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선제골, 박지성 마무리골

<남아공 월드컵> 한국 첫 경기서 그리스 2-0 격파

2010 월드컵 | 기사입력 2010/06/13 [17:34]

이정수 선제골, 박지성 마무리골

<남아공 월드컵> 한국 첫 경기서 그리스 2-0 격파

2010 월드컵 | 입력 : 2010/06/13 [17:34]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리스를 꺾고 첫 승을 올린 대표팀 ⓒKFA 홍석균
‘이정수-박지성 연속골! 16강 교두보 마련!’

대한민국 대표팀이 그리스에 통쾌한 2-0 완승을 거두며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첫 승을 기록했다. 우리 대표팀은 12일 밤 8시 30분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이정수(가시마)와 박지성(맨체스터 Utd.)이 연속골을 넣으며 그리스에 2-0 승리를 거뒀다.

경기 시작부터 탄탄한 전력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한 대표팀은 전반 6분만에 수비수 이정수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으며 손쉽게 앞서갔다. 이정수는 상대의 반칙으로 얻은 세트피스에서 수비진의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이자, 대표팀의 결승골을 넣었다.

이정수의 선제골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 대표팀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수 차례나 그리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수비진의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공격수 박주영(모나코)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그리스를 괴롭혔고 조용형(제주)과 이영표(알 힐랄)가 이끄는 수비진 역시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또한 후반 7분만에 승리를 결정지은 추가골을 기록한 박지성 역시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증명했다.

이날 추가골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박지성은 상대 미드필더 한 명을 뒤에 붙이고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상대 골키퍼마저 여유 있는 왼발 슈팅으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혼자서 3명의 상대를 허수아비로 만든 것. 골을 넣은 박지성은 함박웃음과 두 팔을 휘젓는 골 세레머니로 대한민국에 승리의 밤을 선사했다.

이날 까다로운 상대인 그리스에 2-0 완승을 거둔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경기를 마친 선수단은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로 이동해 두 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게 된다.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는 오는 17일 저녁 8시 30분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공격을 전개하는 박주영 ⓒKFA 홍석균
대한민국 4-2-3-1, 그리스 4-3-3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4-2-3-1 전술을 바탕으로 최정예 멤버를 모두 출전시키며 그리스전에 임했다. 골문에는 경기 직전까지 이운재(수원)와 경합한 정성룡(성남)이 자리했고 수비진에는 차두리-조용형-이정수-이영표가 나서 포백(Back-4) 수비를 구축했다.

경기를 조율하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셀틱)과 김정우(광주)가 호흡을 맞췄으며 그 앞에 박지성, 염기훈(수원), 이청용(볼턴)이 공격을 이끌었다. 최전방에는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박주영이 위치했다.

대한민국이 4-2-3-1 전술을 사용한 반면 그리스는 특유의 긴 패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4-3-3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골문은 초르바스 골키퍼가 나섰고, 세이타리디스-빈트라-파파도폴로스-도로시디스가 포백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치올리스-카라구니스-카추라니스가 자리했으며 공격에는 카리스티아스-게카스-사마라스가 선발출장했다.
그리스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정수 ⓒKFA 홍석균
이영표 반칙유도 - 기성용 프리킥 - 이정수 선제골! 1-0

대표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은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대표팀은 한 명씩 경기 감각을 느끼는 듯 천천히 패스하며 수비진에서 공을 돌렸지만 그리스는 전진하지 않았다. 수비진에 자리를 잡고 우리 대표팀이 들어오길 느긋하게 기다린 것. 대표팀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공을 한 번씩 잡아보며 어렵지 않게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경기 시작과 함께 대표팀의 공 점유율은 절대적이었지만 첫 위협은 그리스의 몫이었다. 그리스는 전반 1분 긴 패스 한 방으로 코너킥을 얻어냈고, 바로 이어진 코너킥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혼전 중인 문전을 그대로 통과한 공이 토로시디스의 앞으로 날아가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이 상황을 예상 못한 토로시디스의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그리스는 2분 뒤에도 카라고니스의 프리킥이 위협적이었다.

그리스는 예상대로 세트피스로 공격을 만들었다. 여기에 대표팀도 세트피스로 맞섰다. 전반 7분 공격에 가담한 이영표가 왼쪽 코너킥 지점에서 노련하게 반칙을 유도했다. 우리의 전담키커 기성용은 큰 각도로 휘어지는 빠른 프리킥을 올렸고, 이 공은 상대수비수들의 머리 위를 지나며 먼 쪽 골문으로 쇄도하던 이정수의 발로 이어졌다. 이정수는 빈 골문으로 공을 날리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이정수는 환한 웃음과 검지 손가락으로 득점의 기쁨을 차분히 표현했다.
그리스 수비진을 돌파하는 이청용 ⓒKFA 홍석균
투박한 그리스 공세에 영리하게 대처한 대한민국

경기 초반 선제골을 뽑아낸 대표팀은 이후에도 공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영리하게 운영했다. 대표팀은 수비진에서 여유 있게 공을 돌리며 그리스 선수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수비진에서 전형을 가다듬고 대한민국의 공격을 기다리던 그리스는 어쩔 수 없이 전진을 통해 우리를 압박해야 했다. 이는 그리스의 전형을 무너트리는 역할을 해 그리스의 밸런스가 종종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대표팀은 14분 차두리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빠른 드리인으로 이청용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수비진을 완전히 뚫은 이청용은 달려드는 수비수를 간단한 볼 터치로 제친 후 골키퍼와 마주섰지만 뒤에서 달려드는 그리스 수비수와 발이 엉켜 슈팅에는 실패했다. 쓰러진 이청용은 두 손을 들며 반칙을 항의했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추가골을 놓친 아쉬운 순간이었다.

뒤이어서는 박주영의 활약이 빛났다. 박주영은 전반 22분 역습 상황에서 김정우의 오른쪽 크로스를 오른발에 맞추며 그리스 수비진을 압박했다. 5분 뒤에는 더욱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중원에서 박지성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시도되자 자신에게 따라붙은 수비진을 지켜보며 영리하게 수비진을 따돌린 박주영은 그대로 돌진하며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박주영은 골키퍼를 보고 정확한 인사이드 슈팅을 시도했지만 그 공은 각도를 좁히고 나온 그리스 골키퍼의 발에 맞고 골대 윗 그물에 떨어졌다. 그는 전반 41분에도 대포알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수비진에 균열을 드러낸 그리스는 단조로운 긴 패스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은 그리스는 빠른 타이밍에 전진 패스를 시도했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비진은 실수 없이 그리스 공격수들을 막아 섰다. 전반 40분이 넘어서는 계속해서 우리 골문으로 고공 패스를 올렸지만 공격수에게는 연결되지 못했다. 그리스의 공격보다는 정성룡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한 햇빛이 더욱 위협적이었다.
쐐기골을 터뜨린 박지성 ⓒKFA 홍석균
통쾌한 추가골 박지성,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 대기록 2-0

그리스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에이스 카라구니스를 빼고 파차조글루를 교체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기세는 후반전 들어 더욱 무서웠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많은 운동량을 바탕으로 공간을 내주지 않으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전반전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차두리는 공격까지 가담해 슈팅을 날리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을 보였다.

대한민국의 상승세는 후반 7분 박지성이 통쾌한 추가골을 넣으며 그리스를 완벽히 압박했다. 박지성은 상대 수비진에서의 실수를 예측, 잽싸게 가로채며 당대 골문으로 돌진했다. 그리스 미드필더는 끈질기게 박지성을 따라붙었지만 박지성은 스피드는 줄지 않았다. 상대 선수 한 명을 붙이고 뛰던 박지성은 수비수 한 명마저 완벽히 따돌렸고 그리스 골키퍼까지 여유있는 왼발 슈팅으로 속이며 완벽한 추가골을 넣었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박지성은 두 팔을 흔들며 온 몸으로 추가골을 자축했다.

박지성은 이 골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2006 독일월드컵 프랑스전에서 골을 넣은 바 있다.
그리스전에서 완벽한 수비를 보여준 대표팀 ⓒKFA 홍석균
선수교체로 분위기 바꾼 그리스

박지성의 추가골로 분위기를 완전히 내준 그리스는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후반 13분 사마라스 대신 살핑기디스, 15분 카리스티아스 대신 카페타노스를 투입시키며 공격진을 모두 바꿨다.

그리스의 선수 교체에도 대표팀의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18분에는 차두리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높게 뛰어오른 박주영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되며 세 번째 골을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박주영의 헤딩슛은 그리스의 골대를 또 다시 벗어났다.

그리스의 선수 교체는 후반 20분이 지나면서 효과를 보였다. 후반 24분 교체투입된 살핑기디스는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정성룡 골키퍼의 가슴으로 날아갔다. 1분 뒤에는 땅볼 크로스가 또 다시 살핑기디스에게 향했지만 몸을 날리 수비수가 잘 막아냈다. 그리스가 계속해서 슈팅을 연결하자 허정무 감독은 기성용을 빼고 김남일(톰 톰스크)을 투입해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리스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환호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KFA 홍석균
수비 강화한 대한민국,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무실점 승리

김남일 투입으로 수비를 강화한 대표팀은 그리스의 막판 반격을 노련하게 돌려세웠다. 그리스의 투박한 긴 패스는 우리 수비수들의 제공권을 넘어서지 못했고, 짧은 패스는 많이 뛰는 미드필더들에게 고전했다. 재치 있는 드리블도 끈질기게 따라붙은 우리 선수들을 떼어놓지는 못했다. 그리스는 후반 35분 긴 패스를 받은 게카스가 회심의 왼발 터닝 슈팅을 날렸지만 이마저도 정성룡 골키퍼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에 막혀 만회골을 만들지 못했다.

게카스의 슈팅마저 막아낸 대표팀은 후반 40분 염기훈이 드리블로 그리스의 왼쪽을 뚤어내며 세 번째 골을 향해 돌진했지만 몸을 날린 슈팅이 몸을 날린 상대 수비수의 발에 맞고 나왔다. 이 공을 뛰어들던 이청용이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그리스 골키퍼가 손으로 걷어냈다.

이후 체력이 떨어진 양팀은 더 이상의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정규시간은 모두 마무리 됐다. 부심이 2분의 추가시간을 공시하는 순간 골라인에는 김재성(포항)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청용과 교체돼 들어갔다. 그러나 김재성은 많은 활약을 할 시간이 없었고 심판은 휘슬을 길게 불며 대한민국의 월드컵 승리를 선언했다.


◆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예선 B조 1차전 (6월 12일 20:30,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대한민국(1승) 2-0 그리스(1패)
-> 득점: 이정수(전7’), 박지성(후7’)
* 경고: 토로시디스(후10’ 그리스)

아르헨티나(1승) 1-0 나이지리아(1패)


◆ 대한민국 출전선수명단 (4-2-3-1)
정성룡(GK) - 이영표,이정수,조용형,차두리 – 기성용(후29’ 김남일),김정우 – 박지성,염기훈,이청용(후45+1’ 김재성) – 박주영(후42’ 이승렬) /감독: 허정무

◆ 그리스 출전선수명단 (4-3-3)
초르바스(GK) – 세이타리디스,빈트라,파파도폴로스,토로시디스 – 치올리스,카라구니스(HT 파차조글루),카추라니스 – 카리스티아스(후16’ 카페타노스),게카스,사마라스(후14’ 살핑기디스) /감독: 오토 레하겔


글=손춘근<대한축구협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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