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 포털, 무가지 '노'의 언론죽이기

언론사들은 왜 노무현 정권의 언론죽이기에 동참했나

변희재 | 기사입력 2007/05/25 [16:18]

기자실 통폐합, 포털, 무가지 '노'의 언론죽이기

언론사들은 왜 노무현 정권의 언론죽이기에 동참했나

변희재 | 입력 : 2007/05/25 [16:18]

신문은 초강력 규제, 포털과 무료신문은 지원

 

필자가 친노성향의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를 운영할 노정권 출범 초기 당시, 언론 관련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다. 정권이 앞장서서 반대 언론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언론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정책적으로 언론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포털 사이트와 지하철 무료신문을 들었다. 당시 필자는 선정성을 부추기는 포털과 어차피 무료로 배포되는 지하철 무료신문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스포츠신문을 비롯하여 유가신문들이 고급화 전략을 택할 거라 예상했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언론시장이 다원화되면서, 무가의 대중매체와 유가의 고급매체로 차등이 될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말기가 다 되어가는 2007년 5월의 언론시장의 상황을 보면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인터넷은 문어발식 재벌 포털이 완전히 언론을 장악했고, 무료신문은 서울지역에만 무려 7개가 성행하며 하루 300여만부를 지하철에 뿌려댄다. 고급화 전략을 쓸 거라 예상했던 스포츠신문은 두 곳이 문을 닫고, 한 곳은 메이저 신문으로 인수되었다. 종합일간지들도 진보적 마이너매체들이 우선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했다. 대체 어째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일까?

 

1차적으로 언론사들 자체의 책임이 크다. 언론사들은 고급화 전략을 쓰기보다는 자사의 뉴스를 헐값에 포털에 팔아넘기는데 급급했다. 더구나 언론사들은 너도 나도 무료신문 시장에 뛰어들어 스스로 유료신문 시장을 축소시키는데 앞장섰다. 솔직히 언론사 경영진들의 머리 수준이 이 정도일 줄 알았더라면 필자는 처음부터 저급의 무료신문 시장을 키워 유료신문을 고급화하자는 전략은 머리 속에 떠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권에 충성하는 어용단체와 지식인에 휘둘린 진보적 마이너신문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언론사 경영진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언론시장의 다양화가 목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만을 겨냥하여, 철저히 유료신문 죽이기 전략을 고수했다. 포털뉴스와 무료신문 팽창 전략도 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유료신문의 상황을 보면서 적절한 규제책을 병행하기는커녕, 포털뉴스와 무료신문은 마음껏 영업을 하도록 어떠한 법적 장치도 만들지 않았다. 또한 이들에게 막대한 공기업 광고를 몰아주고, 포털에 대통령 블로그를 만들고, 국민과의 대화를 주선하는 등 포털에 언론권력을 부여하는데 올인했다.

 

그럼 노정권이 포털과 무료신문 팽창 전략으로 유료신문을 죽이는데 왜 언론사들은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따라갔을까? 여기에는 이미 어용으로 전락한 시민단체와 학자들을 동원했다. 물론 동원했다는 표현을 쓰면 그들 스스로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권 들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시민단체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었다. 전 사무총장 최민희씨는 현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에 있고, 전 대표 신기섭씨는 현재 KBS 이사로 있다. 현 대표 김서중 교수 역시 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또한 정책위원이란 직함을 단 언론학 교수들은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각 공적 언론기관 등등에서 감투를 쓰고 있다.

 

민언련은 노무현 정권의 포털과 무료신문 지원으로 유료신문 시장을 파괴하는 전략을 충실히 따랐다. 이들은 신문법을 개정하면서 유료신문 특히 조중동을 타겟으로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조항을 넣으면서도, 조중동보다 더 위험한 포털뉴스와 무료신문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입법도 제안하지 않았다. 조중동의 마케팅 차원의 무가지 배포에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면서, 하루 300만부가 뿌려지는 무료신문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규제조치를 주장하지 않았다. 포털뉴스의 경우 여러 단체에서 신문법 개정 등을 통해 포털을 규제하자고 제안하면, 지난 2년 간 A4 한 매짜리 초안조차 제출하지 못한 뉴미디어법이라는 유령수준의 법명을 주장하며 반대하기 일쑤였다.

 

포털뉴스와 무료신문으로 타격을 심각하게 받는 곳은 조중동이 아니었다. 조중동은 이미 자체 유통망을 넓게 확보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장년층 독자가 많아 자신들의 시장은 지켜낼 수 있었다. 오히려 젊은 층을 주 독자타겟으로 하고, 자체 영업망이 취약한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 등등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미디어오늘 10주년 기념 세미나 자리에서 한림대 최영재 교수 등의 연구조사에서 포털뉴스로 인하여 이탈한 독자는 마이너 매체에서 더 많다는 실증적인 결과로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겨레와 경향 등등 마이너 매체들은 이러한 노무현 정권과 민언련의 언론죽이기 정책을 충실히 받아적었다. 최근 들어 포털 비판에 서울신문 등이 앞장서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도 한겨레는 포털에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포털 규제론에 가장 소극적인 매체로 남아있다. 무료신문에 대해서도 이들은 소극적 대처를 하는 선을 넘어서 아예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노무현 정권의 언론 분열책에 대처 못한 언론사들

 

이들이 자사의 사업을 위태롭게 만들 만한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따르게 된 이유는 노무현 정권의 언론매체 간 분열책에 휩쓸렸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무현 정권은 총선 이후 이른바 4대 입법을 추진하며 진보와 보수 매체 간의 대립을 조성했다. 민생이나 국가운영에 그다지 중요한 법안도 아니었다. 진보와 보수 매체는 이데올로기 투쟁에 사로잡혀, 언론사의 권위와 독자를 지키지 못하고, 노무현 정권의 줄세우기 전략에 말려들고 말았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기자실 통폐합 안을 제출하면서, 진보와 보수 전체 매체로부터 집중 비판당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포털 등이 주도하는 인터넷여론에서 네티즌들은 압도적으로 기자실 통폐합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이나 일삼는 기자들”이라는 노대통령의 언론관이 인터넷의 네티즌들에게는 폭넓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들 역시 미디어다음을 비롯하여 이러한 네티즌 의견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좋으나 싫으나, 국민들 앞에서 "우린 기자실에서 죽치고 앉아 고스톱이나 치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점을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항변해야 하는 처지로 몰린 것이다. 이것이 노무현 정권이 바라는 목적이기도 하다.

 

정권의 줄세우기 전략에 휘말리면서, 언론은 최소한 절반의 독자들에게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게 되었다. 조선일보는 진보 측으로부터 한겨레는 보수 측으로부터 일단 배척되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맹목적 반감이 지속되면서, 언론 전체가 신뢰를 잃어갔고, 노무현 정권과 일반국민이 한편이 되고 언론이 왕따가 되는 여론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포털뉴스와 무료신문을 비판해도, “유료신문이 그간 잘한 게 뭐냐”는 반론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노무현 정권의 언론죽이기 정책은 집권 이후 꾸준히 전개되어왔다. 언론은 좌우로 분열되어 이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자실 통폐합 문제로 일단 언론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처지야 서글프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통해 앞으로 언론이 어떻게 생존해야하며, 독자들 앞에서 왜 언론이 존재해야 하는지 그 명분과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언론이 특정 정권에 봉사한다거나 특정 정치세력에 줄서는 방식으로는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를 주도한 시민단체와 어용 지식인들 탓에 언론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멀어보여도 남자와 가장 비슷한 생물체는 여자이듯이, 한겨레와 가장 닮은 곳은 노무현 정권을 비롯한 정치권이 아니라 그래도 같은 언론사인 조선일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변희재 / 빅뉴스 대표 >

 

[중도개혁 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 닷컴 http://newmin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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