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폭등했다.

옛 지지자들이 돌아왔다는 조기숙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노무현에게 돌아온 건 민의를 배반하고 부산정권에 빌붙어 출세한 전직 청와대 참모들뿐이다. 지들끼리 뭉쳐 무슨 포럼인가 발족했다는. 국물이 가치고 고향이 노선인. 참치국물부산포럼이 너희들 수준과 정체성에 딱 알맞은 간판이렷다. 줄이면 참치포.

과연 YS의 수제자다운 면모다.

졸개들 하는 짓거리마저 상도동 가신들과 한 치 다르지 않으니. 김영삼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1997년 요맘때 YS의 민주계 측근들은 서청원 주도로 정치발전협의회, 약칭 정발협을 창설했었다. 하지만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정발협은 공중분해되었다. 서청원은 이병완의 미래다! 이병완이 직계후배가 된다면 서청원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이 될 터. ▶◀ 서본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노무현 정권의 인기폭발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유입에 힘입은 사실에 여러 인물들이 주목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봉선 정치부장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유권자 비율이 최근 무려 3배가 넘게 늘어났음을 강조한다. 노무현을 지지하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인구수가 3배로 폭등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국정지지율도 세 배로 뛰었다는 분석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영남친노들은 노무현을 선지자로 찬양한다. 그렇다. 노무현은 예언자 무하마드의 후계자다. 무하마드는 산을 옮기겠다고 사람들을 불러모은 다음 스스로가 걸어 움직임으로써 마치 산이 이동한 듯한 모양새를 자아냈다. 노무현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보수적 유권자들을 개혁성향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연후, 본인의 성향을 한나라당 쪽으로 접근시켰다. 산을 옮기지 않고도 산을 옮긴 무하마드, 한나라당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도 변화시킨 노무현. 역시 대단한 노무현이다. 오늘도 노무현이 또 이겼다!

 

김봉선 부장은 착시현상에 빠지지 말라고 노무현을 타일렀다. 쓸데없는 훈계다, 노무현이 남의 말귀를 알아들을 깜냥이었다면 지금같이 망가지지도 않았다. 핵심은 노무현의 착각을 일깨우는 일에 있지 않다. 노무현도 지지하고 한나라당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속내를 꿰뚫는 것이다. 그들의 전략적 선택이 지향하는 목표는 간단하면서도 분명하다. 상승한 지지율에 고무된 노무현이 이쪽 진영을 고삐 풀린 트로이목마처럼 좌충우돌 밟고 뭉개는 정치지형의 확립과 지속이다. 직업정치인이 아니었던 고건과 정운찬은 저쪽 유권자들의 진화된 생리를 인지하지 못한 탓에 청와대의 호통개그에 무기력하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근태,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는 노무현의 배후에서 그를 원격조종하는 영남유권자들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한 상태다. 한미FTA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범여권 대권주자들 사납게 물어뜯은 덕분에 노무현의 지지도가 오른 데 대해 냉소적 표정을 짓는다. 노무현이 진보개혁진영을 저주하고 음해할수록 경상도 유권자는 노무현에게 더욱더 열화와 같은 뜨거운 성원을 보낸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때문에 노무현 부산정권은 임기 말에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괴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노무현의 지지도가 한나라당의 지지율과 수렴될 가능성을 유념하기 바란다. 그냥 유념만 해라.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어차피 한나라당 찍을 부류가 전략적 선택의 연장선상에서 노무현을 응원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전략적 선택에 능숙하다고 해서 문명개화의 세례를 받았음을 꼭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상도 유권자들이 이성적이 되었다는 건 도구적 이성의 측면에서다. 비판적 이성을 준거로 채택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공화당과 민정당 시대다. DJ는 호남을 터전으로 삼았다. 허나 김대중은 전국 모두를 터전으로 개척하기를 꿈꿨다. 노무현은 영남을 상전으로 모신다. 문제는 그가 오직 영남만을 상전으로 섬기려 든다는 점이다. 여타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노무현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역주의의 미망에서 헤매는 왕조시대의 무지몽매한 신민들로 취급되는 형편이다.

 

노무현의 뒤틀린 가치와 노선을 영남유권자들은 영악하게 써먹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에 대한 비영남출신 범여권 대선후보들의 강경한 대응자세는 올바른 결단이자 지혜로운 운신이다. 생각해보시라. 당신들이 노무현 빨아준다고 영남유권자들이 반가워할 성싶은가? 자신들이 제어하는 괴뢰정치인한테조차 쩔쩔매는 ‘하도급 꼭두각시’라고 경멸할 따름이지. 영남유권자들은 참으로 잔인하다. 정권 되찾자마자 잽싸게 패대기칠 노무현을 비행기에 태우므로. 이왕이면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야 확실하게 재기불능이 될 테니까. 박근혜는 20층에서 뛰어내리나 25층에서 뛰어내리나 마찬가지라고 푸념한 바가 있다. 그런데 노무현은 아찔하기 짝이 없는 250층 고도에서 추락할 팔자다. 땅바닥에 부딪히면 충격 크다.

 

노무현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설명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영남유권자가 노무현을 가지고 논다는 지적에는 그러나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하리라. 노무현을 노리개로 경상도 유권자들이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 착시현상을 유발하고, 미끼로 차출된 노무현은 은근히 즐기면서 이용당하는 기괴한 공범관계. 이게 바로 노무현과 영남사기극의 본질이다. 태그 : 

 

<공희준 / 빅뉴스 칼람니스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지자체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