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작전권 환수협상

<채수경 칼럼> 짜고 치는 고스톱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02/27 [10:17]

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작전권 환수협상

<채수경 칼럼> 짜고 치는 고스톱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02/27 [10:17]

자고로 노름꾼은 도둑놈에 가깝고 음란한 자는 살인범에 가깝다(賭近盜 淫近殺)고 했다. 돈을 상징하는 조개 패(貝)에 풍로 위에 장작을 가득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놈 자(者)가 붙은 걸 도(賭)의 본래 의미는 ‘돈을 걸고 지지고 볶는 것’, 주지하다시피 도박이라는 건 운이나 확률에 돈을 거는 것인데, 친목보다는 돈이 목적인 노름꾼은 속임수를 써서라도 그 운과 확률을 높이고 싶은 유혹에 빠져드는 바, 남의 돈을 거저 먹으려는 도둑놈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심성이 착하고 곧은 사람은 아무리 머리 회전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돈을 따지 못한다. 고스톱 판에서 다른 사람이 점수를 내지 못하도록 ‘보초‘를 서다가 피 바가지를 왕창 쓰는 사람들도 고개 끄덕일 것이다.

자신의 패가 불리해질지언정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껍데기를 들고 ‘보초‘를 서지만, 노름꾼들은 이길 공산이 없으면 아무 패나 내던져 3점으로 막아버리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짜고 패를 주거니 받거니 보초 선 사람을 눈뜬 얼간이로 만들어버린다.

 

어떻게 해서든 ‘대박’을 터뜨려 인생 역전시키려는 도박꾼들이 늘어난 탓인지 대한민국 사회가 막가는 고스톱 판으로 변해버린 가운데 짜고 치는 고스톱이 늘어나 눈살이 찌푸려진다. 얼렁뚱땅 검증의 덫에 걸려든 이명박 전 전 서울시장 케이스만 해도 그렇다.

맨 처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법률특보 정인봉 변호사가 이 전 시장의 과거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나섰을 때 경쟁자인 박 전 대표가 말리는 척 하면서 부추겼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정 변호사가 폭로한 ‘X파일’이 신문 스크랩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모두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게 이 전 시장의 전 비서관 김유찬을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한 쌩쑈였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며, 결국 김유찬의 폭로가 도화선이 되어 이 전 시장의 과거비리가 폭발함으로써 꼼짝없이 검증을 당하고 있음을 본다. 이 전 시장측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고 발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또한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민족주의의 파고가 높게 일던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갑작스레 회수를 주장한 것처럼 돼버렸지만 기실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워싱턴의 주문을 ‘자주국방’으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 측에서 “그렇다면 2009년까지 서둘러 가져가라”고 발끈한 척한 것도 한국내 친미·반미파 간에 싸움 붙여놓고는 “미국이 좋은 일 해주고도 욕먹는다”는 것을 부각시킨 것에 지나지 않다.

결국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무기장사 두 가지를 노리는 워싱턴과 ‘자주국방’의 업적을 쌓고 싶어하는 노무현 정권의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로드맵에 따라 2012년 4월로 시한을 정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 2011년까지 151조원을 투입하고 이후 2020년까지 최대 621조원을 퍼부어야 한다는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정부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짜고 고스톱을 치는데...좋은 게 좋다고 눈감아줘야 하나? 두 눈 부라리며 판을 엎어버려야 하나? 별 뾰족한 방도가 없으면 맘씨 착하고 곧은 국민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여 돈으로 틀어막는 수밖에. <재미언론인>

 

[중도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닷컴 http://newminj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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