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은 ‘언론죽이기’ 청문회에 나와야

언론죽이기의 주체와 과정 낱낱이 밝혀야

변희재 | 기사입력 2007/06/19 [16:25]

노대통령은 ‘언론죽이기’ 청문회에 나와야

언론죽이기의 주체와 과정 낱낱이 밝혀야

변희재 | 입력 : 2007/06/19 [16:25]
 
변희재 빅뉴스 대표·한국인터넷 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

지난 17일 ‘노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를 시청한 국민들 눈에 한국 언론은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기자실 통폐합 관련 온갖 왜곡·과장 보도를 일삼다, 막상 대통령이 토론하자니까 입도 열지 못하는 비겁한 존재로 보이지 않았을까? 토론에 참석한 몇몇 패널들은 아예 “우리는 언론탄압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지 않았다”느니,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느니 하며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서 하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은 “오늘 패널들이 잘못 나오셨네요”라며 비아냥거리고, “오늘 출연한 분들은 기자실 통폐합 방침에는 모두 동의한다는 걸 확인한 게 성과”라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절차부터 문제가 있었다. 인터넷미디어협회는 6월 11일 언론재단으로부터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내부 논의 끝에, 기자단의 폐쇄성을 극복하겠다면 기자실 전체를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확장하면 될 것을, 축소 통폐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언론 탄압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언론재단 측은 이미 청와대 양정철 비서관과 언론협회들 간에 논의가 끝났다며, 일방적으로 인터넷미디어협회를 배제시켰다. 정작 바른말을 하겠다는 협회는 제외시켜 놓은 채, 노 대통령은 “언론탄압이라 비판한 사람들은 나오지도 않았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언론을 또다시 조롱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끝까지 기자실 통폐합이 언론을 위한 것이라 강변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정책 자체가 잘못된 점도 있지만, 바로 지난 4년간 노무현 정권의 언론 죽이기 행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언론 죽이기는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진행돼 왔다.

첫째, 대통령이나 여권 실세들의 발언권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언론을 비하하면서 언론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전략이다. 대통령은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관련 기사가 대폭 늘어난 것을 언론 자유의 확장이라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언론에 의도적으로 싸움을 건 결과이고,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이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를 비판해도, 진흙탕 논쟁에 휘말리며 그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둘째, 언론시장을 교란하는 전략이다. 노 대통령은 신문 등에 대해서는 위헌판결을 받을 수준으로 법적 규제를 강화했다. 그 대신 포털 뉴스와 지하철 무료신문 등 유사언론에 대해서는 지난 4년간 단 한 가지의 관리조항도 만들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포털 뉴스와 무료신문에 대해서는 아직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이는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 노 대통령은 포털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개최하고, 배포 자체가 위법인 무료신문에 공적 광고를 몰아주는 등 무차별 지원을 하고 있다.

셋째는 언론인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이다. 언론을 한껏 비하한 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언론은 괜찮다”는 발언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념에 관계없이 언론인들이 모두 손을 잡고 해결해야 하는 포털 뉴스와 무료신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진보언론계 일각에서는, 언론시장이 파괴되더라도 포털 뉴스와 무료신문이 확장되어 보수신문사의 영향력이 줄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언론시장의 위기가 초래된 것은 이러한 노 대통령의 일관된 언론 죽이기 정책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나팔수 노릇을 하며 정권과 공적 언론기관에서 감투를 쓴 친노 어용 언론인 및 지식인의 책임도 막중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판을 짜서 규칙도 어기며 원맨쇼 발언을 하는 토론회가 아니다.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포함하여, 노무현 정권 들어 자행된 언론 죽이기가 대체 어떤 목적에서,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추진됐는지 실상을 낱낱이 밝힐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 앞에서 “언론탄압”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패널들로만 구성한 17일 토론회의 개최 과정부터 따져 물어야 한다.

*이 글은 6월 19일자 조선일보 시론에 실린 글 입니다.

 

<변희재 / 빅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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