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盧 이후 정치공백, 박근혜 장악 내막

국가수립 후 46년 영남출신이 대통령이었는데…또 영남?

문일석 | 기사입력 2010/02/13 [13:07]

DJ-盧 이후 정치공백, 박근혜 장악 내막

국가수립 후 46년 영남출신이 대통령이었는데…또 영남?

문일석 | 입력 : 2010/02/13 [13:07]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2009년에 사망했다. 그 이후 야당의 지지도는 집권 여당에 비해 형편없게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또한 김대중-노무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점에서 그들의 뒤를 이을 힘있는 인물도 출현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그 공백을 독식, 장악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정치판이 왜 그렇게 됐을까? 박근혜가 도대체 누구인가? 그는 18년 6개월간 장기집권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그리고 보수의 맥을 이어온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다. 그는 경상도 달성 지역구의 의원으로 당의 전 대표를 지냈다. 그런 박근혜가 2010년의 한국 정치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박근혜는 현재 차기 대선 예비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그를 따를만한 차기 대안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한나라당과 각을 세워가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도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 여당 속의 야당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진보정권의 두 정치 거목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 그 공백의 정치 공간에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박근혜-이명박이 벌이는 시소게임
 
▲ 박근혜  의원   ©김상문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어미터의 조사(2월 1일~2월 5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4%p)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35.5%였다. 다음으로 유시민 전 장관(13.3%)이 2위, 정몽준 대표(10.5%)가 뒤를 이었다. 손학규 전 지사(6.8%), 정동영 의원(6.8%), 오세훈 시장(6.1%)), 김문수 지사(6.0%), 이회창 총재(4.2%) 순이었다. 지난해 12월 28일(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의 조사에서는 대선주자 지지율 40.2%를 차지했었다.

박근혜가 정치판을 완전 장악한 내면적인 이유는 박근혜에게 있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치구도의 반대급부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간에 벌이는 정치 시소게임에 국민들이 딸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는 있는 힘을 다해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한나라당 의원인 박근혜는 세종시의 원안 고수를 고집해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대통령은 설을 앞두고 박근혜를 향해, 야구에 비유하면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 2월 9일, 이 대통령은 충청북도 방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저는 솔직히 말하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 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는 말과 이말을 이어  언쟁으로 발전한 강도론은 박근혜를 향한 일종의 공개견제 성격이었을까?

이 발언이 조선일보 등 언론에 큰 기사로 보도되자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2월 10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9일 충북 업무보고에서 대통령님의 모두 말씀은 현장에 계셨던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 하신 것도 여야를 떠나서 지역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지자체장에게는 정부가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후 사안을 한 눈에 읽어봐도 지역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를 당부하신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마치 여권 내 갈등 증폭으로 곡해해서 보도한데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도 이 문제를 거들고 나섰다. 그는 2월 11일 오전에 가진 브리핑에서 “어제 박근혜 의원의 대통령 말씀에 대한 언급, 그와 관련된 보도들이 솔직히 저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박근혜 의원이 발끈하니까 청와대가 곤혹스러워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는 뉘앙스인데 이건 논리적으로 앞뒤에 안 맞는 얘기”라고 해명하면서 “왜냐하면 진화라는 것은 발화(發火)한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청와대가 발화(發火)한 일이 없는데 왜 진화를 하나, 어제도 길게 설명 드렸지만 대통령께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어 주겠다’는 말씀은 어떤 지역을 가서도 그 지자체장을 격려하기 위해 하신 것이다. 호남을 가셔서도 말씀하시고, 지난번 경기도에 가셨을 때도 말했다.  오죽하면 친박 쪽 좌장에 해당하는 송광호 최고위원이 박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어제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 홍보수석은 “링컨 대통령도 한때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으나 남북전쟁이 시작되고 또 현실적 필요도 있기 때문에 노예제 폐지를 선언하게 됐고, 결국 오늘 역사에 남는 그분의 금자탑이 되지 않았나?  어떤 경우에든 정치지도자의 최종적 판단 기준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앞 뒤 선후 관계, 사실 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분초를 아껴가면서 국정에 매진하면서 뚜벅뚜벅 일하시는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 끝나고 나서 ‘원론적 언급 이었다’고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태도는 정말 온당치도 못하고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황당하다.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반응을 냉랭했다. 그는 2월 10일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공을 이 대통령에게로 넘겼다. 그는 “(한나라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제가) 국민께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고, 약속을 지키는 한나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했고, 이는 국민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는 말로 대응했다.

이 대통령이 말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지원하겠다’는 말과 '강도론'은 일격에 설의 최대 화제로 바꾸는데 성공한 것 같다. 세종시의 복잡한 문제를 국민들의 뇌리로부터 떠나게 하는 효과를 수반했다.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어
 
정치 시나리오적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박근혜 간, 여당의 큰 두 인물이 그간 벌이고 있는 정치게임은 단순한 티격태격의 수준이 고단수 정치공학적 게임으로 비쳐지고 있다. 청와대는 예리한 칼을 가진 곳이다. 단칼에 박근혜의 취약부분이나 환부에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러한 비상수단은 강구되지는 않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간의, 즉 여여 대립구도 도식은 고도의 정치게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사이에 야당이 설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은 자유선진당 지지로 돌아섰고, 호남은 고립화 됐다. 지각 있는 호남인들은 국가수립 이후 46년간에 걸쳐 영남출신이 대통령이었는데 또다시 영남출신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문일석 / 브레이크뉴스  moonilsuk@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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