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권,묻지마 살인범죄 온상되나

양극화 해소,잠재적 묻지마 범죄 종합적 예방대책 강구 추진해야

김환태 | 기사입력 2008/11/10 [12:43]

이명박정권,묻지마 살인범죄 온상되나

양극화 해소,잠재적 묻지마 범죄 종합적 예방대책 강구 추진해야

김환태 | 입력 : 2008/11/10 [12:43]
참혹한 묻지마 살인극 발생국가 합류 대한민국
 
  10월27일 서울 의료원에서는 지난 10월20일 강남구 논현동 ㄷ 고시원에서 일어났던 '묻지마 살인 참극에 의해 목숨을 잃은 6명의 희생자 가운데 중국동포 3명을 포함한 4명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날 장례식에는 창졸간에 죽음을 당한 어머니,아내,형제를 저세상으로 떠나 보내는 유족들의 통곡과 몸부림으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돈벌어 잘살아 보겠다는 꿈을 안고 고국땅을 밟은 이래 값싼 고시원에 기거하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음식점등 돈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찾아 몸이 부셔져라 일하던 어느날 갑자기 범인이 마구 휘두른 칼을 많게는 20~30군데 난도질을 당한 끝에 찰라의 순간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비명횡사하여 이승을 떠나는 망자(亡者)나 망자를 떠나보내는 유족들이 원통하고 절통한 것은 아무런 은원관계도 없는 범인에게 참혹한 죽임을 당한데다 단 한푼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기막힌 처지 때문이다. 비록 사건 사고로 불행하게 목숨을 잃더라도 지난해 수억원의 보상금을 남겨 그나마 유족들의 자활에 도움이 되었던  이천화재 사고 희생자처럼 복있는 죽음을 맞은게 아니고 보상은 커녕 병원비와 장례비까지 유족들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앞에 억장이 무너진 것이다.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TV뉴스를 통해 장례소식을 시청하던 중년의 한 사내가 "복있는 사람은 죽음을 당해도 보상금도 많이 타고 위령비도 세워 주고 하던데 복없는 사람은 한푼이라도 벌기위해 새벽에 일터에 나가다 뺑소니차에 목숨을 잃거나 붙잡고 늘어져 하소연하기도 뭐한 훈련출동 군용차량에 치어 죽는 경우가 있어요.불쌍한 중국 동포도 똑 같구먼,참 안됐어...."하며 혀를 차는 복쪼가리 타령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것도 무리가 아닐만큼  묻지마 살인극의 처참함에 안타까움을 금할수가 없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너나 할것없이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도 서울의료원이 장례식 일체를 무료로 치러주고 대전에서 올라온 개인택시 기사 봉사단이 시신운구등 장례진행을 도맡아 처리한데다 사건을 담당한 검찰,시민단체등이 유족돕기 모금운동을 벌여 희생자 가족당 3천만원씩 위로금을 전달하는 미덕을 발휘함으로써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속 낙오자,고립된 외톨이에 의한 묻지마 범죄
 
  이와같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묻지마식 흉악범죄는 희생자와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수 없다. '묻지마식 범죄'하면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과 고교내 총격 살해사건등 무차별 살인극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그리고 범인 가도토모 히로가 도쿄 아키하바라 대로에서 7명을 숨지게한 무차별 살인사건까지 지난 10년동안 67건의 묻지마식 범죄가 발생한 일본등 정글의 법칙이 난무하는 제로섬식 무한경쟁,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이기적이고 각박한 인간성 상실 사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져 왔었다.
 
 그러던 묻지마식 범죄가 2008년에 들어와 우리나라에서도 집중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묻지마식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이번 논현동 고시원 방화 무차별 살인사건이 가장 흉악한 묻지마식 범죄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이미 예고편은 여러번 발생하였다.지난 4월 강원도 양구군에서 30대 남성이 산책나온 여고생에게 이유없이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데 이어 7월22일에는 강원도 동해에서도 최모(36)씨가 '세상이 싫다'며 흉기를 들고 관공서를 난입해 여 공무원을 살해하였다.
 
  8월15일에는 서울 홍제동에서 김모(25)씨가 아무 이유없이 길가던 오모씨를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7월21일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무직자인 박모(52)씨가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박모,26)을 아무런 이유없이 지팡이로 머리를 3~4차례 내리쳐 두부 골절상을 입히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는 경남 진해,대구,부산에서도 있었다.
 
  이처럼 이유와 대상을 불문한 무차별적 '묻지마식'범죄는 앞서 언급한 바와같이 승자와 패자,가진자와 못가진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선진국형 범죄다. 젊은 나이에 좌절을 겪을때 자신의 처지를 자신의 무능력보다는 잘못된 사회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고 직접 심판하고 복수 또는 개인적 차원의 정의실현을 묻지마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아키하바라 대로에서 '거리의 악마'사건으로 불리는 무차별적 묻지마 살인극을 저지른 범인은 취업과 해고를 반복적으로 겪으며 사회에 대한 불만과 낙오자라는 자학과 피해의식을 지닌채 고립된 생활을 하던 비정규직 출신이었다. 양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젊은이도 환경과 처지가 비슷하다. 잔혹한 고시원 묻지마 살인극을 저지른 정(31)씨에게서도 인형뽑기에 번돈을 몽땅 탕진하는등 사이코 기질에 일정한 직업없이 배달원,주차요원,식당 종업원을 전전하면서 사회적 불만이 누적된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자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세상이 나를 무시해,살기 싫었다"는 범행동기나 사건후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에 세상에 대한 불만,범행준비,범행결행등과 관련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양극화 해소,잠재적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종합적 대책 강구 추진해야
 
  정씨를 비롯하여 그동안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된 양극화가 유발한 극단적 좌절감의 산물이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환란을 능가하는 경제파탄에 처한 최악의 현실로 미루어 사회적 낙오자,고립된 외톨이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들이 스스로 좌절감과 소외감을 극복하지 못할때 자포자기 심정으로 묻지마 살인등 극단적 행동으로 불만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묻지마식 참극을 막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일자리 창출,사회적 탈락자들에 대한 직업훈련,생계안정 지원이 필요하다. 또 가정,학교,시민단체,종교단체,의료기관,정부가 연대하여 묻지마 범죄 가능성이 높은 낙오자,불만자,사이코,고립생활자 등을 찾아내 상담,교육,치료,복지 지원하는 통합 시스템을 가동하도록 해야한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이 잘 있겠지하며 믿고 방치하기 보다 자주 연락을 취하고 이상한 기미가 있으면 직접 만나 마음을 안정시키고 용기를 불어 넣어 주어야 한다. 정신적,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의료 기관에 입원치료토록 하는등 가족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좌절과 상처를 어루만져 결코 혼자가 아니라 어려움을 함께 나눌 가족과 이웃이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묻지마 범죄자를 만들어낸 사회적 병리현상에 책임을 돌리는것 못지않게 자신의 불만과 불행을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상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삼은 잔학무도한 범죄에 대해 과잉동정,무조건적 사회병리 탓으로 범죄 동기를 합리화 해주거나 범죄 사실을 불가피한 측면으로 이해하는것도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 환경과 원인이 묻지마 범죄의 동기가 되었다손 치더라도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끊는 잔학범죄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거나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교훈화하고 사회적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제반노력과 조치가 입체적,통합적으로 이루어질때 시대와 국가의 불행인 묻지마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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