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와 한국인 특유의 혈연주의

총기사고의 책임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김헌식 | 기사입력 2007/04/21 [02:12]

총기난사와 한국인 특유의 혈연주의

총기사고의 책임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김헌식 | 입력 : 2007/04/21 [02:12]

작년 하인즈 워드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언론은 흥분했다. 한국 핏줄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의미를 부여하려는 특유의 혈연주의가 발동했다. 하인즈워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중에 한국인 피(?)가 조금이라도 섞였다치면 대대적인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좋은 일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언론 매체를 중심으로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언론뿐만 아니라 각 한인 단체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했다. 한국인 특유의 혈연주의가 발동한 덕이다. 대통령도 마치 죄를 지은 듯한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이태식 주미대사가 사죄발언을 했다.

 

그런데 곧 고개를 갸우뚱하게 돤다. 왜 한국의 대사가 미국에 사과 발언을 해야 할까.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비롯해서 미국 범죄가 일어날 때 미 대사가 사과를 한 적은 없다. 다만, 도의적인 관점이라면 모를 일이다. 더구나 정작 미국에서는 총기 관리 문제에 더 주목 했다.

조승희 씨가 한국계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모두 연대 책임을 지는 식이다. 그는 한국인보다 버지니아 공대의 학생이며, 미국 시민이다. 학생 관리를 잘하지 못한 이는 한국인이 아니라 버지니아 공대 당국이다. 인종이나 민족의 문제이기 이전에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더구나 총기 관리 문제에다가 치안의 허점과 경찰행정의 문제도 얽혀있다.

 

더구나 백주대로가 아니라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보복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기는 힘들다. 우려와 염려를 기한다면서 한국이 오히려 미국이 인종 문제를 부추기는 인상이다.아무리 맞는 이야기라고 해도 미국이 인종 편견이 심한 사회라는 재낙인을 찍는 모양새다. 정말 예의를 생각한다면, 한국인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테러가 염려된다는 말 자체를 남발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실례일 수 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애써 민족의 기원을 따질 일이 아니다. 어차피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지 않나. 엄밀하게 말하면 조승희 씨와 한국인은 관계가 없다. 마치 특정 지역 출신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지역 인들이 연좌되는 것이다. 아들이 살인범이라고 해서 아버지가 사죄할 필요는 없다. 또한 그 아버지를 테러하지는 않는다. 과잉반응은 오히려 과잉반응을 불러올 뿐이다.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까 염려하는 것은 약소국의 콤플렉스의 분출로 밖에 안보일 것이다. 나아가 무조선 한국계라는 수식을 달라 혈연적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행태에 근원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총기 사고가 나게 한 책임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김헌식(문화평론가) bignews@bignews.co.kr / 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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