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정동영 집단구타 당장 멈춰라

<기고> 원칙과 상식 없는 친노언론들의 정동영 죽이기를 보고

변희재 | 기사입력 2009/03/17 [06:41]

민주당의 정동영 집단구타 당장 멈춰라

<기고> 원칙과 상식 없는 친노언론들의 정동영 죽이기를 보고

변희재 | 입력 : 2009/03/17 [06:41]
정동영의 출마 선언으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그러나 그 세상은 반쪽짜리 세상이다. 민주당 친노세력, 그리고 이 세력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한겨레, 경향, 프레시안 등 친노좌파 언론, 항상 이 세력을 포위하곤 끌고 가고 있는 친노좌파 시민사회이다. 이들은 융단 폭격의 수준으로 정동영에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지금의 기세로는 정동영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 이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이미 <정동영 칼받이론은 구태를 넘어 패륜>이라는 글에서 정동영 불출마론을 비판했다. 정치 깡패 노무현식으로 이리 저리 지역구를 옮겨다니며 더 강한 상대를 찾아나서는 칼받이형 정치로는 미래를 열어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조폭 정치가 바로 한국 정치판을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며, 유권자들의 환멸을 조장했다. 지금부터는 누가 먼저 이런 정치문화를 개혁하여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내느냐를 놓고 서로 생산적 경쟁을 해야할 시기라는 말이다.
 
그러나 역시 정동영이 직접 출마 선언을 해버리니, 역시 친노무현 세력들은 아직도 예전의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퇴행을 반복하고 있다.
 
14일자 한겨레 사설 '자기희생보다 개인이익 앞세운 정동영씨'에서 "정 전 장관을 전주에 공천하는 게 민주당의 수도권 득표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또, 그의 국회 진출이 민주당 전력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도 상관할 바 아니다"라며 "다만,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 국회의원 출마 여부를 놓고 자신이 속한 정당 사람들과 다투는 모습은 한마디로 꼴불견"이라고 질타했다.
 
그리고는 “지금은 내부에서 싸울 때가 아니라 힘을 합해 이명박 정부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때"라며 "정 전 장관은 '그동안 개인의 이익보다는 내 손해를 감수했다'며 희생을 감내하는 정치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편한 길’로 비치는 게 사실"라며 전주 출마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것은 공적 언론의 사설이 아니다. 민주당 내의 특정 계파들이 비밀리에 돌려보는 정치 브로커 찌라시 수준이다. 한겨레는 정동영의 출마가 수도권 득표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왈가불가할 일이 아니라면서도, 자신들 스스로 이명박 정부와 거대 여당과의 싸움에 해가 된다며 출마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긴 말할 것 없이 한겨레 내부 구성들이, 한겨레 지면에 이런 사설이 나가도 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해보라.
 
같은날 경향신문도 '정동영씨는 전주 덕진 출마 재고해야'를 사설로 게재했다. "민주당이 지금 어떤 처지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무능에 절망하는 국민은 늘었으나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과거 10년간 집권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대안 모색에 치열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서일 것"이라며 "이런 마당에 마치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듯 고향의 공천을 달라는 것은 당의 환골탈태 의지마저 꺾을 수 있는 사욕 챙기기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전 후보는 출마를 접는 게 정도라고 본다"며 출마 포기를 촉구하며 "정 전 후보는 자신도, 당도 망치는 공멸 게임을 벌일 셈인가"라고 사실 상 공천문제에 사설로 깊이 개입했다.
 
경향신문의 사설은 한겨레와 유사한 수준이다. 약간의 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경향의 사설은 정치의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기보다는 오직 정략적 선거 공학만 역설하고 있다. 물론 한겨레와 달리 경향신문의 논설위원들은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듯하다.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정동영 불출마론, 논리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겨레와 경향의 논설위원들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의 축복 때문이었는지, 모든 정치를 노무현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하나, 정동영은 지난 대선 대패의 책임이 있는가?
물론 경향의 주장대로 책임이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으로 2007년 대선의 대패는 99% 노무현 정권과 이에 부역한 친노좌파 언론과 시민사회의 책임이다. 그 근거는 바로 대선 직후에 있었던 총선에서의 더 큰 참패이다. 총선에서 정동영은 일개 후보로서 뛰었을 뿐이고, 친노세력의 입맛에 맞는 기준으로 공천을 하여 선거에 임했으나 100석도 넘기지 못하는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 설마 총선조차 정동영에 책임을 돌리지는 않을 듯하다.
 
둘, 대선 패배자는 출마하면 안 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언론이나 정치인은 처음부터 원칙과 상식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동영을 죽이겠다는 정략이라봐도 무방하다.
대한민국 정치인들 중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기약없이 계속 쉬었던 사람들이 있던가? 87년 대선 때, 김대중, 김영삼이 모두 패했지만, 다음에 총선을 이끌었다. 92년도 대선 패배자인 김대중은 잠시 쉬다 멀쩡한 정당을 두쪽내버리고 지자체 선거를 총지휘했다. 97년도 대선 패배자인 이회창은 당권을 쥐고 복귀했다. 단지 2002년도 대선 패배자 이회창만이 정계은퇴를 했을 뿐이다.
더욱이 2007년 또 다른 대선 패배자인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그 이후 진보신당으로 분당되어 총선에서 참패를 한 노회찬, 심상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쉬라느니 자숙하라느니 말이 없다. 이상하게도 오직 정동영에게만 대선에 패했으니 쉬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애초에 논리가 아니다. 바로 친노무현 세력들이 무조건 쉬라고 하는 정동영은 대선 패배 후 반년도 지나기 전에 총선에 출마하였다. 대선 패배자라 몰아붙이려면 총선 때부터 쉬라 그래야지, 그때까지 다 써먹고 이제 쉬란 말인가?
 
셋, 출마하려면 수도권 출마하라
그나마 들어줄 만한 정동영 출마 불가론 중 하나이다. 정동영 출마를 막고 있는 친노무현 세력의 실무 총책임자라 할 수 있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글이다.
“전주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지역입니다. 어려운 싸움이어서 중량급 후보가 필요한 선거가 아닙니다. 민주당 후보라면 어렵지 않게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선거입니다.
문제는 수도권 선거입니다. 선거는 구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구도는 힘을 모으는 일입니다. 차력사의 벽돌격파처럼 이슈를 모으고 관점을 모아서 여론을 끌어내야만 이길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민주당 내 친노무현 세력의 분위기는 정동영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정동영을 퇴출시키겠다며 결사항전을 벼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논리적 모순에 부딪힌다. 대선 참패의 주범 주제에 무슨 수도권 출마인가? 이미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또 지지 않았나?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고향에서 출마할 수도 있는 것이지, 웬 수도권 출마타령이냐는 말이다.
친노무현 세력들은 자기들이 유리할 때는 정동영의 대선 참패를 강조하다, 자기들이 불리할 때는 정동영이 엄청난 정치인인 것처럼 위장해버린다. 그야말로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정략이다.
 
2004년 총선 때,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하고, 2008년 총선 때, 서울에서 최강 정몽준과 승부를 벌였고, 현재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두 번의 당의장을 지낸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정동영에게 아래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정상이다. 이런 인간미가 사라지고 모든 것을 정략투쟁으로 끌고 가는 민주당의 현재 친노무현 지배세력들 때문에, 한자리 지지율에서 허덕이며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0%대로 기어가고 있는 것이다.
 
넷, 정동영의 전주 출마는 개혁공천을 좌절시켜 수도권 승부에 불리하다.
정동영이 전주 출마하는데 이게 수도권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개혁공천이 좌절된다는 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자기 당의 의장을 두 번 역임하고 대선 후보까지 하고, 총선 때 총대를 맨 사람의 목을 치는 게 개혁공천이란 말인가?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박재승, 박경철 등 친노세력들 앞장세워, 개혁공천했다며 자화자찬한 결과가 무엇인가? 역대 최악의 참패였다. 자기들 정적을 쳐내고, 친노코드에 걸맞는 사람들 내세워서, 어용언론들의 박수나 받아봐야, 유권자들이 그런 눈속임에 넘어가는 시절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도권 출마를 좋아하는 노무현의 오른팔 정세균은 대체 절체절명의 지난 총선 때 전북에서 기어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시대가 끝난 지금, 전주는 전주 유권자들이 바라는 사람을 공천하고, 수도권은 수도권 유권자들이 바라는 사람을 내는 게 바로 2009년의 개혁공천이다.
 
재보선, 지자체, 대선, 총선 참패의 원흉은 친노무현 세력들
 
지금의 민주당은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2004년 총선 이래, 모든 재보선, 지자체, 대선, 총선에서 참패를 반복했다.
 
참패의 원흉들은 멀쩡한 정당을 분당시키고, 국정을 어지럽혀 국민의 심판을 받은 친노무현 세력들과, 이들 세력을 비판 감시하기는커녕, 이들과 손뼉을 치고 다니는 진보좌파 어용언론과 어용 시민사회들이다. 이들을 심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개혁이다.
물론 정동영이 이런 깊은 고민을 하고 출마를 하는 것은 아닐 거다. 그 스스로 개인적인 억울함이 있을 것이고, “대체 내가 왜 출마하면 안 된다는 건지 따져보자” 아마 이런 자세로 출마 선언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정동영에 대해서 우호적인 글을 쓴 바 없다. 그리고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별다른 과오도 없는 사람이, 집단 구타 수준의 공격을 받고 있다면 이를 반박하는 게 논객의 자세이다.
 
만약 노무현이 길거리 지나가다 동네깡패들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다면, 이념과 정파에 관계없이 그 누구라도 같이 맞서던지 최소한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하는 게 시민사회의 상식이듯이 말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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