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총기 난사, 순전히 미국문제"

"한국 오버 말라. 미국인들은 조승희씨를 미국인으로 본다"

이정직 기자 | 기사입력 2007/04/19 [17:38]

"버지니아 총기 난사, 순전히 미국문제"

"한국 오버 말라. 미국인들은 조승희씨를 미국인으로 본다"

이정직 기자 | 입력 : 2007/04/19 [17:38]


지난 16일(미국현지시간) 일어난 조승희(24)에 의한 버지니아 공대 총격피살 사건과 관련,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이제 이 사건은 단순한 총격사건이 아닌 것으로 사건의 내용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애초 경찰이 추정한대로  남녀 간의 치정사건으로 결말을 내리려던 방향에서 수사방향도 급변하고 있으며 현지 경찰은 원점에서 새롭게 이 사건을 조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 NBC방송은 범인 조승희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됨으로 1차 총격과 2차 총격사이의 공백시간이었던 2시간의 의문점을 풀리게 되었다. 즉 조승희가 1차와 2차 범행 사이 공백 시간을 이용 부자들에 대한 분노 등을 표현한 문건과 사진, 동영상을 미국 NBC 방송국으로 보낸 것으로 18일 확인 됐기 때문이다
 
또 조승희는 특히 이 우편물에서 자신의 이름 대신 사건 당시 팔뚝에 ‘이스마엘 도끼(Ismael Ax)’라고 새긴 것처럼 이스마엘이라고 적어 새로운 의문을 야기시켰다. 이 우편물은 23페이지 분량의 문건과 총 10분 길이의 28개 동영상 묶음 DVD, 43장의 사진으로 구성 됐으며, 문건과 동영상 내용은 불특정 대상에 대한 격렬한 적개심과 신성모독 발언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주장했던 "너"에 대한 해석이 지금 분분하며, 비록 이 문장이 1인칭이기는 하나 미국의 부자들을 지칭하는 불특정 다수를 말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또 다른 측면으로는 현재 미국 사회 전체를 겨냥하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등, 매우 여러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자신이 짝사랑했던 한 여대생(1차 범행시 사실한 에이미양)과의 치정에 얽힌 총격사건은 아닌 것이 확실해 졌으며 또 이 에이미양이 조승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여성이었음도 드러나 과연 조승희가 왜 1차 범행에서 에이미양을 사살했는지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서 그가 주장한 내용을 분석하면 그가 말한 너에 대한 증오는 매우 구체적이며, 이에 대한 범행도 또 확신범으로써 미국 사회가 두려워 하는 새로운 테러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즉, 소수민족, 이민족, 가난한 자, 소수자 등이 살아가기 힘든 미국 사회에서 부자들의 무분별한 낭비를 질타하는 그의 주장은, 이 같은 해석을 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서 비록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미국 주류사회를 향한 새로운 테러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건의 전개가 이렇게 급면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을 대하는 한국정부와 교민사회,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유학생들 사이에 일고 있는, 한국인에 보복 우려라든지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든지 하는 피해의식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가 18일 오후 워싱턴 DC 인근 페어팩스카운티의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의 충격과 아픔을 한인사회와 미국 주류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치유해나가자"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더 굳건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나타난다.
 
또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인터넷 포털의 네티즌들 글에서도 나타나는데, brattiness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며 “뭐라 할말이 없고 편히 잠들길 바란다"고 썼으며, 아이디 ring0517도 "정말 부끄럽다"는 글을 남겼다. 또 aaa7077이라는 네티즌은 "무분별한 젊은이로 하여금 받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한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외 아이다 clfrhdwn도 "너무 안타깝다"며 "범인이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었다는 얘기가 더욱 충격적이다"라고 쓴, 뒤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장본인이 한국인이라니 괴롭다"라며 "사망한 모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한국인으로써 더욱 유감스럽다고 말해주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우리 국민들의 이런 대응은 어쩌면 필요없는 피해의식일 수도 있다. 이 사건은 사실 범인 조승희가 한국인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범인 조승희는 국적이 한국이기는 하나 그는 8세때 미국으로 이민, 초등학교 부터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한국에서 살았던 기간의 2배에 이르는 기간을 미국인으로 살았던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이러한 그가 일으킨 이 사건은 그의 미국의 주류 사회에 대한 증오심에서 일으킨 계획 범죄이든지, 아니면 미국 주류 사회에 대항하는 새로운 테러이든지 상관없이 조승희 개인의 범죄 행위로서 그의 범죄 행위가 한국인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맥락을 인종문제로 볼 사안은 아니다. 즉 범인이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남미계열 히스페닉이든, 아랍계열 무슬림이든 간에 인종과는 무관한 범죄로서 현재의 미국에서 살고 있는 누구라도, 어떤 종족이라도 일으킬 수 있는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응도 이와 별 다르지 않다. 
 
미국 내 언론들과 시민들은 현재 한국 내에서나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론이나 행동에 대해 매우 의아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인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 범인이 한국인이 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국 시민인 조승희 개인이 저지른 총기 사건이며 "범인이 한국인인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인종에 초점을 맞춘 질문에 당황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버지니아 대학의 총학생회는 한국인들의 애도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되려 고마워 하고 있으며 동요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되려 다독이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가 우리와 동족이며 한국에서 이민을 간 때문에 그에 의하여 희생된 희생자들에게 국가가 국민들을 대표해서 조의를 표하는 것은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국에 사는 한국 출신 교민들이나 유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은 괜한 피해망상이다. 만약 우리 교민이나 유학생들이 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역 테러를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는 순전히 미국의 책임이지 조승희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져야 할 책임도 있다는 식이면 곤란하다.
 
그 같은 피해망상은 극단적으로 살인마 유영철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유족들이 우리나라 모든 유씨들에게 보복감정을 품을 수 있다는 피해망상, 또 서울에서 많은 여성들이 희생당했으므로 서울의 더 많은 여성들이 유영철 고향사람들에게 보복할 것이므로 유영철 고향사람들 모두가 용서를 빌고 역태러에 벌벌 떨어야 한다는 논리가 될 수 있다.
 
분명하게 말해서 이번 사건은 조승희가 한국인인 것과는 무관하다. 이런 확신범행은 누구라도 한쪽으로 경도되면 일으킬 수 있는 사건으로서 조승희 개인의 범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 사건과는 전혀 관게가 없는 교민들에게 만약에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보복행위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당부를 미국 정부나 치안기관에 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출처: 네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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