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북한과 비정상적인 미국의 대북정책

<뉴욕 칼럼> 머리와 발이 잘린 북한 핵무기

채수경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6/10/11 [08:17]

비정상적인 북한과 비정상적인 미국의 대북정책

<뉴욕 칼럼> 머리와 발이 잘린 북한 핵무기

채수경 칼럼니스트 | 입력 : 2006/10/11 [08:17]

돼지 해(亥)의 자형(字形)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머리와 발이 잘린 돼지의 모양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돼지 뼈를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나무 목(木)과 돼지 해(亥)를 합한 씨 핵(核)은 “나무 열매의 뼈대에 해당하는 단단한 심”을 표현한 것이라는 게 정설, 살구나 복숭아 등 씨가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열매를 ‘핵과’(核果)라고 하고 ‘호도’(胡桃, 호두)를 ‘핵도’(核桃)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어 ‘nucleus’의 뿌리도 견과류를 뜻하는 라틴어 ‘nux’로서 한자 ‘核’과 자원(字源)이나 의미가 같다.
 
‘핵’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씨’ ‘사물의 중심이 되는 것이나 곳’ ‘세포 중심에 있는 것’ 등등의 풀이가 나와 있지만 ‘핵무기’라는 의미는 없다. 그래서 ‘북핵’(北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리와 발이 잘린 돼지’가 떠올라 실소가 머금어진다. ‘북한 핵무기’(北韓 核武器)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핵무기’는 ‘핵’이라고 축약할 수 없는 것인데도 스스럼없이 줄여 사용함으로써 언어질서를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무기가 왜 문제가 되는지에 관해서도 핵심을 비켜가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북한이 기어이 핵무기 실험을 강행했다. 모두들 북한을 비난하면서 강력 응징해야 한다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왜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강행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망상에 가까운 주체사상만을 외치는 북한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경제난이 심화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무기장사와 마약밀매와 달러 위조로 겨우겨우 버텨온 그들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또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바, 그런 국제사회의 망나니를 옴짝달싹 못하는 궁지에 몰아넣고 제 딴에는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해대는 꼴을 보며 “저 놈 하는 짓 좀 봐, 가만 내버려뒀다가는 일 저지르겠네, 저런 놈한테 동정을 베풀어봤자 소용없어....”라고 호들갑을 떨어온 게 작금의 국제사회 공조였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 강행 또한 그간의 국제사회 공조라는 게 ‘머리와 발이 잘린 돼지’를 막대기로 툭툭 치면서 “이 돼지가 왜 꿀꿀거리지 않는 거야?”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이 매우 비정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북한을 상대하는 미국의 정책도 매우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미친놈이므로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어떻게 해서든 달래고 가르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또한 북한의 핵무기 실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의 지난 20여 년간의 외교가 결국 실패로 끝났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 보도했었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 강행은 “북한은 미치광이 집단이다”라는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가 아닌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실패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침착하고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역설적이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포용정책은 계속돼야 한다. 북한을 더욱 더 옥죄어 그들의 광기가 폭발할 경우 한반도 전체가 불바다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在美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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